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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퓸힐러 이주용 Aug 31. 2020

퍼퓸힐러 향료를 말하다.

내가 쓰는 향료를 정리하면서

프리지어 Freesia _ 탑노트 

꽃에 담긴 이야기 꽃말은 아시나요? '천진난만', '자기 자랑', '청함'


저마다 기억은 다르겠지만, 저에게 프리지어는 입학을 축하는 꽃다발에 가득 선명한 노란색을 뿜어내는 모습으로 남아있네요, 기대감이 더 많은 그만큼 생각도 많아지는 새 학기 정말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생활을 며칠 정도 한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네요, 저도 이제 졸업한 지가 10년을 우습게 넘겨서 많이 흐려졌지만.


즐거움으로 기억되는 프리지어의 향기는 청함이라는 단어가 정말 딱 맞은 거 같아요, 가벼운 꽃향기로 주로 탑 노트로 쓰이는 향료는 향긋하면서도 묘하게 달콤함도 있어서 저도 진짜 좋아하는 정말 많이 쓰는 향료이니까요, 비율을 높일수록 진해지는 것보단 기분 좋게 맑은 인상을 주는 향기로 봄날에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가끔 부는 여름에 쓰기 좋은 향기를 만들어 주어서 더 그런 거 같네요.


보통 향기를 시향 하다 보면 그 인상에서 색감을 쉽게 떠오르게 돼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듯하고요, 프리지어는 분명 선명한 노란색으로 많이 기억하고 있지만, 왠지 향기는 더 투명함에 가까운 건 왜 그럴까요?


네롤리의 향기는 비누같이 맑다면 프리지어는 가볍게 향긋함이 그리고 그 속에서 같이 느껴지는 달콤함이 깨끗하게 다가오는 게 또 다른 느낌의 투명한 느낌이네요.


그 비율을 많이 높이면 조금은 정해진 듯한 인상을 주지만, 그 또한 좋은 향기여서 비율을 높일 때도 있고 아주 살짝 바빠서 인사도 못하고 지나치듯 순간 스치는 듯 한 인상으로 만들려고 소량을 넣기도 하네요, 한 가지 향료로 여러 가지의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지 않을까 란 상상을 하면서요...


향기에 남녀는 없다는 소견을 아직도 변함없이 공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러한 소신으로 저를 찾아 주시는 손님들에게 취향에 최대한 맞춰 향료를 추천하고 있고요, 남자 친구분께서는 향기로운 꽃향기를 좋아하셔서, 프리지어를 추천하였고요 정말 마음에 들어서 아주 기분 좋게 비율을 설정하고 테스트도 하였죠, 그 결과물에 저도 만족스러웠고요, 향긋한 향기는 늘 정말 향기로워서 만들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나네요, 아주 감 깐 몇 초지만 그 짧은 순간 향기를 즐기면 아! 이번 클래스도 잘 가이드했구나 라는 생각입니다.


날씨가 참 별난 하루하루라 귀찮은 게 많은 날이죠? 이런 날은 역시 달콤함이 가득 담긴 향기를 추천하고 싶네요, 시원한 느낌이 좋은 카시스 푸르츠(=블랙 커런츠)와 베르가못으로 가볍게 시작하는 향기에 메인으로 프리지어를 가득 넣고 미들은 딸기와 망고로 달달하게 여기에 오키드로 편안함을 가득 채우면 좋을 거 같아요, 음 라스트는 바닐라로 살짝 무겁게 하고 모스와 산달우드로 숲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소리처럼 정리하면 잠깐이지만 그 향기로 충전되지 않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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