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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Aug 17. 2023

어제는 맞고 오늘은 틀리다

몸에 무리가 되지 않을 만큼만 운동하기!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것처럼,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는 것처럼, 사람의 일도 항상 똑같은 원칙이 적용된다면 사는 게 더 쉽지 않을까? 처음 만났을 때 좋았던 사람이 만나는 횟수가 더해질수록 별로일 때가 있고, 여름에 맛있게 먹었던 콩국수가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더 이상 생각나지 않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좀 덜 허둥거리고 '인생 다 그런 거라고' 여유를 부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여전히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다. 어제는 맞다고 생각한 일이 오늘은 틀린 답이 되기도 한다. 힘들게 일상의 규칙을 만들고 이젠 이대로 가면 되겠어 했는데 어느 순간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어' 하는 때가 와서 몹시도 당황하게 된다. 인생에서 어제도 맞고 오늘도 맞는 답이 있기나 한 건지, 나란 사람의 문제인건지 정말 모르겠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 두 달 남짓 매일 1시간 30분 동네 청량산 산책을 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 6시만 되면 집을 나섰다. 거의 같은 시기에 난생처음 그룹 P.T. 라는 걸 시작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1시간씩 근력 운동을 했다. 이 대단한 루틴을 기어코 해내는 내가 뿌듯했다. 전날 과음으로 힘들었어도 잠을 줄여가며 새벽에 일어나 산에 오르고, 보통 사람들은 주 2,3일 한다는 P.T.를 주 5일 하면서 나의 체력과 꾸준함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데 그 정도 운동을 하면 살이 빠져야 하는 거 아닌가? 체중의 변화는 고작 1,2kg 정도고 그것도 과식을 한 다음 날엔 원래대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근육이 생기고 몸이 단단해지고 있다고 스스로 설득했지만 노력에 비해 너무 미미한 결과에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리가 심하게 부었다. 너무 무리해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어렵게 이어가고 있는 운동 루틴을 포기하는 게 자존심이 상했다. '나'란 사람을 성실하고 꾸준하고 나이에 비해 체력이 짱인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누군가에게 힘들어서 그만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같아 주저했다. 그런데 지난 주말부터 계속 술 약속이 생겼고 집 공사까지 겹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아침 산책을 미루고 P.T.도 광복절 휴일 포함해서 3일이나 쉬었다. 하루, 이틀 마음이 너무 불편했는데 사실 몸은 무척 편했다. 탱탱하게 당기던 종아리가 느슨해지고 부들부들해졌다. 운동 시간에 책도 더 많이 읽었고,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니 잠도 8시간 푹 잘 잤다. 이제야 올해 초 내가 '오른쪽 무릎 내측 연골 파열' 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고민했다는 걸 떠올렸다. 내 다리에게 미안했다. 


 미래의 나를 생각하면 오늘의 내가 가장 젊은 나이지만 과거의 나를 생각하면 오늘의 나는 가장 나이가 많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는 어른들의 말씀처럼 오늘의 내 몸도 어제와는 다르다. 팔팔한 다리로 뛰고 날렵한 몸으로 구르고 꼿꼿한 허리로 무엇이든 들어대는, 그런 나이는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동안 내 몸을 너무 마구 다뤘다.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무리를 했던 건 같다. 어제는 일찍 잠을 청하고 8시간 숙면 후에 일어나 오늘 아침엔 산이 아닌 동네를 30분 정도 천천히 걸었다. 애쓰지 않는 몸이 편안했다. P.T.를 할 때도 너무 욕심내지 말고 내 몸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만 해야지 다짐한다. 건강을 위한 운동이 경쟁이나 나와의 무모한 싸움이 되지 않도록 잘 조절해볼 생각이다. 


 어제와 다른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한 번 세운 원칙을 고집하느라 주변 사람의 걱정을 사고 나 자신까지 속이는 어리석음을 버리기로 했다. 어제는 괜찮았던 것이 오늘 불편하다면 바꾸면 그만이다. 루틴, 습관을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달라지는 것들에 대한 유연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라고 하지만 날마다 내 몸의 컨디션은 다르다. 어제보다 좋을 때도 있고, 어제와는 달리 힘들 때도 있다. 그것을 잘 느끼고 내 몸의 나사를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최상의 상태를 찾아가야 한다. 날씬하고 탄탄한 50대의 몸매를 만드는 것보다 하루하루 무리하지 않고 춤을 추듯 살아가는 일상이 오늘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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