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 앤 모스

25년 메모리즈 여름 두 번째 향기

by 퍼퓸힐러 이주용

Perfume color

#82bcef


Perfume Main Accord

Top

라임, 소다, 네롤리

Heart

아쿠아, 럼

Bass

모스, 엠버그리스


맑은 향기에 나만의 감성으로 달콤함을 담다.. 25년 여름은 기억에서는 그다지 꽤 덥지는 않았다, 아마도 미화되어 남아버린 까닭이 아닐까 한다.


유월이 조금씩 지나고, 더위가 선명해지는 날이 오기 전에 선물하는 마음으로 만든 아쿠아틱 시프레는 시프레가 가지고 있는 꽃을 지우고 어찌 보면 가장 단순하게 하얀색 꽃의 맑음으로만 채운 고전적인 모습에서 참 많이 멀어진 향기다, 지나온 더위가 멀리서 더 있다. 살처럼 지나가길 하는 바람으로 향기를 그린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하다.


향기를 공부하면서 나를 조금씩 더 잘 알게 되었는데, 난 내 마음이 평온한 방향으로 길을 선택하고 그냥 무심히 꾸준히 걷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다, 다른 이의 시선을 끄는 모습이 아닌, 그냥 내가 편한 공간에서 혼자라서 더 잘하는 방식을 가지고, 무언가를 계속 만드는 것이 내가 참으로 잘하는 것이다.


그 잘함은 과정에서 만족을 느끼며 이다음을 더 좋은 그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동력이 되어준다. 그리고 내가 아끼는 이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 또한 나의 동력이 된다,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마음으로 향기를 대하는 나는 그래서 세상 흔하지 않은 또 하나의 향기를 만들었다.

처음 보는 향기지만 어디선가 꼭 본 듯한 이 향기를 단숨에 만들었다. 이 향기를 완성하는 생각의 시간은 5분 정도.. 그리고 향기를 만들기 위해 드린 시간은 10년이었다.


하나 모르던 내가 원하는 향기를 찾고 기억하고 그리고 싶은 향기를 5분 만에 만들기 위해서 걸린 시간이다.

나에게 유월은 긴 터널의 진입로와 같다, 운전을 못 하는 나에겐 더 멀고 어둡고 긴 터널 같은 여름의 초입이라서 그런 느낌을 자주 받는다, 여름은 나 같은 조향사에겐 끊어내고 싶은 족쇄와 같은 시기다, 480여 가지 향료가 있어도 막상 자유로이 쓸 수 있는 향기는 50개 정도가 될까 말 가한 덥고 너무나도 습한 시기들의 연속, 하루를 그냥 보내도 지치는 시기들의 연속은 떨어지는 이카로스를 닮았다.


그래서 향기로나마 여름을 조금은 가볍게 깎고 싶은 마음으로 만든 것이 아쿠아 앤 모스다, 매우 어른스러운 향기들로 어른스럽지 못한 향기를 만들어서 말이다.


아쿠아는 상상의 결과물이다, 물의 향기를 상상해서 일부로 만든 매우 인공적인 산물인 것이다. 묘하게 호불호가 느껴지는 비릿한 향기에 은은하게 느껴지는 아주 아주 옅은 수박을 닮은 듯한 달콤한 향기 또 웃긴 건 막상 수박 향기와 같이 향기를 비교하면 닮은 구석은 또 사라지고 전해 다른 인상의 향기라는 것을 공감하게 하는 향료라는 것이다.


이런 비린 듯 달콤한 듯 맑은 향료는 시원함보다는 맑은 분위기로 그리고 조금은 진한 농도로 향기를 만들어도 자극적인 느낌을 많이 느끼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향료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정적인 여름에 사용하는 향료 중 가장 많이 손이 가는 향료다.


향기를 상상하면서 지극히 주관적인 그 느낌을 공감하고 싶은 그 마음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 다양한 방법을 찾은 적이 있다, 지금의 결과와는 다른 방법이었지만 나름의 성과를 얻고 지금의 자리에 온 것이니 결과가 아닌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의 처음은 지금처럼 글로서 전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빠르지 못하고 장황한 정보들로 오히려 접근성이 낮았지 않았는지 판단되었다, 혹 장황하지 않더라도 딱 공감하고 싶었던 하나의 포인트에선 늘 조금씩 빗겨 나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이니 이미지로도 표현하였지만 역시나 가지고 있는 능력이 낮아 마음을 채우지는 못하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다 찾은 것이 향기의 이름에 색을 입혀 특유의 감성적인 부분을 직관적으로 전하는 것이다, 색감만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에서 내가 향기로 전하고 싶은 그 무언가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한동안 색 이론에 대한 많이 고민했다.


심리적인 영역을 접근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하나 알게 된 것이 있다면, 향기를 긴 언어로 전달하는 것보다 향기를 보여주면서 그 색감과 같이 느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면 굳이 오래 설명할 필요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난 단지 향기의 주제만 단어로 전하고 그 나머지 모든 걸 색감과 향기로 공감할 수 있도록 시간을 공유하면 되도록 완성된 것이다.


아쿠아는 마음을 조금 더 편안하게 해주는 향기를 만들려고 고민한 것이다, 여름이 선명해질수록 지치고 피곤하고 또 짜증도 나게 되니, 그 마음이 일기 전에 조금은 맑은 향기로 조금은 달콤한 향기로 일어나는 마음에 차분함을 더하고 싶은 마음으로 만든 것이다. 마음을 산뜻하고 가벼운 향기로 가다가 맑고 달콤한 향기로 자리하고 그 끝은 숲을 닮은 향기와 그윽함으로 오래도록 남아서 그 마음에 한 방울의 공감으로 이해라는 것을 나도 하고 있다. 조용히 표현하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나의 향기를 완성한 것이다. 약간은 중성적인 모습을 가진 향기로 말이다.


Perfume Story

일월 차가운 바람만큼 깎아진 봄의 하늘보단 더 진해진 여름의 하늘을 표현한 색감처럼 아쿠아 앤 모스의 향기는 차분한 파란색을 닮은 향기다, 이런 향기를 만들기 위해서 탑 노트를 어떠한 향료들로 자리할지 큰 고민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목 넘김이 시원한 라임 향 가득한 소다를 중심으로 라임과 네롤리로 가벼운 산뜻함을 그렸다, 라임을 생각하면 보통은 초록의 껍질과 질긴 과육에서 주룩 떨어지는 과즙이 생각나겠지만 난 그것을 네롤리로 투명하게 그렸다. 내가 필요한 만큼 그리고 원하는 딱 그만큼 넣어서 럼의 은은한 달콤함이 차분한 파란색으로 보이도록 말이다.


하트 노트 속 물의 향기에 풍성함을 더하려고 넣은 술의 향기 럼은 그 본에 사탕수수가 있다, 설탕을 만들기 위해서 추출한 사탕수수즙은 그 농도가 높아지면 당밀이 되는데 일종의 설탕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이다, 이 부산물 또한 엄청 달다, 단맛을 지닌 이 탄수화물 덩어리는 아주 좋은 술의 완료가 된다. 탄수화물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대사 하는 미생물의 일생은 럼에 색다른 향미를 주는데 그 향미 중 난 요독 달콤함이 좋다, 술을 전혀 못 하는 나이지만, 이론적인 럼주의 특성과 럼 향료를 연구한 나로서 알게 된 것들을 풍부하게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절차니까.


시간이 만들어준 이 묘한 달큼한 향기는 아쿠아와 참 잘 어울린다, 가볍고 투명하고 은은한 향기에 아주 살짝만 넣어도 분위기는 어느새 풍성해지고 묘한 달콤함은 술의 향기지만 전혀 술의 모습이 아닌 내가 주고 싶은 이에게도 잘 어울린 만큼 어려 보이기까지 하니까. 그래서 난 기획 단계서부터 하트 노트에 다른 꽃의 향료를 전혀 선택사항에 두지 않았다. 그래야 이 향기는 완성될 수 있으니까, 꽃은 네롤리 하나로 충분하다.


잔잔함을 위한 마무리 잔향... 향기를 만드는 조향사들은 그 끝을 자신만의 모습으로 끝내고 싶은 작은 습관들이 있다. 자신이 정말이지 사랑하는 향료로 완성한 작품에 친필 서명을 하듯 그 흔적으로 마무리하는데, 나에게는 어느 날부터인가 엠버그리스를 서명처럼 사용하고 있다.

진한 향기라서 인상적인 모습으로 남는 것도 아니고, 엄청 특이한 향료라서 기억에 남는 향료도 아닌, 다만 약간의 역취와 긴 지속력으로 향기의 안정감을 높여주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엠버그리스를 난 서명처럼 넣는다. 딱 필요한 만큼, 이번 여름의 첫 시작은 모스 시리즈다, 그중 두 번째로 엠버그리스와 같이 사용하였다.


모스는 오크 모스보단 엄청 부드럽다, 특유의 스모키 한 인상도 덜 하고, 푸제르 타입의 남성적인 향기처럼 엄청 익숙한 분위기를 그리는 향료로 유명한 모스를 난 이번에 평온함으로 사용하였다. 미모사나 벚꽃 피오니로 그린 평온함이 아닌 맑은 하늘을 닮은 평온함으로 모스를 선택하였다, 특유의 남성적인 분위기를 가볍게 지우고 싶어서 엠버그리스를 선택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지만, 중요한 건 모스만이 가진 잔잔한 잔향을 여름에 꼭 만들고 싶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나에게 한계는 없다, 적어도 향기를 만드는 짧은 시간 동안 난 창조주의 감정을 늘 느끼는 기분이다. 만들고 있다는 그 즐거움을 말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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