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밤을 씹으면 나오는 뽀얀 물은 엄마의 젖과 비슷한 빛깔이 아니던가. 그날 고모할머니가 내게 준 생밤의 맛은--- 좀 다른 애정의 맛이었다. 온전히 나만 바라보고 있었으니 늘 애정을 갈구했던, 밤송이처럼 까칠하고도 여리던 내 안의 아이가 가을볕처럼 따사로운 고모할머니 같은 어른으로 성장해 있기를"(성미정)
일백구만 원짜리 몽클레르 셔링 스커트를 입은 여자와 사십구만 원짜리 베이지색 팬츠를 입은 남자가 '행복이 가득한 집'에 나와 포즈를 취한다. 어른들이 행복한 이유가 이런 것이었을까? 그럴 수도 있겠구나 페이지를 넘기다 온통 입이 쩍 벌어지는 소비재에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땅에 떨어지지 않는 물을 타서 마신 뒤 삼십 일이 지나면 반드시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약을 장상군이 편작에게 주었다는데 어른들의 오장육부를 나는 꿰뚫어 보고 싶어지지 않으니 필요가 없는 약이다. 온전히 나만 바라보는 '생밤' 같은 아이가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운다. 그래서 이제는 뒤를 돌아다볼 시간이 없다. 우리는 동지고 companion(어떤 일을 짝이 되어 함께 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