매 공연 때마다 여자를 소개하여 주는 것을 계약조건 낼 걸 정도의 바람둥이였던 루빈스 타인은 80대의 나이에도 30대인 영국 여인 아나벨과 사랑에 빠져 처자식을 버리고 떠나는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진정한 재미는 바로 이제부터가 아니겠소? 음악회의 '앙코르 타임'처럼"이라고 응대를 했다니 대단한 자신감의 소유자인 건 분명한데 늙어 죽을 때까지 욕심만 부리다 찬사가 아닌 비난의 커튼콜을 앙코르도 없이 인생을 피아노 연주만 빼고 심심풀이로 만든 건 아닐까? "사람들이 흔히 말하길 내가 젊었을 때 와인, 여자, 일(피아노 연습, 연주)에 시간을 공정하게 배분했다고 하죠. 이건 완벽한 오해예요. 난 내 시간의 90%를 여자에 썼어요." 그런데도 95세까지 살았다. 태풍이 품고 온 비에서 바다 냄새가 났다. 처녀성을 지닌 여자의 비린내 같아 코끝에 머물고 있다. 체내의 수분이 다 빠져 버리면 죽는다. 그래서 모공에 힘을 잔뜩 주고 있는데도 알아서 벌어진다. 그런 게 안간힘처럼 느껴져 자연스럽지가 않다. 나에게 염려하지 않아도 좋을 시간이 언제 있었을까? 그냥 곁에 있다가 없으니 더 허전하다. 오래된 옷가지를 정리하면서 주마등처럼 시간이 필름처럼 돌아간다. 신음도 없이 잊히는 사물에게 영혼이 있었을까? 넌 날 기억은 하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