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날 형사부 검사의 하루를 발췌한 글이다. 경찰이 넘겨준 사건기록을 검토하면서 구속영장 청구 가부를 결정하는 담당 검사는 먼저 피의자의 동종 전과 여부와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그리고 공소 후 재판 결과를 면밀하게 살펴본다. 경찰의 송치 의견은 구속의 타당성과 향후 피의자의 전력과 직업, 성향 기타 등등 구속사유에 합당한 죄질과 보복성 그리고 파렴치함을 두루 엮어 적합성을 극대화 한 의견으로 피해자의 처벌의사가 절대적이다. 직무적으로 경찰과 검사는 사건 배당 가산점 구속 위주로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검사가 피의자와 일일이 전화통화 후 사정을 살핀다는 부분에서 인간적인 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경찰이나 검사가 담당할 사건이 결코 만만치 않아 격무임을 인정한다. 그래서 현미경식 사건 처리를 무리하게 요구하기도 곤란하지만 누군가의 인생이 걸린 사안인지라 세심하게 살펴 억울한 사건이 되질 않길 바랄 뿐이다.
"◇오전 11시 : 두근두근, 클릭 하나로 좌우되는 하루
전국 50명, 서울 중앙지검에는 4명뿐인 수사지휘 전담검사 가운데 한 명인 배 검사는 서울 종로·관악·방배경찰서를 관할하고 있다. 오전 시간에는 일선 경찰관들이 의문사항을 전화로 상의하거나 검사실을 직접 찾아오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일하시는 경찰관님들을 보면 저도 덩달아 더 열심히 하게 돼요." 그를 보면 검·경 갈등은 먼 나라 얘기 같다. 11시가 가까워지면 손에 땀이 난다. 오늘 하루 그가 처리해야 할 경찰 영장 신청서들이 접수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로딩되는 짧은 순간이 조마조마하다. '3,2,1…' 배 검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오후 3시 : 긴급한 오후
부장님의 호출을 받고 급히 청을 나선다. 관내에서 변사체가 발견된 것이다. "검시를 하러 가는 발걸음이 가장 무겁습니다." 병원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경찰이 미리 작성한 기록으로 사망자를 먼저 만난다. 헐레벌떡 검안실에 도착해 장갑부터 받아 든다. 오늘은 일회용 비닐장갑이다. 병원 사정에 따라 검시용 고무장갑이 아닌 얇은 비닐장갑이 제공되기도 한다. '혹시라도 죽음에 억울한 점이 있으시다면 저희가 꼭 풀어드리겠습니다'라고 마음을 다잡은 뒤 검시를 시작했다.
◇오후 11시 : 야근은 내 운명
검시를 한 날은 야근으로 이어진다. 지난가을 서울 중앙지검에 처음 왔을 때 하루 300~400건에 달하는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야근과 주말근무를 밥 먹듯 했다. 특히 구속·체포영장 신청 사건은 인신과 관련된 부분이라 더욱 신중과 신속을 기해야 한다. 체포된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처리할 때에는 유치장에 있는 피의자와 하나하나 전화통화를 해 체포·수사 과정, 혐의 인정 여부, 구속될 경우 발생하게 될 곤란한 사정 등을 듣는다. 독박 육아로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주말은 배 검사의 몫이다. 틈틈이 봐 둔 블로그를 참고해 이번 주에는 저 수분 돼지고기 보쌈과 아들이 좋아하는 라자냐를 할 계획이다. 주중에 먹을 반찬도 알뜰하게 냉동. 아빠가 검사인걸 알면서도 경찰이 되고 싶다던 아들은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하자 야구선수로 꿈을 바꿨다. "자랑스러운 것까지는 안 바라지만, 검사 모두를 악인(惡人)으로 볼 때가 가장 힘들죠, 특히 저보다 가족들이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배 검사는 늦은 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검사로서 열과 성의를 다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진심만은 전해지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