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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Jan 09. 2023

2023 금주 다이어리를 쓰기로 했다

1년 금주 선언! 후덜덜...

 기어코 일을 내고야 말았다. 새해 해돋이를 보며 1년 금주 선언을 해버렸다.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러 동네 청량산을 오르면서 남편에게 물었다. "나 술 끊을까?" 극단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또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에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있나? 그냥 좀 자제하면 되지." 했다. 예상했던 반응이고 대답이다. 사실 나도 그때까지는 '절주'를 생각했었다. 일주일에 한 번으로 횟수를 제한하자 마음먹었다. 술의 양이 많든 적든 일주일에 5회 이상 마시는 내가 주1회로 횟수를 줄이기만 해도 내 몸과 생활은 달라질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산에 올라 해돋이를 기다리는 약 30분 정도만에 생각이 바뀌었다. 절주로는 안 되겠다. 사실 100일 단주 한 차례 성공해봤고, 2차 100일 단주 시도에서는 56일까지 술을 안 마시기도 했다. 절주 결심은 수도 없이 해봤고 매주 토요일에만 술 마시기도 시도했지만 잘 안 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절주가 더 어렵다. 나를 적당히 통제하는 게 자신없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는 여지를 남겨선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곁에 있던 남편에게 "안되겠어! 이번 2023년 1년 동안 금주를 해야겠어. 오빠가 나 좀 도와줘. 내가 한국판 금주 다이어리를 써보겠어."라고 힘을 주어 속삭였다. 항상 내편이 되어주는 남편은 너만 괜찮으면 좋다고 했다. 그 순간 해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나는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약속을 해버리고 말았다. "2023년 1년 금주 다이어리 쓰기!" 즉흥적인 결심 같지만 나에게는 아주 간절한 다짐이었다.


 2022년 5월 2차 100일 단주를 이어가던 중에 클레어 풀리라는 영국 여성의 《금주 다이어리》를 읽었다. 470페이지 정도의 꽤 분량이 있는 책이라 꼼꼼히 읽지는 않고 내게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으며 내 단주 결심을 굳히는 용도로 삼았다. 그때 100일 단주는 56일 만에 실패로 끝났다. 57일째 되는 날이 화요일이었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 기분좋은 데다가 비까지 분위기있게 내리기 시작했다. 마침 남편 퇴근 시간이라 남편과 술 한 잔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결국 남편에게 "나 그냥 오늘 술 마실래." 했더니 우리 남편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 지금까지 잘 참았어. 오빠가 맛있는 술 사 줄게." 하는 거다. 그렇게 와르르, 기분 좋게 무너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금주 다이어리》를 꼼꼼히 읽고 있다. 내가 한국의 클레어 풀리가 되어 금주 다이어리를 써볼 생각이다. 1월 1일부터 365 페이지로 구성된 다이어리에 하루하루 금주 과정과 그날의 식단, 그리고 몸과 마음의 변화 등을 기록하고 있다. 나에게 좋은 글쓰기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블로그에 '2023 금주다이어리'라는 카테고리도 만들었다. 공식적인 선언과 기록이 내 결심을 지켜주리라 믿는다.


  2021년 가을에 처음으로 100일 금주를 하면서 10개의 글을 급하게 쓰고 브런치북을 만들어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응모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는 짓이다. 겨우 100일 금주를 하면서 무슨 대단한 일인 양 금주에 대해 소회를 적은 것도 부끄럽고 또 그것으로 책을 쓰겠다고 응모까지 하다니 말이다. 내 말은 기간이 너무 짧다는 거다. 그리고 결국 다시 술을 마실 뿐만 아니라 100일 단주를 하기 전보다 더 자주, 더 많이 마셨으니 만약 그 브런치북이 책으로 출간이라도 됐더라면 난 거짓말쟁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금주 다이어리》클레어 풀리처럼, 《술은 잘못이 없다》(요즘 《금주 다이어리》와 함께 읽고 있는 책이다)의 작가 마치다 고처럼 1년 이상은 금주에 성공하고 그것을 쭉 이어가야 당당히 "난 술 끊었어!"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올해 1년은 내 30년 성인 생활 중에 가장 의미가 있는 해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금주에 성공한다면 말이다. 67kg의 가장 뚱뚱한 몸이 목표로 한 55kg의 가장 날씬한 몸이 될 수도 있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고 매주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면서 두 번째 책 출간 계약을 맺게 될지도 모른다. 나에게 술을 끊는다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나 자신이 소중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주 일주일이 지났다. 1월 1일부터 시작한 덕분에 올해 1년 365일 하루하루가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날이다.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전과는 다른 묵직함과 성스러움을 느낀다. 하루의 무게가 확실히 예전과는 다르다. 글을 쓰기 위해 일찍 일어나고 몸을 생각하며 간헐적 단식을 한다. 나쁜 것은 먹지 않고 좋은 것으로 적당히 먹으려고 노력한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이런 건전한 생활이 가능하다. 저녁을 먹고 낮 11시나 12시까지 먹지 않는 16:8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 술을 마실 때는 다음날 허기를 참지 못하고 세 끼를 과식으로 채우기 일쑤였는데 술을 안 마시면 신기하게 배고픔도 잘 참아진다. 머리도 맑아져 건강한 식단까지 생각하는 기특함도 발휘하게 된다. 금주를 결심하는 건 어렵지만 금주는 일주일 안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준다. 술은 대부분 저녁에 마시게 되니 술을 마시지 않으면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하루가 2시간쯤 더 생긴 것 같다. 술 대신 읽고 쓰기가 가능하다.


 3일째 되는 날에는 무릎과 허리 통증(심하지는 않지만 정형외과 진료를 받고 약 복용 중이다)에도 불구하고 짧은 운동을 하고 바쁘게 돌아다녔더니 너무 피곤했다. 몸이 힘들면 먹는 것이 조절이 되지 않고 숙면에도 지장이 있다. 나이를 생각해 내 몸을 좀 살살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금주를 하고 간헐적 단식까지 하는데도 체중 변화는 거의 없다. 0.5kg 정도가 빠졌을 뿐이다. 예전 같으면 '이게 뭐야? 먹고 싶은 거 참아가며 이렇게 노력하는데 결과가 겨우 이거야?'라며 짜증을 냈겠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몸에 신경쓰고 있다는 것만으로 자신감이 올라간다. 이순신 장군처럼 "나에게는 아직 358일이 있소이다"라고 외치며 느긋하게 나를 다독인다. '천천히, 꾸준히'의 힘을 믿는다.  클레어 풀리가 말한 것처럼 30년 술을 마신 내 몸은 초대형 유조선이다. 내 몸이 경로를 조정할 시간이 필요하다. 6일째 되는 날, 남편과 단골 술집에 갔지만 나는 안주를 맛있게 먹었을 뿐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술집 사장님께서 내가 블로그에 그 술집 이야기를 잘 써줘서 고맙다며 커피 쿠폰을 선물로 주셨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남편 앞에서 좋은 이야기 친구가 돼주었고, 술값은 줄이고 커피값을 벌었다. 금주는 확실히 남는 장사다. 나의 금주 다이어리는 앞으로 계속 채워질 것이다.


2023 금주 다이어리 7일 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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