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성흡입

수인선 마무리는 쯔유

by 강홍산하

욕망의 자극이 임계점에 도달했는지 '복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주변의 사물에 흩어졌던 집중력이 생겼다. 늘상 산만하고 부산스러운 생명이 닻을 내린 곳에서 '죽음이 임박해 의식이 사라질 때 코밑의 냄새를 통해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물질'로 불평등을 해소하는 권리가 공동체의 연대였구나! 실감하고 있다. 지하철역 편의점에서 광동제약의 명성을 믿고 드링크를 샀는데 성분을 확인하니 사양(飼養) 꿀이다. 정말 사양(辭讓)하고 싶어졌다. 내 침에 설탕물을 섞으면 꿀물이라는 것 아닌가? 그나저나 H 역의 역장님 성함이 ㅇ 갑순이다. 정겨움을 안겨 주니 이쯤 해서 마무리하고... 열차에 승차하면서 냉큼 좌석을 확보했다. 옆 좌석의 할머니는 레옹이 쓴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데 지하철이 붐비기 시작하니 자체 제작한 두툼한 천으로 만든 마스크로 이중 커버를 한다. 치마를 입으셨는데 치마를 뒤쪽을 걷어 올려 속옷 차림으로 좌석에 앉아 계신다. 언뜻 보인 흰 속옷은 청결하지 못했다. 속옷도 이중으로 착용하시면 좋으련만... 하굣길 덩치가 산만 한 고등학생들이 출입문을 막고 서 있어 하차하는 데 불편해 '조금만 비켜줄래!'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부탁을 했는데 콧방귀도 안 뀐다. 결국 양희은이 부른 '헤치고 나가 끝내' 하차에 성공했다. 야수의 인간이 되어 적대적인 대중의 공간이 되어 선 안 된다며 소심하게 울화통을 잠재웠다. 스타벅스에서 철저한 개인정보 인증 후 저녁을 앞둔 소소한 욕구를 재촉하고 근처 묘오또 돈가스에서 하루의 마무리를 그녀와 함께한다. 가다랑어를 숙성해 넣은 달달한 간장 쯔유로 계란 프라이와 비빈 밥은 맛났다. 붓가케우동 또한 탱탱하고 차진 우동발이 깔끔했다. 그녀는 적확한 격식으로 선별하고 나는 그냥 후루룩 짭짭이다. 그리고 전리품처럼 오늘도 벅스와 묘오또의 티슈를 그녀의 눈총을 받으며 일정 분량 획득하면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은 표정으로 코로나로 인한 미국의 민낯을 격렬하게 질책하며 벅스 티슈로 게거품을 닦아낸다. 사누키 우동이 뱃속에 들어간 후 가래떡처럼 커지면 어떡하나 오늘의 실험은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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