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발기로 수상해진 음욕이 자작나무들 사이로 여리게 불어오는 바람결에 오감을 흔들어 깨우듯 젖꼭지를 단단하게 치켜세우지만 그냥 허기 같은 발산이라 애처롭다. 홀로 된 자의 슬픔은 부재중이라 익숙한 감정으로 대체한다. "자신을 규정하지 않는 '완전한 타인'을 만났을 때"의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사이좋은 사람들의 격식 없는 무례가 통할 리 없는 시간은 바퀴가 헛돌아 가만히 있게 놔두질 않는다. 인류애나 종교 안의 친목에 동의와 안식을 도모하는 것이 사교적인 질서에 불과하게 느껴졌다. H가 온몸에서 빠져나가는 체내 충격이 엄호할 겨를도 없이 나를 함몰시킨다. 붕괴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사랑의 종잇장을 접었다 폈다 반복하면서 배를 만들다가 종이학을 만들어 날린다. 고마운 사람에 대한 예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