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쾌한 주용씨 Apr 10. 2023

잘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글을 못 쓴다

재능이 없다면 꾸준함으로, 능력이 부족하다면 노력으로.


 매일 책을 읽는다. 완성된 글은 아니어도 날마다 노트에, 다이어리에, 스마트폰 메모 앱에, 블로그에, 그리고 마지막 글 발행이 좀 오래되긴 했지만 브런치에도 글을 쓴다. 그런데 매번 글이 나 같지 않다. 내 머릿속 생각이고 내 속에서 나온 감정인데 글로 풀어놓고 보면 다른 사람의 것인 양 어색하다. 이게 아닌데 싶어 이렇게 저렇게 고쳐 보지만 결국 흡족하지 않은 상태로 내 글을 공유한다. 2017년 여름부터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이 모양이다.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


 글을 술술 잘 쓰고 싶어서 메타포라 10기가 됐다. 평소 좋아하던 작가, 은유 쌤이 이끄는 글쓰기 수업이다. 나를 포함해 스물다섯 명의 사람들이 학인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눈다. 각자 글을 쓰고 서로의 글을 감상한다. 조심스럽게 감상평을 쓰고, 발표한 글에 대해선 질문도 하고 직접 느낌을 전달한다. 색다른 경험이라 처음엔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했다. 내 글을 읽을 때는 강사 경력 25년이 무색하게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한 어린아이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은유 쌤과 다른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인다. 12번의 수업이 끝나기 전에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전보다 글을 자주 쓰지 못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블로그에 글을 쓰고 브런치에도 간간이 글을 발행했는데 메타포라 학인이 된 이후로는 2주에 한 번 수업 과제로 글을 쓰는 것도 버겁다. 왜일까? 더 자주 더 많이 쓰고 더 잘 쓰고 싶었는데 글쓰기가 오히려 두려운 일이 돼버린 것 같다. 쓰다 지우고 쓰다만 글을 임시 저장했다가 다시 들춰보지 않고 결국 블로그에도 브런치에도 글을 올리지 못한다. 쓰고 검열하다 지쳐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글 완성을 포기해버린다. 글을 바라보는 기준만 높아지고 내 재능이나 실력은 그 기준에 못 따라가니 쓰다가 힘만 빠지는 꼴이다. 조바심이 났다.


 어제도 메타포라 6차시 과제를 하려고 종일 도서관에서 노트북과 마주해 있었다. 전보다 훨씬 오랫동안 한편의 글에 집착하고, 여러 번 읽고 고치기를 반복한다. 그런데 내 글이 잘 읽히지 않고 만족스럽지 않다. 전에는 곧잘 ‘이 정도면 됐지’ 하며 글을 공유했는데 지금은 ‘이 정도밖에?’라며 나 자신을 괴롭힌다. 결국 도서관 문 닫는 시간인 6시에 나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과제 제출을 해버렸다. 개운치가 않다. 그래서인지 요즘 밤에 자꾸 잠을 설친다. 새벽에 한 번 잠이 깨면 엎치락뒤치락하며 몇 시간씩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옮겨 다닌다. 학인들의 글을 대충 읽다가 ‘다들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구나, 다들 잘 쓰네’ 감탄하다 나는 아무래도 글 쓰는 데는 재주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까지 닿는다.


 그런데 아침에 또 노트북 앞에 앉는다. 글을 쓸 자신이 없어 책상에 쌓여 있는 책 중 도서관에서 빌려온 김지은 인터뷰집 《언니들이 있다》를 몇 장 읽었다. 제일기획의 잘 나가는 카피라이터였다가 정상까지 오르고 지금은 책방을 하고 있다는 최인아의 인터뷰를 읽다 지금의 내게 하고 싶은 질문이 보였다.



자기를 들여다보는 게 출발지예요. ‘견딜 건가, 바꿀 건가? 나한테 뭐가 중요한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그 질문이 먼저 있어야 답을 찾을 수 있어요.

《언니들이 있다》 p.21

 나는 왜 쓰고 싶은가를 생각했다. 한 남자의 아내로, 두 아들의 엄마로, 그리고 논술 쌤으로 비교적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데 굳이 왜 글쓰기에 매달려 있는가 말이다. 아마도 이대로 흘러가고 싶지는 않아서, 내 존재를 어떻게든 표현하고 남기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주어진 대로, 미래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꿈도 없이 하루하루 그냥 살아가는 건 영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나로, 내가 꿈꾸는 삶으로 바꿔가고 싶다. 좋은 책 찾아 열심히 많이 읽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소재로 세상에 글과 말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지난 시간 은유 쌤이 말했다. “글쓰기는 출발만 있을 뿐, 도착이 없어요. 내 글이 나아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죠. 조급함을 버리고 답답함을 풀어보세요. 그것이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내 글을 완전히 갈아엎고 다시 써볼 수 있어야 해요. 퇴고를 두려워하면 안 돼요. 나의 언어를 만들어 보세요. 내 목소리가 아닌 부분은 지우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은 쓰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세요.” 용기를 내어 다시 써보기로 했다. 재능이 없다면 꾸준함으로, 능력이 부족하다면 노력으로.






작가의 이전글 금주 포기 선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