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정의한다면 순환과 반복, 깨우침과 회개, 다짐과 후회, 자의식의 조절로 빛과 어둠의 혼합된 색상으로 뒤범벅이지만 결국 우연으로 진행되는 과정과 연단으로 숙명이란 뿌리로 지탱하는 나무이다. 운명의 시간은 나와 어긋나게 간극을 만든다. H는 나에게 신뢰를 접었다. 러브스토리의 엔딩을 수정할 권한이 내겐 없다. 혼자 남게 될 두려움에 H는 강한 현타를 느낀 것이다. 어디에도 메시아는 출현하지 않았다. 생존이 은혜가 아닐 때 뚜렷한 적색 코드가 켜진다. 입술로 인한 허물을 숨길 수 없으니 비난의 창이 되어 공격한다. 저급한 이간질로 난도하며 늪으로 빠져들었다. 스스로 존재하는 신처럼 저절로 스스럼이 없는 자연이 직접적인 우위에 있으니 현실에서 더는 증명할 대상이 아닌 고집의 문제인데 인간은 미증유를 단언할 수 없으니 집착한다고 해결이 안 된다. 징후를 전혀 간파하지 못한 어리석음을 추스르며 '정신승리'모드로 전환한다. 그게 내 한계이고 이기심이다. 가스라이팅이 통할리 없는 융통성 없는 철옹성이 철커덕 문을 닫아걸고 뽑은 심지에 불을 붙이며 미래를 밝힌다. 붉은 수수밭에 떨어진 내가 추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