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개신교를 말한다.
그렇다고 불교나 천주교 계열 학교는 상대적으로 우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순히 38년 전 1987년부터 1990년 2월까지 내가 경험한 고교생활에 대한 넋두리이다.
나는 결코 기독교 고등학교에 가길 원하지 않았다.
그 당시 서울지역은 소위 '뺑뺑이'로 고등학교 입학 자격이 부여된 학생을 학군지 내에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배정을 하는 천인공로의 만행을 저질렀다.
내가 속한 학군지에서 예상되는 학교 중에 하나에 배정된 건 맞지만 학교 배정받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냐? 배정받은 학교는 일반 고교가 아닌 종교 학교였기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평소에 반감이 많았던
기독교 학교라니... 암담했다.
실상도 모르고 그냥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그 후 알게 된 사실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지 못했다.
매일 아침 반 자체 조례 전 기도, 종례 후 기도
매주 수요일마다 전교생 집체 예배 시간
매주 1시간씩 학교 목사의 성경시간
일부 연배 있는 선생님들의 수업 전 기도, 수업 후 기도
처음엔 낯설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니 견딜만했다.
그냥 순종이란 것에 익숙해지는 순간이었다.
'너희는 미숙하니 교사들의 지시에 순종해야 한다"는 사상을 수시로 주입, 강요했고
그 시절 군사정권의 폭압적인 사회분위기에 매칭된 교육분위기에 동물훈련화 된 우리는
비판 의식 없이 흘려보냈다.
그 당시 수요일 1교시 전체 예배 때 별 감흥 없이 강당으로 들어가는 로봇 같았다.
실제로 3학년에겐 소중한 숙면의 시간이었다
내가 그중에서도 참기 힘들었던 점은
첫째 성경의 고전적 표현
둘째 원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개신교 교육
첫 번째 사안은 역사적인 배경이 있음을 인정한다.
기독교가 들어온 시기가 구한말인 관계로 그 당시 문어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발현된 어쩔 수 없는 문제임은 이해된다.
하지만 그 후 100년이 지난 그 당시까지도 고어체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어린 맘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당돌하게도 이 점을 고1 초 목사 선생님에게 질문했지만 혼나지는 않았고 친절하게 내 질문을 이해한다면서
많이 개선 중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차라리 영어 원문이 이해가 더 될 만큼 고어표현의 낯설움은 심했다.
두 번째가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큰 문제였다.
그 당시는 너무 순응적으로 커와서 그런지 예배에 참석해서 일어나라면 일어나고 노래 부르라고 하면 노래 불렀던 시절이었다.
한마디로 '믿음의 강요'였다.
비록 그 학교에 배정받은 것은 내 의지는 아니었지만 그 학교에 배정받은 것은 크나큰 뜻이니
크나큰 축복이라고 했다.
지극히 비논리적이다.
내 부모가 거기 서울 동대문구에 터를 잡았고, 그 학군 중에서 인접학교는 공립인 C고교와 사립 기독교 학교인 D교교뿐이었는데 50% 확률로 거기에 갔을 뿐인데 운명이라니...
내가 졸업한 후 수석입학하고 학생회장었던 후배가 채플(주간 예배) 강요에 반기를 들었고, 언론에서도 부각되었다.
이를 인지한 나도 분기탱천하여 졸업한 지 한참만에 모교 게시판에 응원 댓글을 신랄하게 썼다.
학교 때 못 이뤘던 결기를 느끼게 해 준 사건이었다.
불만은 많았지만, 반항하기엔 분위기나 내가 처한 여건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순진한 나는 이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별 기억도 없는 3년의 시간을 흘러 보냈다.
돌이켜보면 위 반감 항목 같은 문제점만 있지는 않았다.
첫째 교육 차원에서 TV에서나 보던 유명한 목사의 감명 깊은 강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둘째 80년대 후반치고는 여러 가지 문화 체험(뮤지컬, 오페라, 합창대회, 미술전) 기회를 할 수 있었다.
셋째 사람을 보고 그 종교를 평가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여기서 약간의 반전
위의 세 가지를 통해서 3년 동안의 학교생활을 통해 어렴풋이 종교에 뜻을 두게 되었고,
그 후 이력서 종교란에 '기독교'라고 기입을 하였다.
그러나 개신교 교회를 다니지는 않았다.
이유는 나만의 느낌으로 개신교 특유의 배타성과 금기성이 와닿지 않았다.
주위의 여러 지인들이 나를 교회로 인도하려 하였지만 완곡히 거부했다.
그러나 50대가 한참 지나서 지금은 다른 기독교 계열인 천주교 성당을 다니고 있다.
거듭 말하거니와 개신교를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쨌든 고교시절 3년 동안 수많은 예배시간과 성경 학습으로 기독교라는 종교가 사랑의 실천임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평화를 얻고자 내 성향에 맞는 천주교를 스스로 선택했을 뿐이다.
대한민국은 종교 자유의 국가이고, 다른 종교를 믿는 이를 배척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강요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소위 미션 스쿨의 3년의 경험이 이런 나의 신념을 확고히 하게 하였다.
지금 나는 그냥 그냥 종교 본연의 의미를 향유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