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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퓸힐러 이주용 Feb 10. 2021

향긋한 기억 겨울 친구... Citron

Top note. Citron 기조제

이미지는 픽사 베이에서 다운로드하였습니다.

제법 추워진 겨울 초입 저는 미리 준비할 것이 있습니다, 적당한 크기와 용량 찐득한 색상의 유자청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게 딱 내가 먹기 좋은 크기의 유리병 속 알차게 담긴 달콤한 친구가 겨울을 알리는 거죠. 


페르세포네가 저승으로 가는 날이면 데메테르는 가을을 재촉한다고 해요, 딸에게 주고 싶은 대지의 축복을 거두기 위해서요, 축복을 거두는 소리는 차가운 바람으로 갑작스레 오고 봄 새소리가 들릴 때까지 전 달콤함에 취해서 따스한 기억을 매일 만들고요.


어릴 땐 어머니가 하루를 수고하셔서 만들었지만 지금은 집 가는 길 마트에서 손쉽게 사 오는 게 당연하게 되었네요, 평소에는 구경도 못하는 못생긴 열매가 왜 이리 겨울에는 생각나는지, 아마도 설탕의 달콤한 그 맛에 녹아든 Citron의 향기 좋아서가 아닐까 하네요.


힘든 계절인 여름이 가고 가을쯤부터 저는 꼭 사람들에게 자몽에서 Citron으로 길을 열어두고 있어요, 취향이 아니어도 향수의 또 다른 풍성함을 만들기 위한 작은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그냥 천천히 저마다의 속도로 걷다 보면 어릴 적 따스한 기억으로 시작하는 향기가 향수를 조금은 더 아련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일까요? 어릴 적 좋은 기억이 향기에 입혀져 더욱 빛나는 걸까요? 저에게 Citron은 어린 왕자의 장미 같은 향료입니다. 밤하늘 어딘가 천천히 빛나는 작은 별과 같이...


Citron도 스트러스 노트 중에서는 맛으로 본다면 Bitter 계열에 속하는 향료입니다, 그다지 열매 자체로는 달콤하지는 않은 것이죠, 또한 열매를 구성하는 다양한 성분들은 독성도 없고 매우 유익한 것이어서 예부터 일상에 두루 쓰였다고 해요, 편으로 얇게 썰어 음료에 넣거나 또는 음식의 식재료로도 다양하게 쓰인 것이죠, 모양은 그다지이지만 귀한 열매임은 당연한 것으로 참으로 고마운 생명이 아닐 수 없네요.


계절 이야기로 이어서 가을에 Citron은 중성적인 시프레 타입과 그린 노트를 포인트로 한 플로럴 타입 향수에 포인트로 추천을 많이 해요, 모시(=나무 이끼) 노트의 그윽함을 탑 노트의 Citron이 잘 올려주어서 더 매력적인 인상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그린 플로럴의 자칫 한 곳으로 쏠리는 듯한 싱그러움을 한층 더 기분 좋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물론 저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 정답은 아니지만 하나의 향긋함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한 번쯤 선택해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이제 겨울로 돌아와서 달콤함이 가득한 유자차의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 일까요? Citron의 향기를 추천하고 그렇을 사용할 때마다 넣지도 않는 설탕에 절인 유자청 같은 느낌을 받아요, 여기에 겨울의 향기인 우드를 베이스로 하는 향수를 만든다 하시면 더욱 평안하면서도 부드러움을 가진 향수를 만드실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기다림에 생각하며 _ 이주용

처음 널 보던 날이 어제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시간이 지났네 


그런데도 너를 더욱 보고 싶은 마음이야


유독 하얀 날 아니 너를 보아서 하얀 날 

눈 앞에 서있는 너를 보며 좋은 기억으로


작은 찻잔 향긋함으로 주고 싶은 마음


널 닮은 하얀 잔에 담긴 향긋함이 

달콤한 한 모금 향긋한 향기 


겨울을 기다리는 마음같이 


다시 볼 수 있는 사실에 웃음 지으며

행복한 시간을 기억으로 남기며


오늘도 따스한 한 잔에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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