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사진: Unsplash의Celine Ylmz
따스한 햇살 아래, 향긋한 커피 향이 가득한 카페 테라스. 짙은 갈색의 커피 찌꺼기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이름도 없이 그저 '커피 찌꺼기'라고 불리는 이 작은 존재는 자신만의 이름을 갖고 싶어 했습니다.
어느 날, 따뜻한 바람 한 줄기가 커피 찌꺼기 곁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안녕, 넌 누구니?"
바람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난... 난 그냥 커피 찌꺼기야."
커피 찌꺼기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음, 넌 갈색이 참 예쁘구나. 마치 따뜻한 햇볕 같아. 앞으로 널 '라운'이라고 부를게. 브라운을 줄여서 라운, 어때?"
바람은 싱긋 웃으며 커피 찌꺼기에게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라운은 처음으로 나만의 이름을 갖게 된 것입니다!
"라운, 예쁜 이름이야! 고마워!"
라운은 기쁜 마음으로 바람에게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커피 향기를 바람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바람은 향긋한 커피 향을 싣고 멀리 날아갔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라운은 카페 밖 쓰레기통 옆에 버려졌습니다.
'으... 냄새. 난 이제 버려졌나 봐...'
라운은 울적한 마음으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때, 참새 한 마리가 날아와 라운 옆에 앉았습니다.
"짹짹, 넌 뭐야? 왜 여기 버려져 있니?"
참새 '올리버'가 라운에게 물었습니다.
"안녕, 난 라운이야. 커피 원두를 갈아 물에 우려내고 남은 찌꺼기지. 향긋한 커피를 만들고 나면 난 이렇게 버려져."
라운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짹짹, 그렇구나. 넌 이제 쓸모없는 쓰레기가 된 거야. 쯧쯧, 안됐다."
올리버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라운은 올리버의 말에 상처를 받았지만, 꾹 참았습니다.
'미운 말을 하는 참새지만, 나의 향기가 조금이나마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어.'
라운은 작은 커피 향기를 올리버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올리버는 뜻밖의 선물에 놀랐지만, 이내 향긋한 커피 향을 맡으며 표정이 부드러워졌습니다. 하지만 올리버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훌쩍 날아가 버렸습니다.
사진: Unsplash의Amber Kipp
그때,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라운 옆에 앉았습니다.
"야옹, 왜 울고 있니?"
고양이 '미호'가 라운에게 물었습니다.
"흑흑, 난 이제 쓸모없는 쓰레기가 됐대..."
라운은 흐느끼며 말했습니다.
"야옹, 꼭 그렇지만은 않을 거야. 세상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있잖아. 어쩌면 넌 멋진 존재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미호는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라운은 미호에게도 커피 향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것은 라운이 가지고 있던 마지막 커피 향이었습니다.
"음... 하지만 난 이제 더 이상 커피 향이 나지 않아. 내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라운은 실망하며 말했습니다.
"괜찮아, 라운. 네 향기는 우리에게 행복을 주었어. 나도 네 향기가 마음에 들어."
라운은 이제 완전히 커피 향기를 잃었습니다. 모든 향기를 나누어 주고 나니, 라운은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미호의 말처럼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마침 카페 안에서 엄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아라가 라운이를 발견했습니다.
"엄마, 저 커피 찌꺼기 좀 봐. 너무 아깝지 않아? 왠지 쓸쓸해 보여. 엄마, 우리 라운이를 화분으로 만들면 어떨까?"
아라는 라운이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라의 엄마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라야, 커피 찌꺼기는 이미 쓸모가 없어. 게다가 향기도 다 날아갔잖아. 왜 굳이 집으로 데려가려고 하니?"
아라는 실망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엄마, 라운이는 쓸쓸해 보여. 내가 예쁜 화분으로 만들어주면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라운이에게 좋은 향기가 나지 않아도 괜찮아. 라운이는 그 자체로 특별하니까."
아라의 진심 어린 말에 엄마는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알았다, 아라야. 네 마음이 그렇게 간절하다면 데려가도 좋아. 하지만 네가 직접 라운이를 돌봐야 한다는 약속을 꼭 지켜야 해."
아라는 기쁜 마음으로 라운이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아라는 라운이를 예쁜 화분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놓인 라운이는 매일 아침 아라의 부드러운 손길로 물을 마시고, 따스한 햇볕을 쬐며 하루가 다르게 예쁜 꽃을 피워냈습니다.
"라운아, 정말 예쁘다! 네가 있어서 우리 집이 더 환해졌어."
아라는 라운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라운이는 아라의 따뜻한 미소에 행복했습니다.
"아라야, 고마워. 네 덕분에 난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울 수 있게 되었어. 난 네가 매일 물을 주고 햇빛을 보여주는 게 정말 좋아."
라운이는 아라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나도 라운이 네가 정말 좋아. 넌 나의 특별한 친구야."
아라는 라운이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어느 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아라네 집 창가에 참새 한 마리가 비를 피해 앉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은 바로 라운이가 있는 창가였습니다. 깜짝 놀란 참새 올리버는 라운이를 알아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 너... 혹시 라운이니?"
올리버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맞아, 나 라운이야. 기억나?"
라운이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넌 쓰레기통 옆에 있었잖아."
올리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응, 하지만 아라가 나를 구해줬어. 이젠 멋진 화분이 되었지."
라운이는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올리버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습니다.
"미안해, 라운아. 내가 너무 함부로 말했어. 넌 정말 멋진 존재가 되었구나."
라운이는 올리버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따뜻하게 웃었습니다.
"괜찮아, 올리버.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 이제 넌 내가 얼마나 멋진 존재인지 알겠지?"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라운이에게 다시 한번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둘은 친구가 되어 함께 비를 피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라운이는 이제 더 이상 쓸모없는 커피 찌꺼기가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생명을 품은 '라운', 멋진 화분이 된 것입니다.
"라운아, 넌 정말 멋져! 앞으로도 함께 예쁜 꽃을 피우자!"
아라는 라운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라운이는 아라의 따뜻한 미소에 행복했습니다. 라운이는 아라와 함께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갈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나도 아라 네가 정말 좋아. 우리 앞으로도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자!"
라운이는 아라의 손길을 느끼며 행복하게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