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메모리즈 여름 다섯 번째 향기
선명하게 더워지는 여름 각자의 마음에 쏙 드는 향기를 찾는 건 참 어렵다. 유명하신 조향사들께서 만드는 향수는 취향이 아닌 이야기와 하나의 상징으로 다가오는 것이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하나의 결과가 아닐까 한다.
많은 사람에게 권하는 상품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닌 사람들이 사고 싶은 상품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선택이라면, '메모리즈'는 만드는 나의 선택은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는 향기가 아닌 단 한 사람 또는 연이 닿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향기인 것이다.
이러한 선택 중 하나가 '체리 앤 카람볼'라인 것이다.
여름은 참 습하고 매우 더운 나날들이 많은 시기다, 여기에 비 내리는 날도 참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는 시기인데 이럴 때 주고 싶은 향기가 과일의 독특함이다. 다양한 꽃의 향기가 강하지 않고 은은하게 자리한 향기 속에 다양한 과일들이 가지고 있는 그만의 독특함 또는 특별함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향기가 기분 좋은 모습으로 자리한 향기를 다양한 과일만큼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다.
향기를 일반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할 때 어떠한 방향에서 전하면 좋을지 고민하는데, 한 가지 좋은 방법이 밥 로스 선생님의 '그림을 그립시다' 같은 느낌으로 전하는 걸 좋아하고 즐긴다. 그의 작품에는 생각보다 많은 색상의 유화가 쓰이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기 전 짧은 담소와 자막으로 소개되는 유화의 색을 보면 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많은 시즌 속 그의 작품은 정말이지 짧은 시간 안에 유화가 지닌 차분함과 그 특유의 계속 바라보고 싶은 아름다움이 참 좋은데, 정서적으로도 내가 그러한 느낌을 좋아해서 그런 듯하다.
잠깐 사이 또 이야기하고 싶은 것에서 멀어진 느낌이 든다. 다시금 본 자리로 와서 '메모리즈'의 다양한 향기를 만들 때 한 가지 향료를 주제로 다양함을 완성하는 것도 어찌 보면 밥 로스 선생님의 영향에 의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같은 향료를 사용하지만, 어떠한 날에 쓰는지 어떠한 느낌을 전하고 싶은지에 따라 완성된 향기의 모습은 너무나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의 첫 시리즈를 모스로 하였다면, 이다음은 체리가 된 것이다. 체리의 상큼함과 익숙한 느낌이 아닌 달콤함을 더운 여름에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완성한 것이 화려함 속 체리와 여름에 주고 싶은 과일 속 체리인 것이다.
'과일 속 체리'가 짧은 메시지가 오늘 전하고 싶은 전부다.
그럼 어떠한 과일일까? 나에겐 선명한 노란색의 별 모양이 참 좋은 스타프루트 즉 카람볼라와의 어울림이 좋은 체리의 향기다, 화이트 레몬은 은은한 유럽 느낌의 레모네이드처럼 아주 투명하게 그래서 체리와 카람볼라의 독특한 상큼함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번 체리의 향기는 꽃의 향기는 아니다, 시나몬의 동양적인 분위기와 우드 향료가 가지고 있는 무게감으로 과일 향기의 활발한 모습을 살짝 눌러주는 중성적인 분위기의 향기이다, 더 정확하게는 자연스러운 인상의 향기로 구분 없이 향긋하게 느껴지는 향기를 만든 것이다. 향긋한 향기에는 분명 꽃의 향기가 있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을 이주용 조향사라는 한 사람의 시선으로 새롭게 표현한 것이다.
한 사람의 조향사로서 많은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고 그것을 채화하고 자신만의 모습이 담긴 향기를 만드는 것이 시간을 채워가는 뜻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건 단순히 유용해서가 아닌 당연하게 행해야 하는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향기를 만들다 보니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난 나로서 시간을 보냈기에 큰 변화라 느끼지 못하지만, 처음 향기와 지금의 향기를 보면 참 많이 변화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공부하는 나보다 지금의 나는 더 나은 사람 되고 싶다는 바람 하나와 만들면서 느낀 바를 계속 향기로 만들면서 더 적극적이고 과감하고 다양한 그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나도 모르게 변화한 나를 만든 전부가 아닐까 한다. 이러한 지금 나의 향기를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공감하고 발전하고 싶다. 그런데 그게 아직은 서툴기만 하다.
더 나은 모습이 되고 싶어서 올여름이 올 유월쯤 나는 공방은 이전할 생각이다, 지금의 김포 구래동이 아닌
서울로 말이다.
Perfume Story
25년 메모리즈를 기획하면서 그 시작은 달마다 하나씩 하여 12가지 향기를 만들겠다! 였지만 여름의 향기를 더 적극적으로 고민할 무렵부터는 계절마다 최소 12가지 향기를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으로 확장되었다.
그 본격적인 시작이 '체리 앤 카람볼라'다! 무더운 날 짜증이 나는 만큼 향긋함도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본격적인 향기의 다양함을 시작한 것이다.
이국적인 산뜻함으로 향기로의 첫인사 _ 탑 노트
지금을 기준으로 난 4가지의 치레 향료를 운영하고 있다, 달콤함과 산뜻함의 섬세한 다름으로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에 맞은 향기를 다양한 모습으로 전하고 싶어서 선택한 결과로, 그중에서도 타트체리의 상 큰 함과 가벼움 그리고 카람볼라의 색다른 상큼함을 이 향기의 첫 모습으로 담았다. 이 두 조합은 달콤함이 아닌 산뜻함 또는 시원함 또는 가벼움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으로 보면 좋다, 여기에 체리로 은은한 달콤함으로 자리하게 하여 여름에 어울리는 향기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여기에 긴 지속력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하나의 장치로 체리를 생각하면 좋다, 향료들은 향료를 구성하는 성분의 화학적 특성에 따라서도 노트를 분류하기도 하는데, 체리는 타트체리보다 더 무거운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탑의 향기가 하트의 향기와의 어울림으로 가볍지만 은은하고 잔잔하게 향긋함을 즐길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산뜻함에 특별함을 더하다... _ 하트 노트
보통 향수에서 핵심은 향기의 중심이라 이야기하는 하트 노트 속 향료들이라고 이야기한다. 향수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그만의 가치를 풍부하고 하나의 완성된 향기로 보여주는 향료들이어서 그렇다. 하지만 나에게 이번 하트는 특별함을 그리는 역할로 존재한다. 탑의 가벼움을 잔잔하게 잡아주는 역할로 또 베이스 노트로의 흐름에 조력자로서 사용한 것이다.
첫 번째 조력자 시나몬..
시나몬은 계피와는 학술적으로 다르다, 향기는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 맛이 구분된다고 한다. 매운맛은 덜하고 단맛이 강해서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향기 또한 이러하다. 더 부드럽고, 은은하게 단 향기가 서서히 느껴지는 향료다. 이런 시나몬의 감성은 생각보다 무게가 있어서 지속력을 은근히 늘려주는 변조제로 사용하기 좋은데, 다만 한국에서는 그 호불호가 있어서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편이다. 공방에서도 선택하는 선호도가 낮아 내가 향기를 만들 때 더 주로 사용하고 있다.
탑 노트의 체리와 시나몬의 어울림은 생각보다 향긋함으로 완성되는데, 저마다 다 다르지만 어릴 때 경험하였던 이름 모르던 향기와 비슷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만들면서 그러한 기억을 느낄 수 있는 그 포인트로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유럽 감성 속 레모네이드 화이트레몬..
나에게 레몬 즉! 시트러스 노트들은 엄청 짧은 지속력을 지닌 상큼한 향료의 기조제이지만, 이번에는 탑 노트와 하트 노트 향료들 사이의 균형을 잡아주는 목적으로 사용한 향료이다, 라임이나 레몬보다는 은은하고 향긋함이 좋은 화이트 레몬은 그만의 차분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묘한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향료이기도 하다. 이러한 감성을 이번에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싶은 향기의 완성을 위해서 아주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체리가 더 향긋한 모습으로 보이도록..
여름이지만 잘 사용하면 좋은 _ 베이스 노트 속 엠버!
메모리즈의 첫 향기의 주제가 엠버였다. 아직 남은 겨울과 봄이 시작하는 조금은 추운 날에 향긋함으로 보이는 향기가 포근한 엠버인데 칠월이 지나는 더운 날에도 잘 사용하면 좋은 향기다. 포근하고 따스하고 차분한 향기로 산뜻함이 진한 향기를 가볍게 포장하는 것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이쁜 꽃다발의 종이 포장지 같지..
샌달우드는 누구에게 참 잘 어울리는 포근한 향기랍니다... 샌달우드는 대표적인 조화제 향료다, 다른 향료들과 어울림을 잡아주는 차분하고 담담하게 느껴지는 달콤한 나무 향기로 말이다. 이러한 향기로 체리와 카람볼라를 정리하듯 잡아주면 엠버의 하얀색 종이 포장지처럼 옅은 갈색의 종이포장지같이 쓰일 수 있다. 과일 향기와의 조화로움을 꽃이 아닌 나무의 향기로 잡은 이번의 도전은 절대 나쁘지 않았다.
선명하게 자리한 마른나무 향기로 끝을 맺다.. 베티버
이번 여름 향기는 향긋함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아쉬움이 하나 있는데 여기까지 천천히 이야기를 따라온 이라면 짐짓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속력! 이것을 채우고 싶어서 난 샌달우드에 베티버를 더하였다. 물론 베티버 또한 선선한 가을밤과 어울리는 무게를 지닌 향료이지만 난 조향사로서 어떠한 향료든 잘 사용하면 언제든 편하게 향기를 완성할 수 있다는 향긋한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자칫 잘 못 사용하면 꿉꿉한 지하실의 곰팡냄새같이 느껴지는 베티버를 조향사가 사용하면 또 다른 향긋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