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성흡입

키리에 엘레이손(Kyrie Eleison)

by 강홍산하

백 살이 다 된 시아버지를 50년 가까이 봉양하고 산 늙은 며느리가 이제는 도저이 지팡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만든 관절염 때문에 직각 허리로 땅만 보며 움직이면서도 시아버지 보기에 미안하단다. 큰 가마솥에 나물을 삶으며 이가 없는 시아버지가 연하게 음식을 고루 잡수시게 온갖 정성을 다 한 저녁은 가슴이 짜릿할 정도다. 방 안 뒤로 고스란히 벗어 놓은 고무신 3켤레와 지팡이 두 개! 늙은 아들은 아버지 생전에 자기만은 지팡이 의지하는 일이 없길 간절히 소망한다며 허허 웃는다. "잘해 드린 것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식사 때 따뜻한 밥이라도 꼭 드시게 챙겨 드린 게 다입니다. 며느리 한 마디에 시아버지는 세상에서 제일 이쁜 며느리라며 칭찬이 끊이질 않는다. "오늘의 재앙을 끝내는 길, 몸과 더불어 영혼도 치유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인간만이 흘릴 수 있는 눈물 한 방울"이란 문장을 읽으면서 '동행'은 기쁨보다는 슬픔을 함께 나누어 가지는 것이 아닐까? 지팡이가 두 개에서 세 개가 되어도 오래오래 한 지붕 아래 함께 계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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