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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성흡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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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홍산하 Mar 08. 2016

기다림의 미학


입이 가벼워 항상 곤욕을 치르다가 내심 비장한 각오로 근엄을 가장한 침묵으로 일관해 보려 하지만 그놈의 알코올은 온갖 것을 토해 놓곤 해 조물주의 최초 설계를 변경시키기는 어려운 숙제이다. 작은 할머니의 검은깨 가루 인절미는 귀한 선물이지만 어린 손주들의 바쁜 걸음에 대한 보답이랄까? 비가 오면 몸은 무겁고 처진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우리 형제는 차비를 아껴 가며 버스 정류장으로 울면서 갔다. 하염없이 기다려도 오질 않는 버스에 작은 할머니의 인절미는 딱딱해지고 우리 형제의 몸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워 오르며 이빨을 부딪혀 가며 추위를 견디고 있었지만 버스는 오질 않았다. 공포가 밀려오고 어미가 보고 싶고 그래도 어린 형은 나를 안심시키려 안간힘을 다 쓸 즈음 희미하게 저 멀리서 버스가 구름을 앞세우며 오고 있다. 하나님! 아버지~ 절로 감탄이다. 기다리다 보면 귀한 보답은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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