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성흡입

선비 행세

by 강홍산하

주자의 '소학'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이덕무의 '사소절'이 있다. 남과 함께 모였을 때 어떤 사람이 혹시 술이나 반찬을 마구 먹어서 내가 먹을 것이 매우 적더라도 꾸짖으며 노기를 얼굴빛에 보여서는 안 된다. 음식의 간을 맞출 때는 반드시 숟가락으로 떠서 한 번 맛보아야지 자주 숟가락을 휘저어 입에서 후룩후룩 마시는 소리를 내서는 안 되며, 또 손가락으로 찍어서 맛보고 그 손가락을 치마나 벽에 닦지 말라. 등등 선비나 부녀자가 지켜야 할 예절에 대해 243년 전에 이렇게 상세하게 기록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문명이 인간의 정서를 시대에 따라 탈바꿈시킬까? 송나라 유안세는 망령된 말을 하지 않으려고 7년 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뜻을 이루었고, 명나라 설선은 화내지 않으려고 20년 동안 수양을
했으니 눈치 없이 제 실속만 채우는 인간에게 화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20년을 수양하고 위생관념 없이 음식을 만드는 인간에게 주책없이 한 소리 하려면 7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니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니 예절의 길은 멀고 어렵다. 오빠~ 선비 행세는 그만하고 나잇값이나 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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