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성흡입

내 이름이 불길하다

by 강홍산하

조선시대 중인 신분으로 한시에 능했던 홍세태에게는 육호룡이란 벗이 있었는데 항상 그 친구에게

너의 이름은 매우 불길하니 개명하라 권고했으나 그는 그러지 못하다 결국 죄를 짓고 처형을 당했다. 자신의 시를 잘 다듬어 베갯속에 백은 칠십 냥 함께 넣어 두고서 문하생들에게 후일 내 문집을 만들 때 종잣돈으로 사용하라고 했다. 명예를 좇는 문인들이 비천한 삶을 위안의 안주로 삼은 것이 현실의 도피책이었을까? 김시습은 시를 짓은 다음 종종 물에 던져 버렸고, 이언진은 생전에 자신의 원고 절반을 불태워 버리고 죽은 다음에 나머지 절반을 순장을 했다니 생각을 빠져나온 문장은 질긴 인연의 생명 같은 것이다. 우리에게 맡겨진 것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게 불길하다. 처음부터 내 것이란 아무것도 없었는데 아직도 가진 게 너무 많아 불길하다. 내게 맡겨진 게 있다면 소중하게 사용하다 돌려주면 그만이다. 오늘도 밥을 짓는다. 내 詩가 불쏘시개로 사용돼 밥을 지으면 맛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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