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땐가 친구의 자취방에 여럿이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한 녀석이 담배를 돌리기 시작했다. 시골에서 유학? 온 놈들은 능숙하게 담배를 뿜었지만, 나와 남훈은 연기를 입안에 문 채 넘기질 못 하고 일명 뻐끔담배를 피웠다. 자존심 같은 게 발동해서인지 못 피운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녀석들을 속일 순 없었다. 녀석들의 핀잔과 함께 우리는 흡연에서 따돌림을 당해 끼리 문화에서 배척당한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상해 남훈과 저녁에 만나 은하수 한 갑을 사서 후미진 골목길 가로등 아래서 전봇대를 붙잡아 가며 연기를 날렸다. 내 폐 속에 가득한 연기가 성큼 나를 어른으로 인도하길 빌면서, 습득하지 않아도 좋을 기호를 선택하고 말았다. 사람의 본능이 악행과 친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선행 또한 악행으로 부각되는 것 같아 모호하게 학습된 윤리 의식의 절대성은 시대착오인 것 같기만 하다. 필터를 통해 여과된 약간의 니코틴이 지금도 혼란스럽게 무엇이 진실인 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