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곳이 예전의 세계이건, 또 다른 새로운 세계이건 두려울 게 무엇인가. 새로운 시련이 그곳에 있다면, 다시 한번 뛰어넘으면 된다. 그뿐이다. 적어도 우리는 더 이상 고독하지 않다. <1Q84/무라카미 하루키>
하는 일에 따라 입고 있는 의복이 다른 세상이니 줄을 서는 위치도 다르고 상대적인 대응도 인격적이지 못해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내 시간의 전부를 내어 준 것도 아니니 그리 상심할 일도 아닌데 인간은 왜 그리 자신을 인정해 달라 알아봐 달라 재촉을 하게 될까? 아무것도 내려놓지 못했다. 아니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는데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아 위장을 했는지도 모른다. 들통이 나 산통이 깨진 들 내 미숙함이 순진해서 그랬다고 억지를 부려볼까?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됐는데도 아이는 어른을 모르고 어른은 아이를 모른다. 누구도 날 아이 취급을 하지 않으니 어른 행세를 그런대로 하고 살지만 아직 난 민망한 어른으로 살기가 정말 싫고 여전히 낯선 세상이라 적응이 안 된다. 그래서 지독한 일탈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