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성흡입

벌어진 홍시

by 강홍산하


온갖 수완이 좋았던 강식이가 매일 아침마다 뒷산에 간다는 정보가 귀에 딱지가 앉을 즈음 녀석의 꽁무니를 따라 이슬을 툭툭 차며 감나무 밑 수북하게 쌓여 있는 낙엽을 이리저리 뒤집다 보니 홍시가 입을 벌리고 쫘악 나를 쳐다보고 있다. 가공식품에 단련되지 않은 미각에 홍시의 달콤함은 잊지 못할 선물이었다. 그 후로 녀석을 따 돌리고 나만의 감나무와 이른 아침 사랑은 시작되었다. 어김없이 눈 뜨고 일어나면 날? 기다리는 홍시가 겨울을 재촉하고 있었지만 살며시 보일 듯 말 듯 언제나 수줍게 발갛게 터진 홍시가 지금 와 생각나는 이유가 뭘까? 틈만 나면 쫑긋 세상의 부산하고 깨지는 탁음에 난청이 되어 버려 고장 난 라디오의 주파수처럼 잡음만 가득한 고막의 떨림이 때만 되면 실망시킨 적이 없던 홍시 같은 여자가 한 해의 마지막 계절을 같이 할 것 같은 아련한 기운이 전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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