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추어탕. 그게 왜 먹고 싶은 건데.

길을 잃은 분노

by 소녀

부산분이 아닌 석이의 부모님은 부산에서 고등어추어탕 집을 하셨었다. 미꾸라지추어탕을 먹지 못하는 내가 너무 맛있게 먹었던 고등어추어탕.

무허가건물에 현금장사로만, 그것도 새벽부터 점심까지만 하는 찰나의 영업에 현금을 꽤 보유할 수 있는 식당을 하셨었다.

3년의 연애기간 동안 코빼기도 안 보이다가 결혼을 하기로 하고 찾아뵈었던 석이의 부모님. 그 부모님이 하시는 식당의 고등어추어탕을 참 좋아했다.


그리고 6년의 결혼생활, 예쁨 받는 둘째 며느리.

비린 걸 유독 싫어했는데 그 고등어추어탕은 왜 그렇게 잘 먹었는지 아직도 모른다.


그리고 6개월 만에 남보다도 더한 사이가 되고, 연락이 끊어지고 아니 연락처는 알지만 연락이 오지 않는다.

내가 할 이유도 없었고. 행여나 내가 돈 없다고 징징대면서 돈 달라 할까 봐서 무서워하는 석이의 형제들한테는 더더욱 할 필요도 없고.

그리고 지금, 무허가 건물이 허물어졌다. 도로가 넓어졌다. 그리고 석이의 부모님은 내가 연락하기 전까진 행방도 모르게 되었다.


계속 그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그래서 나의 분노.. 화… 서러움, 속상함 그 감정들을 미루고 미루고 있었나 보다.

그런데 이제는 쏟아낼 곳이 없어졌다. 표현할 수 있는 대상도 없어졌다. 그래서 화병이 더 깊어졌을까?


기가 막히게도, 고등어추어탕이 먹고 싶다.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그 고등어추어탕이 왜 지금 먹고 싶을까.


어디서라도 고등어추어탕, 그 한 그릇을 먹고 나면 이 감정을 풀어낼 수 있을까, 흘려보낼 수 있을까.

그분들은 8년이라는 세월을 어떻게 보내셨을까,

여전히 우리를 원망하고 계실까,

당신 손주들이, 조카들이 궁금하기는 할까.

이 모든 건 내 미련이 만들어 낸 궁금증일까.


민낯을 알게 된 지금은 다시 맺고 싶지 않은 관계지만

내 남자가 보고 싶어 질 때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생각들.

후회와 미련을 남기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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