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성흡입

간서치(看書癡)

by 강홍산하

책 속에 담긴 누군가의 마음에 내 마음이 일치되고 교감될 때 소리를 지를 정도의 흥분을 감추지 못한 간서치(看書癡) 이덕무는 '책에 미친 바보'였다. 서얼 출신으로 입신양명이 불가능했던 그가 할 수 일은 오직 독서, 독서만이 살 수 있는 명분이었다. 책을 통해 그가 그려내고 실체화한 글은 독특한 세계관이 있어 당대 학문의 기조와는 전혀 다른 기이함으로 디테일한 사유방식이었다. 가난을 초월하니 마음이 편하고 모욕을 참으니 관대해져 大完을 이룬 그가 지낸 초가집이 엄동설한 방안에 성애가 서리고 이불이 얼어 부서지는 소리가 날 지경이어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漢書 한 질을 이불 위에 덮고

황소바람을 논어집으로 막아 추위를 피했다니 그의 '순응'은 책하고는 필연적인 것 같은데 자발적인 꼼지락 같아 웃음이 났다. 오늘의 지루함을 손바닥을 비벼가며 굵은 동아줄을 만들어 간다. 내가 붙잡고 있는 이 줄을 놓아 버려 수수밭은 만들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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