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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Dec 07. 2022

요즘 볼만한 영화 <올빼미> 리뷰

역사와 상상력의 훌륭한 조합!

 요즘 예매율 1위의 가장 핫한 영화 <올빼미>를 보고 왔습니다.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는 관련된 역사를 미리 찾아보고, 좀 알고 가는 게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네이버에서 인조 소현세자를 검색하면 두 부자 사이가 범상치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평일 남편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영화관 앞에서 만났습니다. 같은 건물에 있는 순대국 집에서 국밥 한 그릇 든든히 먹었습니다. 바람이 쌀쌀한 겨울엔 뜨끈한 국물의 국밥이 딱입니다. 배가 부르니 음료수나 팝콘은 아예 먹을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영화에 몰입했습니다.


영화 <올빼미> 포스터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 갔다가 8년 만에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가 부인 강빈과 함께 귀국합니다. 아들이 8년 만에 오는데 보통의 아버지 같으면 버선 발로 뛰어나가 맞이해야 할 텐데 인조는 그렇지 않습니다. 소현세자는 청나라에서 새로운 문물에 눈을 뜨고 조선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조는 병자호란의 치욕만 기억하고 청나라에 분개할 뿐입니다. 과거에 매달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형국이지요. 지향하는 바가 다르니 부자 간에 갈등이 생깁니다. 인조는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을 내려앉히고 왕이 된 입장이라 자신도 언젠가 왕 자리에서 내려오게 될 그날이 두렵기만 합니다. 청나라의 신임을 받는 아들, 소현세자가 자신의 왕 자리를 위협한다고 여기는 듯합니다.


인조와 소현 세자


 맞은 사람은 다리를 뻗고 자도 때린 사람은 편하게 못 잔다고 하는 말이 맞습니다. 다른 사람을 누르고 위에 올라서면 그 자리는 내내 불안하고 위태롭습니다. 주변 사람이 언제 나를 끌어내릴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누구 하나 믿을 만한 사람도 없습니다. 얼마나 외로울까요? 영화 속 인조를 보며 이 사람 참 안됐다 싶더군요. 그래서 왕 역할을 유해진에게 맡겼는지도 모릅니다. 왕의 화려함을 강조하려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으로 인해 안타까움과 연민을 불러일으키게 하려는 의도인 거죠. 웃음기 뺀 유해진의 연기였지만 그래도 유해진 특유의 말투가 살짝 웃음을 짓게도 합니다.


인조 유해진


 왜 영화의 제목이 올빼미일까?  올빼미는 야행성입니다. 낮보다는 밤에 잘 보인답니다. 고개가 270도까지 돌아가고 좌우 귀의 높이가 달라 소리가 나는 곳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맹금류에 속해 날카로운 발톱과 사냥 실력까지 갖추어서 사람의 살점을 순식간에 떼어내는 위력이 있을 뿐 아니라 사람의 뒤통수를 공격해 피범벅을 만들어놓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무척이나 위험한 새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류준열이 올빼미인 거죠.


 맹인이지만 뛰어난 침술로 어의에게 발탁이 되어 궁에 들어가게 되는 경수가 바로 류준열 역입니다. 궁 사람들은 앞을 보지 못하고 그래서 느릴 수밖에 없는 경수에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 앞에서 무슨 짓을 해도 괜찮을 거라 방심하죠. 그런데... 경수는 올빼미처럼 어두울 때 눈이 빛납니다. 불이 다 꺼지고 나면 희미하게나마 앞을 볼 수 있게 되고 그것이 눈에 익으면 자연스레 몸도 빨라집니다. 경수는 가난하고 미천한 신분인 자신이 험난한 세상을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선 그 사실을 숨기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돌봐야 할 아픈 동생도 있거든요.


밤에 사냥하는 올빼미와 어두울 때 보이는 경수


 동생을 위해 좋은 직장을 얻은 것만으로 좋아했는데 경수는 궁에서 밤에 못 볼 것을 보고 맙니다. 자신이 밤에 볼 줄 안다는 사실을 알고도 넘겨주고 오히려 친구처럼 확대경까지 선물해준 소현 세자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엄청난 장면을 보게 되는 거죠. 하지만 발설하면 자신의 목숨뿐 아니라 형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을 동생의 안위까지 위험해지니 이저리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돼버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따라야 주인공이죠. 위험을 무릅쓰고 사실을 밝혀내려는 올빼미의 사투가 시작됩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올빼미는 겉모습과는 달리 공격성이 뛰어나다고 하잖아요. 아무리 왕이라 해도 올빼미 경수가 쉬운 상대는 아닙니다.


 한 나라의 왕인 인조와 맹인 침술사일 뿐인 경수의 극명한 대립이 흥미롭습니다.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하나도 제대로 갖지 못한 사람 앞에서 불안에 떱니다. 인조는 욕심에 눈이 멀었고 경수는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정의로움으로 오히려 눈이 밝아진 듯합니다. 올빼미라는 영화 제목에 대단한 은유와 주제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경수는 아픈 소현 세자에게 너무 똑바로 보는 게 오히려 마음의 병을 키운다며 때로는 못 본 척 살아가는 게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고 조언합니다. 소현 세자는 웃으며 그래도 두 눈 똑바로 뜨고 세상을 살아야하지 않겠냐고 대꾸합니다. 우리에게 질문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사는 게 맞냐고, 어떻게 살 거냐고. 글쎄요. 참 어렵네요. 적당히 중용을 지키며 살고 싶은데 그게 잘 될까요?


눈을 뜬 경수와 눈 감은 인조


 역사의 기록에는 소현 세자의 죽음에 대한 의혹만 있을 뿐 정확한 원인은 나와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시 인조가 보인 행동이나 소현 세자 시신의 상태를 본다면 심증은 분명한 듯합니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아비의 잘못된 판단으로 아들 내외가 모두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뿐만 아니라 며느리 집안과 손자들까지... 겉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정신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고요. 돈이나 권력보다 중요한 것이 심신의 건강입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대단한 권력을 가졌다 해도 자식에 대한 사랑이나 가족의 화목과 같은 기본적인 가치를 모른다면 사는 재미가 과연 있을까요?


부인 강빈과 소현 세자


 영화 <올빼미> 재미있습니다. 일주일에 3일만 일하니 주중에 남편과 저녁 먹고 영화 보는, 소박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인조는 욕심 때문에, 소현 세자는 너무 이른 죽음으로, 맹인 경수는 신분과 가난으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을 누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걸어오며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참 좋습니다. 너무 많이 알려진 인조와 소현 세자 이야기라 너무 뻔할까봐 걱정했는데 올빼미라는 소재가 아주 신선합니다. 창작하는 사람들의 빛나는 아이디어는 글을 쓰고자 하는 제게 좋은 자극제가 됩니다. 아, 류준열의 연기 참 좋았습니다. 참 여러가지 색깔을 가진 얼굴입니다. 류준열이라는 배우의 앞날이 기대되네요.


영화 <올빼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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