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는 책 『긴긴밤』

초등 4,5학년 논술 수업 권장 도서

by 유쾌한 주용씨

『긴긴밤』은 표지가 예쁜 책이다. 안 어울릴 것 같은 코뿔소와 펭귄의 조합이 흥미롭다. 작가는 왜 하필 코뿔소와 펭귄이었을까? 절대로 '함께' '우리'가 되지 못할 것 같은 존재도 오랫동안 긴긴밤을 함께 하며 마음을 나눈다면 어디서든 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은 이 책을 다 읽고나면 할 수 있는 생각이다.


『긴긴밤』제 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사실 '상'이라는 게 너무 흔하기도 하고 그 종류도 많아서 수상에 대한 가치가 좀 흐릿해진 감이 없지 않다. 상을 타지 못한 작품은 읽을 만한 가치가 없는 것으로 치부될까봐 우려되기도 한다. 나는 논술 수업을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아동 문학을 많이 알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우선 '상'을 탄 작품에 눈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시간이 좀 지나서 아이들과 더 많이 친해지면 무슨무슨 상이라는 훈장 다 떼고 우리 아이들에게 딱 맞는 책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생길 거라고 기대해본다.



검은 반점이 있는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펭귄에게는 아버지가 많다. 버려진 알을 거둬서 부화가 될 때까지 정성을 다했던 펭귄 아빠 치쿠와 윔보는 결국 펭귄이 태어나는 걸 보지 못한 채 죽었다. 오직 코뿔소 아빠 노든만이 바다를 향한 여정을 함께 했다. 한 생명이 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그리고 홀로 우뚝 설 때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정성과 노고가 따르는지…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나를 낳아 키워준 엄마아빠가 생각나고 우리 두 아들을 낳고 키울 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어제가 어버이날이어서인지 『긴긴밤』이 더 의미 있게 읽혔다.


코뿔소 노든이 나(펭귄)에게

"내가 너를 찾아내지 못할 리가 없지. 이름이 없어도 네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도 너를 충분히 알 수 있으니까 걱정 마."

"누구든 너를 좋아하게 되면, 네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어."

『긴긴밤』p.99


나는 우리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두 아들이 훌쩍 커버린 후로 아이들의 몸, 얼굴, 표정을 자세히 살피지 않는다. 결혼해서 산 지 20년이 넘어가니 남편과 오래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 나누지 않는다. 괜찮은 것 같으니 서둘러 안심하고, 내 일 하기도 바쁘다며 가족에게 쏟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낀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세 남자의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 그들을 알아보고 그들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까.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밥 차려주는 일만이 엄마와 아내의 역할이 아닌데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초등 4,5학년 아이들에게 『긴긴밤』을 어머니와 함께 읽어보라고 권했다. 논술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 나눌 생각이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 형제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사랑은 관심과 관찰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나는 오늘부터 우리 집 세 남자를 오래, 자세히 보기로 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의외의 기쁨을 누려보고 싶다. 내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 보이면 기꺼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 친절하게 도와주리라 다짐한다. 아이들 책으로 예쁜 사랑법을 배운다.


나는 내가 저 바닷물 속으로 곧 들어갈 것을, 모험을 떠나게 될 것을,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 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긴긴밤』p.125

어른이든 아이든 인생에 몇 번씩,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는 모험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두려워서 피하고 싶지만 용기를 내지 않으면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그 한계를 넘어 어느 곳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선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야 한다. 어른인 나도 가끔은 외롭고 또 가끔은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지만 우리 두 아들과 나를 선생님이라고 따르는 아이들을 위해 힘을 내고 용기를 낸다. 내 뒷모습을 보고 따르는 누군가를 생각하면 한 걸음 한 걸음, 또박또박, 힘주어 걷게 된다.


‘나로 살아간다는 것’의 고통과 두려움, 환희를 단순하지만 깊이 있게 보여 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평안한 삶을 박차고 나와 긴긴밤 속으로 들어간 노든, 세상의 전부였던 노든을 떠나 깊고 검푸른 자신의 바다로 들어가는 펭귄.

'작지만 위대한 사랑의 연대'

-심사평 중에서


나를 비롯해 나의 가족, 학생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당당히 '나'로 살아가기를 응원한다. 나도 '작지만 위대한 사랑의 연대'를 맺고 발휘하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