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성흡입

그저 인간일 뿐이다.

by 강홍산하

# 초로의 수녀가 지하철에 앉아 독서를 한다. 눈이 깊이 들어 가 눈썹 뼈가 솟아 보였다. 10여분 책을 읽는 가 싶더니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독수리 타법으로 콕콕 무언가를 검색하다가 급하게 서두르며 짐을 챙기더니 하차를 한다. 그 사이 구걸자도 지나가고 잡상인의 소란도 있었고 수녀 앞에 노인도 서 있었는데 무아지경이다. 방한화에 패딩으로 완전무장한 수녀가 이웃을 위해 겉옷을 벗어 줄 베풂의 낱알이 있었을까? 거동이 가능할 정도의 체력이 있는 늙은이들 이동수단이 된 지하철이 헉헉거리며 신도림역 도착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는데 듬성듬성 몇 개 남지 않은 치아로 껌을 씹는 노인이 입안으로 연신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껌을 떼어낸다. 움직여야 사는 것 같은 생명들이다. 내 미래의 씨줄이 끊어질 것 같은 예감에 잠시 정신을 잃을 뻔했다.


# 팡테옹으로 옮겨지는 '루소'의 국민 장례행렬에서 연주되는 ' 쉐비에의 장 자크 루소에 대한 찬미'는 성령이 온 듯한 감명이고 꽃과 나무, 과일 등을 머리와 옷에 꽂은 식물학자들이 뒤를 따랐다니 그의 판금과 금서 그리고 추방이 결코 불행은 일은 아니었다. 고 생각하며 '평등 없는 자유'가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데 지하철 여승무원의 끈적거리는 안내방송에 귀가 쫑긋 반응을 한다. 역시 나는 동물학자들과 어울리는 게 맞다며 위안을 하다가 '성령으로 잉태'한 마리아가 만약 내 여자였다면 어찌했을까? 요셉의 믿음에 탄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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