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마실 가듯 가보기
그 해소책이 집 바로 앞 원수산 오르기.
집 바로 앞이면 무슨 산책로정도겠지 하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진짜 산이다.
영어로 Not valley, but mountain
내가 사는 아파트 동에서 나와 깜찍한 쪽문을 지나 편도 2차선 길을 무심히 건너면 바로 원수산 입구다
그렇다고 바로 등산로가 나오는 건 아니고 데크로 새롭게 조성된 산책로이다.
한적하던 길에 데크가 생기니 부쩍 사람이 많아졌다.
약간의 경사가 있을 뿐 부담이 안 되는 경사이다 보니 나이 든 사람도 많이 보인다.
다정하게 부부가 손을 잡고 다니니 보기 좋다.
오늘은 새삼스레 등산로로 향했다.
이 길을 난 더 좋아한다.
등산로 입구까지 다른 아파트 단지 옆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한적하니 참 좋다
여러 가지 잡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색의 길이다
괜히 핸드폰 보고 가다간 빼곡히 찬 나뭇잎에 치이니 생각은 하되 시야는 앞에다 두고 걸어야 된다.
고요한 사색의 길이다
언제가 꼭 치킨을 시켜 먹으리라 결심만 3년째인 벤치가 곳곳에 있는 입구가 내 눈에 도사린다.
또한 그곳은 시간에 따라 계절에띠라 다른 풍광을 나에게 허가한다.
원수산 입구에 도달하면 커다란 바위 이정표가 굳이 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절천지 원수'가 아닌
'대통령 원수'하는 그 원수임을 알게 해 준다.
진입로 여기저기 발길 따라 걷다 보면 수경공원이 보인다.
여러 번 와봤지만 볼 때마다 자연이 나를 품고 있다는 안락함을 부여하는 곳이다.
연꽃의 봉오리가 나 좀 보세요 하고 어필을 하니 꼭 봐줘야 한다. 섭섭하다 뭐라 한다.
전반부에 언급한 데크길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뜨거운 낮보다는 갈색이 뉘엿뉘엿 내려오고 저녁 냄새를 맡으며 거니는 것이 더 좋다.
어둑어둑 해지면 루틴대로 조명이 여기저기 켜진다.
결코 높다고 볼 수 없는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와 그냥 산책 수준의 난이도만 부여하는 덴트길의 선택만이 있을 뿐인데, 대부분은 후자를 선택한다.
나도 그렇다. 운동 효과? 거의 없다.
내 집 앞동산 같은 원수산.. 아늑한 쉼을 주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