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안에 갇혀 있던 '어린 왕자'에게 장미꽃이 돌아간 것처럼 오늘은 불시착한 어디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각이 잡힌 모자의 창을 폈다. 래퍼도 아닌 내가 거기다가 커다란 머리통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자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으로 보았다. 열두 살 때 가난한 집안의 입하나라도 덜어 동생에게 조금이라도 더 먹이기 위해 가출해서 구걸을 하다 조로증에 걸려 생물학적 나이보다 3배나 빠른 노화로 인해 150cm에 25kg으로 정말 뼈만 남아 호적 나이로는 52 세지만 150살 산송장처럼 보이는 안씨의 유일한 기쁨은 시력을 잃어가는 대신 청력에 의지해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세상 소식이다. 30년 전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이웃으로 일주일에 두 번 한쪽 다리을 잃은 82살 형님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반찬을 갖다 주면 아무 말 없이 같이 먹곤 한다. 조용히 곁에서 앉아 있다 보이지 않는 안씨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 지치면 의자에 앉아 있다 보면 더듬더듬 형님의 손을 찾아 같은 곳을 바라보는 안씨는 형님 앞에서는 언제나 아이처럼 흥이 난다. 원망이나 불평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안씨가 '어린 왕자'로 보인다. 스스로 빛이 나는 별이 되고 싶어 하늘로 올라간다. 그 빛이 내 눈을 통해 확인되는 순간에 그 별은 이미 사라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몹시 슬픈 날에는 해 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며 낯선 곳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잡아 줄 '어린 왕자'가 말을 건넨다. '당신은 언제부터 어른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