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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원 Aug 22. 2023

문법은 법(法)인가?

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영어


사진: UnsplashTingey Injury Law Firm


문법은 법인가?


영문법을 가르치다 보면 ‘문법’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위압감에 짓눌린 학생들이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국어사전에서는 이라는 단어를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 국가 및 공공 기관이 제정한 법률, 명령, 규칙, 조례 따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법이 정말 강제력을 지닌 사회 규범일까요?


그렇다면 영어 혹은 유럽의 언어들에서 (철자는 다소 다르지만) 문법을 뜻하는 단어 grammar는 어떤 뜻일까요?


'문법'의 어원


어원을 살펴보겠습니다. grammar는 그리스어 grammatikos에서 유래했으며, 라틴어에서 grammaria로 변형되어 유럽의 언어들로 퍼졌습니다.


'-gram'은 글자로 기록된 것을 뜻합니다. 글자는 사람의 말이나 생각을 기록한 것입니다.


결국 grammar는 언어의 기록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통계'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이런 순서로 말하더라' 하는 통계 말입니다.




사진: UnsplashBrett Jordan


나는 먹는다 밥을


'나는 밥을 먹는다.'는 한국어 문장이 있습니다.


이를 '밥을 먹는다'라고 하거나, '나는 먹는다 밥을'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나, 많은 사람들은 대개 '나는 밥을 먹는다'라고 말하므로 저 순서가 표준적인 문법이 되는 것입니다.


만일 시간이 흘러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가 '나는 먹는다 밥을'이라고 말하게 된다면, 통계인 문법은 '나는 먹는다 밥을'이라는 형태를 표준이라고 기술하게 될 것입니다.




틀려도 처벌받지 않는다


따라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에 너무 겁을 내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한국어든 영어든 프랑스어든, 지금의 문법은 단순한 통계를 넘어선 '규칙성'을 띠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문법을 다루는 시험도 가능한 것이겠지요.


다만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새로운 언어를 말하고 쓸 때에, '문법은 원래 통계였다'는 사실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축구를 할 때에는 반드시 축구의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럼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습니다. 관전을 할 때에도 같습니다.


하지만 '오프사이드'라는 규칙의 이해와 적용이 너무나 어려운 나머지 유소년축구에서는 오프사이드 규칙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규칙은 이렇게 변할 수 있고, 다르게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조금 틀려도 괜찮습니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쓰다가 좀 틀리더라도, 축구를 하다가 공에 손이 닿은 것 정도로 여기셨으면 합니다. 심지어 축구선수와는 달리, 우리는 경고를 받거나 퇴장당할 일도 없습니다.


물론, 말 하는 순서도 바뀌지 않습니다.


대화는 공격과 수비가 아니니까요.


문법은 법이 아니다


I'm on the bus

*I'm in the bus.


영어 화자들은 'I'm on the bus'라고 말하지 'I'm in the bus.'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언어를 다룬 책의 문장 앞에 별표(*)가 있다면 틀린 문장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틀린 문장이라고 해서 알아들을 수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 in the bus? 좀 이상한데?'라고 느낄 수는 있겠지요.


"나는 먹는다 밥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 사람은 왜 저런 순서로 말하지?'라는 의문이 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알아들을 수는 있습니다.


문법을 공부하실 때에,


말하거나 글을 쓰실 때에 이 점을 꼭 아셨으면 합니다.


좀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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