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메모리즈 봄 열 두 번째 향기
25년 봄의 끝자락 그리고 더 가까이 다가온 여름 그 어느 날을 기억하며...이 이야기가 봄 향기의 마지막이다, 겨울이 남아있던 일월 그리고 시나브로 유월 끝 여름이 보이기 시작한 날을 위한 봄과 여름의 향기가 마지막으로 자리하고 있다.
향기를 만드는 조향사는 향기가 나는 향료를 하나씩 배워가면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그 향기를 채화해 간다, 각자의 속도에 맞게 그리고 각자의 모습으로 그것을 기억하고, 학습하고 그 향료에 익숙해 간다. 이 과정을 짧게 한 단어로 이야기하자면 '스토리텔링'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향기를 기억하기 위해서 자신의 기억 속 요소와 연결하고 그것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면 어느새 채화하여 스며 나오게 된다, 그렇게 한 사람의 조향사가 만들어진다.
나에게 칼라만시는 큰 기억이 없다, 술을 즐기지 않기에 그 원액을 사용한 기억이 없고, 피부에 좋다고 하여 물에 홍식초를 타마시 듯 마신 적도 거의 없다, 다만 음료로써 몇 번 마신 적이 전부다.
'시다.' 그 맛은 가벼운 신맛이고 시원함으로 기억에 자리하였다, 레모네이드보다 더 가벼운 맛과 식감으로 오래 전 자리한 칼라만시를 향료서 사용하기까진 긴 시간이 걸렸다.
봄의 마지막 향기 여름의 시작에 자리한 이 향기를 어떻게 만들까? 많은 생각을 하다, 몇 가지를 정한것이...
가벼움... 초록을 닮은 싱그러움... 자연스레 느껴지는 풀의 내음... 그리고 더위에 잘 어울리는 분위기
여기에... 우리내 사람들이 많이 찾는 향기가 질리지 않고 편하게 늘 쓰고 싶은 분위기를 가진 향기다.
화려한 꽃향기보단 싱그럽고 은은한 풀 같은 향기, 그리고 긴 잔향 한 가지 더 바라도 된다면 깔끔한 이미지를 이야기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향기로 보일 수 있도록 봄의 향기를 그렇게 그려보았다.
Perfume Story
칼라만시의 맛을 아시는 분들에게 이 향기를 보여주면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보인다, 어! 안 시다... 뭐지?
향기와 맛은 참 묘한 관계를 지닌다, 맛의 강렬함을 향기가 채워주기도 하고, 또 향기에 맛이 선명함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음료와 사탕에서 단맛과 신맛의 조화로움이 중요하다고 한다, 설탕의 단맛과 구연산의 신맛의 조화로움으로 더 맛있는 음료와 사탕이 되기 때문이다, 향기 이야기를 하다 사탕 이야기로 빠진 건 왜일까...
향기로서 칼라만시는 아주 가벼운 상큼함을 가지고 있다, 베르가못과 비교하여도 더 가벼운 상큼함을 가지고 있다, 이것보다 가벼운 것이 스위티 정도이니 정말이지 향기의 이미지가 참 투명한 향료이다, 이 향료를 풍부하게 사용하면 향기는 전체적으로 매우 가볍고 투명한 인상을 지니게 된다.
여기에 한 겹 이 향기만이 가지는 단단함을 위해서 스위티를 사용하고, 편안함을 위해서 모과를 가볍게 넣었다. 스위티의 향기는 칼라만시보다 더 투명하다.
떫은맛이 없는 스위티 자몽의 향기는 기분 좋은 향긋함을 지니지만, 그것을 잘 느끼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이 향료가 어떠한 향기를 만드는지는 더 모른다. 스위티를 가지고 다양함을 연구하지 않았기에...
모과 향 또한 매우 차분하고 가벼우며, 자극적인 향기가 아닌 편안함을 가진 향료다. 요즘 모과의 실제로 본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나의 기억에서 차 뒷자리 창이 있는 자리 구석에 제멋대로 놓인 것을 몇 번 보고 만져 본 것이 다다.
묘하게 손끝에 기름 같은 끈적임이 느껴지는 촉감... 그리고 씻어도 남아있는 짙은 향기... 천연 방향제라 할 수 있는 과육이다.
그런데 이 향료는 매우 가볍고 편하며, 은은하다. 그리고 지속력 또한 매우 짧다. 꼭 맑은 녹차를 닮았다.
난 이렇게 가볍고 투명하며 은은한 향기들로 봄의 끝 그리고 여름의 시작을 이야기하는 향기의 시작을 꾸몄다.
탑 노트를 투명함과 가벼움으로 채웠다면, 하트 노트는 노란 프리지어를 초록으로 보이게 하는 착각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허니서클과 바이올렛이다.
허니서클은 벌들이 둥글게 꽃 위에서 원을 그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묘한 달콤함을 가진 식물의 향기는 싱그러움 또한 강하게 가지고 있다, 조향학에서 이야기하는 그린플로워 또는 프레쉬플로워 속에 속하는 향료로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여기에 칼라만시에 스위티를 더하듯 바이올렛을 더하여 싱그러운 분위기가 더 선명해지도록 하고 살짝 중성적인 분위기까지 주어서 누구에게나 취향이 아니더라고 좋은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비율을 정하여 사용하였다.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만들고 싶은 향기를 결정하면 그 향기를 구성하는 향료들의 조화로운 비율이다.
비율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스토리를 완성하는 기본이 되며 공감을 만들어 주는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일정 과정이 지나면 자연스레 머릿속에 적절한 비율이 자리하게 된다.
이 부분을 많이들 신기해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비율 자체가 아닌 이야기에 있다. 향기로서 전하고 싶은 의미가 향기를 만드는 사람에게 더 중요하다. 비율은 단지 수단일 뿐...
여름을 닮은 봄의 향기 프리지어의 향기는 이렇게 싱그럽게 자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잔향을 난 약간의 포근함으로 정리하려 한다. 가벼움이 가득한 이 향기를 더 좋은 모습으로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니까.
아이리스는 붓꽃의 뿌리를 주원료로 해서 얻은 향료다, 그리고 이 향기는 바이올렛과 참 많이 닮아있다, 그래서 하트 노트의 싱그러움과 잘 어울리는 포근함을 가지고 있다. 싱그러움이 지나 차분하게 느껴지는 향기는 여름이라 하여도 부담이 적다, 여기에 향기의 보존성을 높이는 엠버그리스를 모스와 함께 사용하여 중성적인 분위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로써 이 향기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완성하였다.
모두 이 향기로 여름의 더위를 가볍게 보내시라고, 이 향기로 그리고 싶었던 편안한 산책로를 떠올리시고, 더운 바람이 아닌 선선한 바람이 더 많이 여러분들에게 가까이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더운 여름은 때가 되면 가을이 되고 다시 겨울이 될 터이니 하루하루 당신의 모습으로 살아가시라고...
당신의 일상이 평온하시길.. 그리고 작은 향긋함이 함께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