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부 앤 모스

25년 메모리즈 여름 세 번째 향기

by 퍼퓸힐러 이주용

Perfume color

#3ea808


Perfume Main Accord

Top

비파, 레몬그라스

Heart

뱀부, 티트리

Bass

모스, 사이프러스


시원함이 생각나던 계절이었다... 칠월 출근길이 덥긴 하지만 큰 도로 인도에서 걷다 보면 바람은 참 많이 불던 날들이 많았다, 시원함은 없던 바람이 여름이라 더 선명하게 이야기하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만화를 그리던 작가의 어린 기억을 본 기억이 있다. 한 여름이 오면 할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멀리 막걸리 한 주전자를 뛰면서 나르던 이야기를 작화로 이야기하였던 기억이 이때쯤 다시금 생각난다, 할아버지가 작가처럼 어린 나이 때 지금처럼 할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술을 사 오는 날은 참 더운 여름이라 하였다, 뒷마당 큰 창을 다 열고 더위에 낮잠을 잘 때면 어찌나 모기가 극성인지 뒷마당 너머 대밭에 사는 모기에 낮잠이 짜증으로 바뀌면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그 기운으로 잠들곤 하였다는 웃음 가득한 다른 이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선조의 즐거운 지혜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에서 난 향기를 보았다, 커다란 여름의 향기를 말이다. 대나무만의 그 큰 향기를 내 손으로 그리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그것이다. 나의 경험이 아닌 다른 이의 이야기 속에서 난 또 다른 작은 창작을 시작하였다.


맑고 청아한 향기 그리고 자연스러운 느낌과 시원함으로 여름을 채우는 또 다른 즐거움을 말이다..


조향사에게 나무의 향기는 중독성이 매우 강한 향료로 기억되는 시작점이 있다, 시기적 차이만 있을 뿐 시작만 되면 조향사의 인생에서 나무의 향기는 향수병처럼 그 나무가 있는 곳을 찾아가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다, 나에게도 현실의 한계만 없다면... 인도 호주 이집트 그 나무가 자라고 커가는 곳에서 직접 바라보고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가득이다.


이런 마음을 아주 가끔 나만의 방법으로 채우는 것이 대나무를 구경 가는 것이다, 서울에도 대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다행이다, 그게 안 되면 담양까지 가는 긴 여행을 해야 하니까... 대나무의 향기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오히려 죽순일 때 가장 향긋함이 선명하다, 특유 맑은 향기와 약간의 기름진 향취는 향료로 보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다 자란 대나무에서는 느끼기 힘든 향기를 죽순에서는 운이 좋을 때 느낄 수 있다.


대나무의 향기라기보다 그 숲의 향기는 여느 숲과는 제법 많이 다르다. 뭐랄까 더 깔끔하고 가볍게 다가온다. 흙의 향기 나 공기의 향기도 그렇게 완벽하게 조율된 피아노 소리처럼 다르게 느껴진다. 다른 악기에서 나오는 것처럼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아마도 나의 감정적 상태의 변화로 인해서 향기를 느끼는 나 자신이 계속 조향사의 모습으로 바라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대나무를 좋은 마음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그 끝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대나무에 담은 다른 향기를 이야기할까 한다, 이번 시프레 타입 향기에도 난 꽃의 향기를 집중하기보다 나만의 시선으로 다름을 그려보려고 하였다, 더워진 시간만큼 시원함과 산뜻함으로 말이다. 그래서 가장 많이 고민한 향기이기도 하다, 뭐 물론 그 고민이 엄청 길지는 않았다. 기획 단계서부터 미리 가닥을 다 잡고 더 섬세하게 향료를 정리한 선방을 바라보면서 선택하는 고민을 하는 정도이니.. 뱀부 앤 모스의 향기는 선명한 초록색 나무의 향기에 약간의 떫음과 산뜻함이 있는 자연스러움이다.


이를 위해서 새로이 찾은 향료를 넣은 것이 비파 열매의 향기다. 여기에 레몬그라스의 가벼운 이국적임과

티트리와 사이프러스이다.


비파 열매는 새로운 향기를 주기적으로 찾는 시기에 얻은 향료로 매실과 살구와 레몬이 섞인 듯한 묘한 매력이 있는 향료다. 물론 이 세 가지를 섞는다고 비파의 향기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해를 돕고 싶은 마음으로 가벼운 묘사를 한 것일 뿐... 사실 나 또한 비파나무를 직접 본 적은 없기에 그 맛과 크기는 글로 알뿐이다... 나에게 파브르 선생님 같은 적극성이 더 있었다면, 한국 이곳저곳을 다니며 향료가 관련된 다양한 것을 직접 체험하지 않을까 한다... 비파나무도 저 먼 남도 지역 어디에선 쉬 볼 수 있다 하니....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살아오면서 선택한 그 결과로 나의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 보일 텐데 어떠한 모습을 비출지... 궁금하다는 생각 하나 확실한 건 보이는 게 다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다는 아니라는 것. 지금에서 새삼 스스로에게 알게 된 건 난 그냥 내가 선택한 것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후회하나 성실하게 살겠다는 다짐 하나 그렇게 조금은 단순하게 말이다.


Perfume Story

텁텁한 바람만 불어오는 칠월은 답답함이 선명하게 남았던 시간으로 남아있다, 출근길 퇴근길 그 어느 시간 하나 가볍지 않았다. 살은 따가울 정도로 선명하고 그림자 밖은 무서울 정도로 더운 날들이라고 기억은 말하고 있다. 이러한 시간에 어울리는 향기는 나에게 숲의 향기다.


나에게 익숙한 숲의 향기, 한국에서는 늘 흔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향기. 하지만 아무나 느낄 수는 없는 그런 향기를 칠월의 향기로 만들려 한다.


그 시작에는 은은하고 가벼운 레몬그라스를 넣어보려고 하였다, 다른 시트러스와는 또 다른 인상을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렇다! 비슷하지만 늘 조금씩 다른 향기를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니까, 향료로서 레몬그라스는 자극적인 느낌은 거의 없다, 은은한 풀 향기와 약간의 산미가 느껴지는 향기 정도로 이국적인 맛과 풍미가 있는 실물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는 향료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번 칠월의 향기에 사용한 것이다. 은은한 풀의 향기와 비파 열매의 산뜻한 분위기가 초록의 모습을 잘 그려줄 것 같으니까.


비파와 레몬그라스는 아쉬운 지속력을 가진 향료다, 그래서 그 비율도 고민하면서 샘플을 만들었는데 역시 생각보다 가벼움이 있어 전체적인 비율은 처음보다 많이 높여서 완성하였다. 향료의 비율을 고민할 때 흔히 좋은 향기라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인 섬세하게 여러 번 향기를 쌓는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조금 더 향기가 향긋하고 더 고급스럽게 느껴진다고 하는데, 난 의도하지 않게 늘 이러한 방식으로 향기를 만들고 있다. 향료를 적게 선택하여도 그 만드는 과정에서 향기를 쌓는 느낌으로 만들면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늘 느끼기에, 취향은 아니어도 향긋한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섬세하게 풀의 느낌과 산뜻한 느낌 그리고 상큼함을 잘 정리해서 향기를 만들었으면 이제 하트 노트의 대나무와 티트리를 풍성하게 사용해서 전체적인 숲의 느낌을 강하고 선명하게 만들 순서다, 일단 특유의 맑고 깔끔한 느낌이 좋은 티트리 조합향료를 원하는 느낌이 느껴지는 비율이 나오도록 천천히 샘플을 여러 번에 나누어서 만들었다, 그 특유의 건강한 느낌을 완성하고 싶어서 여기에 대나무를 마음껏 넣는 것으로 특유의 진한 초록의 색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 느낌이 내가 상상한 더 더워진 여름에 느끼고 싶은 자연스러운 향기인 것이다. 화려함보다 자연스레 그리고 질리지 않는 향기로 기분을 한 겹 더 가볍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향기로 거의 완성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제 자연스러운 향기의 잔향을 느낄 시간이 되어간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향기 중 하나가 새벽 시간에만 느낄 수 있는 묘한 숲의 향기다, 약간 무언가 타고 있는 듯한 연기 냄새, 특유의 차분하게 가라앉는 듯한 공기의 냄새 여기에 적당히 습기를 가지고 있는 축축한 느낌까지 흔히 겨울 새벽의 향기로 기억하는 이러한 향기를 만들 때 난 모스, 사이프러스, 시더우드, 패츌리, 베티버와 같은 우드를 자주 사용한다. 여러 가지를 많이 쓸수록 그 느낌은 더욱 풍부해지고 진해지기에 때에 따라서 자유로이 선택하고 그 비율을 섬세하게 정해서 마무리로 만든다.


이 향료들은 긴 지속력과 자연스러운 느낌 그리고 도시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공간의 느낌을 주기에 계절에 따라 과하지 않게 사용하는데, 이번에는 사이프러스를 아주 가볍게 느낄 수 있는 비율을 고심해서 정하고 마무리하는 것으로 이번 향기를 완성하였다.


사이프러스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탄 듯한 향기를 은은하게 느끼게 하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니까!

수요일 연재
이전 16화아쿠아 앤 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