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와의 험한 대결
세상 사람들이 다 효용성 있는 삶만 사는 건 아니다.
해돋이라는 행위는 경제적 효용을 따진다면 불필요한 행위다. 사전에 준비를 해야 하고, 수많은 인원이 몰리니 공권력도 동원된다. 개인들도 각자 조심도 해야 하고, 주차하기도 쉽지 않다.
26년 1월 1일 오전 6시 30분에 매서운 강추위가 새해 벽두를 때린다. 흔하디 흔한 겨울의 아침에 불과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새해 첫 해를 보겠다고 이렇게 몰려들었다. 소원을 빌러 왔나? 새해엔 개과천선하여 착하고 성실하게 살겠노라고? 나도 그 한 무리에 불과하니 비꼬거나 모욕하면 자기 비하이니 그만하자.
추위를 별로 타지는 않지만, 최소 1시간 이상 사방팔방 개방된 호수공원의 추위와 대결에 많은 옷을 껴입었다. 잘했다. 정말 새벽추위가 대단했다. 내성적인 나는 혹시 아는 이와 마주치기 싫어 안면 마스크 같은 것도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야말로 가릴 수 있는 건 다 가리고...
막상 가보니 그야말로 남녀노소 해돋이를 보려고 많이 모였다. 이 새벽에 오려고 얼마나 많이 준비하고 왔을까 싶었다. 가족 간에 전날부터 다짐다짐하며 준비했으리라 상상해 본다.
세종시에서 공짜로 주는 떡국을 먹고자 긴 줄이 생성됐지만 나도 그 줄에 끼여 대중적 의식에 사로 집힌 건전한 떡국과 김치를 받아 안면이 없는 군중에 서슴없이 끼여 한 끼를 거두었다.
쩌렁쩌렁한 마이크 소리가 났다. 전문성이 엿보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다채로운 행사가 있으니 여기 좀 오라고, 보라고 나름 호객행위를 하지만 큰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다. 유명한 연예인이라도 와야 되는데 곧 있을 선거를 대비한 듯한 정치인들의 인사말의 연속에 박수소리도 나지막하다. 관심밖의 세레나데다.
나도 그랬다. 옆으로 획 지나가서 해돋이를 행함에 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동쪽 하늘의 해돋이를 보려고 수상무대섬 쪽으로 향한다. 세호교 다리를 건너는데, 사람들이 다들 해가 뜨는 동쪽에만 치우쳐 있다. 나도 그랬다. 저 멀리 해가 어슴츠레 모습을 보였다. 나도 모르게 기도를 했다. 통상적 내용과 더불어 재물운에 좀 더 가중치를 두고 기원을 했다. 붉은색, 노란색, 파란색의 글래디에이션이 펼쳐진다. 잔잔한 호수는 그 빛깔의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진함이 있다. 문득 내가 해돋이를 보러 왔다는 의무사항을 잊은 채 지나간 내 시간을 호수에 반추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예보했듯 7시 40분이 지나자 주위의 빛깔은 푸르스름에서 누르스름으로 자기 변태를 하였다. 잠시 눈길을 안 주면 어느새 시간의 순서대로 제 역할을 한다. 오늘이라고 특별한 일출이 아닐 텐데 분주한 아침준비로 매번 스쳐가는 이 순간은 1년 중에 하루만 주인공이 되어 이 수많은 관객들에게 공연을 한다.
하늘빛과 호수 빛깔이 비슷하다. 내가 본 호수공원의 어느 빛깔보다도 아름답다. 곱다. 시간대마다 다른 고즉넉함을 나에게 선사해 준다. 1시간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마음을 정숙하게 한다. 올해 이렇게 창연하게 시작했으니 나머지 날들도 무탈히 내 바람을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어느덧 완연한 2026년 1월 1일의 아침을 맞이한다. 드라마틱한 해돋이는 아니었지만 내 기억에 처음 해보는 해돋이니만큼 좋은 추억이 될 듯하다. 항상 썰렁한 호수공원에서 사색의 시간만 가지다가 이렇게 인파에 실려 다닌 색다른 경험도 해보았다.
다들 할 일을 다 마친 듯 집에 가기 바빠진다. 예비군 훈련이 끝나 출입문쪽으로 바삐 가는 사람들처럼 그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큰 의무를 무사히 마친 듯 안심스러운 모습이다. 나도 그랬다. 괜히 뿌듯했다.
새해 하루를 부지런히 시작한 여기 온 모든 이에게 평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