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에서 한국인 노동자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재일)은 파란 피부를 가졌다. 할머니는 블루멜라닌은 오래 살지 못해 미리 정을 떼야 한다며 나를 데려가 키웠지만 졸리고 배고플 때 바락바락 우는 아기였던 나는 100일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은 동생 재우가 태어난 뒤 인천으로 이사를 한다. 가구공장에서 일을 하던 아버지는 사촌이 있는 미국 버지니아로 이민을 결정한다. 그 무렵 베트남의 외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엄마와 동생 재우는 베트남에 머물다 미국에서 합류하기로 했고, 나와 아빠만 미국으로 떠난다.
조지아에 도착해 의무 고용 계약 기간을 채우는 동안 아빠와 크게 다툰 엄마는 결국 연락을 끊고 미국에 오지 않는다. 아빠는 미국에서 자리를 잡기위해 노력하며 강우 삼촌이 있는 버지니아 셰인빌에서 삼촌의 세차장과 세탁소를 겸한 캔스워시에 취직하고, 나는 셰인빌 고등학교에 다니게 된다. 스쿨버스에는 blued라는 포스트잇이 붙어있고, 역사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차별과 혐오의 단어로 나에게 모욕을 주며, 나는 하지도 않은 강도 사건의 용의자가 되지만, 같은 파란피부인 클로이와 나를 이해해주는 셀마라는 친구를 사귀며 차츰 미국생활에 적응해 간다.
하지만 재일에게 미국에서 성공적인 인생으로 파란 피부를 극복하며 살라는 희망을 주던 강우 삼촌이 갱에게 살해당하고, 자신의 블로그에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문제 삼으며 내 편을 들어주는 글을 쓰던 친구 클로이가 억울한 죽음을 당했으며, 셀마가 산불에 중상을 입게 되었으나 내가 산불을 낸 용의자로 지목을 당하는 등 재일의 미국에서의 삶은 절대 순탄하지 않았다. 결국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나는 돈을 훔쳐 달아난다. 그 무렵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했으나 엄마와 동생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돈을 모으며 열심히 일한 나는 베트남 공항에 도착한다.
작가소개
댄서를 꿈꿨고 때때로 락밴드를 했다. 극단을 어슬렁거렸으나 공연기획자로서의 삶은 길지 않았다. 돈은 필요한데 정장을 입는 건 싫어서 IT회사에 다녔다. 《콘크리트》는 세상에 내놓은 첫 소설책이다. 20세기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 살고 있다. IT와 금융업에 종사하다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쓰는 건 이제껏 거쳐 온 많은 취미 중에 건져 올린, 유일하게 쓸 만한 직업이다. 코미디언과 격투기 선수가 되겠다는 꿈은 일찌감치 접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하고 싶다 해도 재능이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음악만큼은 놓지를 못해 간헐적으로 밴드에서 곡을 쓰고 노래를 한다.
출처 : 채널예스
-작가에 대해 알고 싶어 초록창에 작가 이름을 검색했는데 소설가이자 가수라고 뜬다. N잡러가 대세라지만 너무나 보기 드문 이력에 놀랐다. 요즘은 다재다능한 사람이 정말 많은 것 같다. 회사생활을 한 경험이 글쓰기에 도움이 되었다니 100세 시대에는 정말 다양한 경험과 직업이 필수라고 느껴진다.
전체 의의
-피부는 블루멜라닌, 한국에선 다문화가정, 미국에선 동양계 이민자 가정. 하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가장 낮은 계층으로 차별과 혐오를 딛고 자신만의 여행을 시작한 소년의 성장소설.
-블루멜라닌이라는 환상적인 이미지와 역사적인 사실이 소설의 배경으로 핍진하게 어우러지면서 진실성을 획득함.
-소외와 차별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블루멜라닌 소년의 삶을 통해 그의 눈과 마음으로 따라가며 무엇이 자유이고 평등인가를 생각해보게 함.
7쪽
소설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보면 시의 수미상관 기법을 생각나게 한다. 소설의 첫 장면에서 엄마는 나의 크고 검은 눈동자를 좋아하고 바둑돌 같은 그것이 자신을 꼭 닮았다고 이야기해 주었지만, 나는 타인의 시선을 잡아채는 나의 파란 피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이어간다.
296쪽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상통화를 하던 셀마가 나의 눈동자가 검은 바둑돌 같다고 하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엄마를 떠올리고 그 말이 먼 곳에서 전하는 포옹이라고 생각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파란 피부 때문에 소외와 차별을 당하던 주인공이 엄마와 닮은 자신의 바둑돌 같은 눈동자를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은 주인공이 성장했음을, 더욱더 성장할 것임을 보여준다.
55쪽
이 책에서 전하는 차별과 소외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줄거리에서 언급했던 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아빠마저도 동생이 아닌 나를 미국에 데려온 것을 후회하는 장면이나, 불명확한 국적과 피부색 때문에, 그래서 자유로웠으나 그만큼 외로웠다고 고백하는 나의 말에서 철저하게 외로울 수밖에 없었던 재일의 처지가 명확하게 보여 진다.
291쪽
"나는 설명하기 힘든 외로움을 느꼈다. 블루멜라닌과 함께하지 않을 때, 나의 불명확한 국적과 피부색은 고립감을 선사했다. 그래서 자유로웠으나 그만큼 외로웠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곳에 속할 수 있는 현자가 아니었다. 나는 개인이었다. 작고 어린 파란색이었다."
264쪽
미국에 온 뒤 억울한 처지에 놓여도, 불합리한 차별을 받아도, 심지어 학교 친구들에게 이유없이 폭행을 당했을 때도 가만히 있었던 나는 셀마의 병문안을 갔다가 만난 사이먼과 루크를 향해 처음으로 발끈한다.
“너희들은 뭘 가진지 몰라”
265쪽
“루크, 넌 나를 공격한 애들과 함께 있었잖아. 불을 피우면서 웃고 있었잖아. 삼촌을 잃은 내 앞에서도 그렇게 행동했잖아. 사이먼, 너는 셀마를 때렸어. 그걸 아무도 모를 줄 알았어? 셀마가 저렇게 돼서 정말로 슬프긴 해? 클로이가 사고를 당했을 때도 슬펐어? 그래서 한다는 게 고작 추모 사이트에 댓글이나 다는 거였어? 네 여자친구였잖아. 그런데 전혀 모르는 사람 일인 것처럼 굴었잖아. 나한테 괜찮으냐고 물어봤잖아. 그게 내 문제인 것처럼, 네 일은 아닌 것처럼 행동했잖아”
이 대목은 소외와 차별을 일삼으면서 본인이 차별주의자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꼬집는 말이기도 하다.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을 택하면서도 나의 마음음 직접적으로 드러내거나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을 찾기 힘든데 마지막 즈음에 와서 루크와 사이먼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그것도 학교 친구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서 하면서 그 말들이 칼처럼 날아가 두 사람을 찔러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직접 드러냄으로써 한층 성장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297쪽
또 다른 주목할 점은 소설이 끝난 뒤 작가의 말에서 소설의 뒷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점이다. 재일은 정말 어른이 되어서 이런 인생을 살고 있을 것만 같다. 궁금한 독자는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재미있었던 점은 재일이 태어난 해에 있었던 세계적인 사건(911테러)을 알려줌으로써 정확한 주인공의나이를 알 수 있게 하고, 미국에서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과 같은 한국 뉴스와 유튜브를 열심히 보는 아빠를 통해 시대와 아빠의 정치적 성향을 짐작하게 하며, 코로나 팬대믹 시기나 러시아-우크라이아 전쟁이 직간접적으로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하며 주인공이 지금, 현재 우리 곁에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엮어읽기를 추천
마지막으로 같이 엮어 읽으면 좋은 책을 한 권 소개한다. 2019년도에 출간된 김지혜 작가의 《선량한 차별주의자》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란 우리는 스스로가 선량한 시민일 뿐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을 의미한다. 차별당하는 사람은 있는데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없는 세상에서 차별에 대응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소설을 읽으면 주인공 재일의 상황을 더욱 세세하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