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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원 May 31. 2024

네르파와 루나의 모험

북극의 얼음 궁전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햇빛에 반짝이는 얼음 조각들은 마치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처럼 빛났고, 밤하늘을 수놓는 오로라는 신비로운 빛깔로 춤을 추었습니다. 하지만 수컷 아기 물범 네르파에게는 따분했습니다. 세상이 온통 하얀색뿐이었으니까요.


"루나, 우리 세상은 왜 이렇게 하얀색뿐인 거야?"


네르파가 단짝인 암컷 아기 물범 루나에게 물었습니다. 루나는 네르파에게 말했습니다.


"네르파, 우리 세상은 눈부시게 아름다워. 반짝이는 얼음과 밤하늘의 오로라는 그 어떤 보석보다 아름답지."


하지만 네르파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루나, 나는 알록달록한 세상을 꿈꿔. 초록빛 숲과 파란 하늘, 울긋불긋한 꽃들이 가득한 세상을 보고 싶어."


"무슨 소리야, 네르파? 초록빛 숲이라니?"


루나는 네르파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어젯밤 꿈에서 봤어. 난 푸른 잎사귀 사이를 뛰어다니고, 알록달록한 꽃들 사이에서 뒹굴었어. 따뜻한 햇볕이 내 몸을 감싸는 기분은 정말 황홀했어."


네르파는 꿈에서 본 세상을 떠올리며 눈을 반짝였습니다. 루나는 네르파의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정말 그런 세상이 있어? 상상만 해도 멋지다!"


"응, 난 꼭 그곳을 찾아갈 거야!"


네르파는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어느 날 밤, 네르파는 또다시 꿈속에서 초록빛 숲과 파란 하늘을 보았습니다. 꿈에서 깨어난 네르파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루나, 나 꿈속 세상을 찾아 떠날 거야! 너도 같이 갈래?"


루나는 잠시 망설였습니다. 넓고 낯선 세상으로 나가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따뜻하고 안전한 얼음 궁전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네르파, 나는... 나는 잘 모르겠어. 세상은 넓고 위험하잖아. 우리가 무사히 꿈속 세상을 찾을 수 있을까?"


루나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네르파는 루나의 손을 잡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루나, 우리는 함께라면 할 수 있어. 꿈을 찾아 떠나는 거야!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신나는 모험을 할 수 있을 거야."


네르파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꿈에 대한 열정은 루나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루나는 결심했습니다.


"좋아, 네르파! 함께 꿈을 찾아 떠나자!"


네르파와 루나는 얼음 궁전을 빠져나와 예니세이 강을 따라 남쪽으로 헤엄쳤습니다. 처음에는 강가의 갈색 버드나무와 초록 이끼가 신기했지만, 곧 하늘에서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크아아악! 저 통통한 물범들은 내 저녁 식사다!"


거대한 물수리 카이가 네르파와 루나를 향해 쏜살같이 내려왔습니다. 두 물범은 필사적으로 헤엄쳐 강가의 갈대숲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카이는 갈대숲 위를 몇 번 맴돌며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지만, 빽빽한 갈대 사이로 숨은 네르파와 루나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크아아악! 다음에 다시 만나면 너희들은 내 뱃속에 있을 거다!"


카이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날아갔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네르파와 루나 앞에 두 마리의 수달이 나타났습니다.


"괜찮니, 아가들?"


수달 형제 토비와 모비였습니다. 네르파와 루나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커다란 새가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했어!"


토비와 모비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네르파와 루나를 위로했습니다.


"걱정 마, 우리가 도와줄게. 여기는 우리 영역이니까."


토비와 모비는 네르파와 루나를 데리고 강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가는 길에 토비와 모비는 두 물범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네르파와 루나는 곧 수달 형제와 친해졌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네르파와 루나는 토비와 모비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며칠 뒤, 깊은 밤, 네르파와 루나는 늑대 무리 그레이 팽에게 둘러싸였습니다.


"크르릉! 오늘 운이 좋군. 통통한 아기 물범이 두 마리라니!"


늑대 우두머리가 침을 흘리며 네르파와 루나를 노려봤습니다. 두 물범은 겁에 질렸지만, 용감하게 맞서 싸웠습니다. 네르파는 재빠르게 몸을 굴려 늑대들의 공격을 피하고, 루나는 날카로운 이빨로 늑대의 꼬리를 물었습니다.


"깨갱!"


늑대 우두머리는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지만, 다른 늑대의 공격에 네르파는 옆구리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네르파는 루나에게 소리쳤습니다.


"루나, 먼저 도망쳐! 내가 늑대들을 유인할게!"


루나는 망설였지만, 네르파의 단호한 눈빛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루나는 있는 힘껏 헤엄쳐 늑대 무리에서 벗어났습니다.


네르파는 상처를 입은 채 숲 속을 헤매다가 쓰러졌습니다. 눈을 떠보니 따뜻하고 아늑한 굴속이었습니다.


"정신이 드니, 꼬마야?"


다정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오소리 할머니였습니다. 오소리 할머니는 네르파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따뜻한 음식을 먹였습니다.


그때, 굴 밖에서 루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네르파! 네르파! 어디 있는 거야?"


네르파는 기쁜 마음으로 굴 밖으로 나갔습니다. 루나는 네르파를 보자마자 달려와 꼭 껴안았습니다.


"네르파, 다친 곳은 없니? 정말 걱정했어!"


네르파는 루나를 안심시키며 말했습니다.


"괜찮아, 루나. 오소리 할머니께서 치료해 주셨어."


두 물범은 오소리 할머니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르파와 루나는 울창한 숲 속에서 거대한 불곰 바투와 마주쳤습니다. 바투는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고 위협적으로 둘에게 다가왔습니다.


"크르르릉! 맛있는 간식이 두 마리나 나타났군."


바투는 침을 꿀꺽 삼키며 네르파와 루나를 잡아먹으려 했습니다. 두려움에 휩싸인 네르파와 루나는 있는 힘껏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바투는 빠르고 강했습니다. 네르파와 루나는 곧 막다른 절벽에 다다랐습니다.


"이제 도망칠 곳은 없다!"


바투가 포효하며 달려들었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네르파는 번뜩이는 재치를 발휘했습니다.


"루나, 저기 봐! 연어 떼다!"


네르파는 절벽 아래 강을 가리켰습니다. 바투는 연어 떼를 보자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바투는 네르파와 루나를 잊은 채 연어 떼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네르파와 루나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두 물범은 강을 따라 계속해서 헤엄쳤습니다. 며칠 동안 쉬지 않고 헤엄치던 네르파와 루나는 마침내 거대한 호수에 도착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두 물범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루나, 이게 꿈이야 생시야?"


네르파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니!"


루나도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드넓게 펼쳐진 푸른 호수는 햇빛에 반짝이며 눈부신 광채를 발했습니다. 호수 주변에는 푸른 침엽수림이 울창하게 펼쳐져 있었고, 알록달록한 꽃들이 호숫가를 수놓고 있었습니다.


"네르파, 우리가 꿈꾸던 세상을 찾았어!"


루나는 기쁨에 겨워 소리쳤습니다. 네르파도 벅찬 감동에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정말 아름다워! 초록색,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 세상에 이렇게 많은 색깔이 있다니!"


네르파는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정말이야! 그리고 공기도 너무 맑고 상쾌해!"


루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습니다.


두 물범은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들이 찾아온 곳은 바로 세계에서 가장 크고 깊은 호수, 바이칼 호수였습니다.


네르파와 루나는 바이칼 호수에 정착하여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알록달록한 세상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두 물범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어려움을 헤쳐나갔습니다. 네르파와 루나는 바이칼 호수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네르파의 후손들은 바이칼 호수에서 번성하여 담수에 적응한 유일한 물범, 바이칼 물범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바이칼 호수에는 수많은 바이칼 물범들이 살게 되었습니다. 어느 따뜻한 봄날, 아기 물범들이 엄마 물범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우리는 왜 다른 물범들처럼 바다에 살지 않고 호수에 사는 거야?"


엄마 물범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품에 안았습니다.


"얘들아, 아주 오래전, 우리 조상 네르파와 루나가 용감하게 북극을 떠나 이 아름다운 호수를 찾아왔단다. 긴 여정 동안 많은 위험을 겪었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마침내 이곳에 도착했지."


"우와, 정말 멋진 이야기야!"


아기 물범들은 눈을 반짝이며 엄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사람들은 우리 바이칼 물범의 존재를 미스터리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네르파와 루나의 모험과 용기의 결과란다. 그들은 우리에게 꿈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지혜를 가르쳐 주었지."


엄마 물범은 아이들에게 네르파와 루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의 용기와 지혜를 본받아 아름다운 바이칼 호수를 지키며 살아가라고 당부했습니다. 네르파와 루나의 이야기는 바이칼 물범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전설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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