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원짜리 럭셔리 선물

나에게 주는 선물

by 자유인

나는 외모 꾸미기에 크게 관심이 없다. 꾸민다고 크게 나아질 것 같지도 않은 현실 탓이다.

머리 꾸미기는 일단 머리숱이 별로 없어 여러 제약사항이 있다. 뭘 하고 싶어도 할 게 별로 없다.

파마나 염색도 그나마 있는 머리가 손상될까 봐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서산에 살 때까지만 해도 머리를 다듬는데 만원 이상이 넘지 않았다.

<내 단골 바버샾. 4년 전에 주인이 바뀌었다>


내성적 성격 탓에 장소를 변경하는 걸 꺼려해서 한번 정해지면 웬만해서는 바꾸지를 안았다. 그 당시 잘 가던 미용실 이름은 ' 나이스 가이'라고 남성 이발 전문점이었다. 집에서도 가깝고 7천 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에 작업 중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아 그냥 단골로 눌러앉았다. 그러나 좀 불편한 면이 단가가 싸서 그랬는지 이발 후 머리 감는 것은 그야말로 '셀프'였다. 세 개의 샤워꼭지를 설치해서 머리를 고개 숙이고 감아야 했다. 수건이 삐죽 내밀고 있는 구멍에서 수건을 알아서 빼서 닦아야 하는 공장 같은 시스템이었다. 그러다가 물이 튀어 입고 있는 옷이 젖기도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아저씨 3명이 나란히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감아대는 모습은 그리 아름답지 못했다. 초기에 친절했던 미용실은 점점 공장처럼 변해갔다. 선착순으로 싸구려 소파에 앉아있다가 미용사의 콜을 기다린다. 그러다가 부름을 받으면 기계적으로 머리를 깎고 알아서 다음 공정인 머리 감기로 물 흐르듯 진행이 된다. 총시간이 10분 내외였던 것 같다. 기다리는 시간이 오히려 길다. 얼마 후 장사가 잘 돼서 그런지, 요금도 천 원 올리고, 나름 프랜차이즈였던 상호명도 '나이스 가이'에서 '나이스 가위'로 변경되어 나를 웃게 만들었지만, 계속되는 저가 서비스에 머리를 깎고 나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 넘의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흐드러지게 주위에 피어있는 다른 미용실에 가는 것은 여전히 꺼렸다.

8천 원에 그 정도 서비스면 준수했지만 괜히 서글퍼지는 건 뭐였을까?


그러다가 세종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나에겐 커다란 고민이 생겼다.

평균 3개월에 한 번 가는 미용실이지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여기저기 남자전용 바버샵을 찾다가 처음 간 곳은 예스러움이 묻어나는 이발소였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한번 경험하고 다른 데를 알아봐야 했다.

그러다가 알게 된 곳이 지금 3년째 단골인 '로이X'라는 바버샵이다. 생소하게도 꼭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는 곳이고, 요금도 3만 원이라는 거금을 지불해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난 이곳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1인 미용사가 운영하는 곳이라, 내가 방문하면 손님은 나밖에 없고, 젊은 남자 미용사가 나를 맞이한다. 물론 인사 외 난 한마디도 안 한다. 알아서 내 특이한 두상에 맞게 머리를 정성껏 손질해 주고 머리도 두피 마사지도 해주며 감아준다. 내가 좋아하는 고풍스러운 장식과 음악이 흐른다. 머리를 감을 때 눈을 감고 있으면 대접을 받고 있다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옆 자리에서 작업하는 분주한 소음도 없이 조용하게 나만의 공간을 차지한 듯 융숭한 대접에 매번 흐뭇해진다.


처음엔 비싸지만 한번 경험이나 해보자고 간 곳이지만 지금은 어느덧 단골이 되었다.

내 수입이 그전보다 3배 정도 많아져서가 아니다. 오히려 수입은 줄었지만, 이런 호젓한 느낌은 3개월에 한 번씩 나에게 주는 선물이 되었다.

머리 손질을 끝내고 출입문을 나선다. 상쾌한 바람이 내 짧아진 머리를 스친다. 그 기분에 3만 원은 그렇게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