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무리가 되지 않을 만큼만 운동하기!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것처럼,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는 것처럼, 사람의 일도 항상 똑같은 원칙이 적용된다면 사는 게 더 쉽지 않을까? 처음 만났을 때 좋았던 사람이 만나는 횟수가 더해질수록 별로일 때가 있고, 여름에 맛있게 먹었던 콩국수가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더 이상 생각나지 않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좀 덜 허둥거리고 '인생 다 그런 거라고' 여유를 부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여전히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다. 어제는 맞다고 생각한 일이 오늘은 틀린 답이 되기도 한다. 힘들게 일상의 규칙을 만들고 이젠 이대로 가면 되겠어 했는데 어느 순간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어' 하는 때가 와서 몹시도 당황하게 된다. 인생에서 어제도 맞고 오늘도 맞는 답이 있기나 한 건지, 나란 사람의 문제인건지 정말 모르겠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 두 달 남짓 매일 1시간 30분 동네 청량산 산책을 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 6시만 되면 집을 나섰다. 거의 같은 시기에 난생처음 그룹 P.T. 라는 걸 시작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1시간씩 근력 운동을 했다. 이 대단한 루틴을 기어코 해내는 내가 뿌듯했다. 전날 과음으로 힘들었어도 잠을 줄여가며 새벽에 일어나 산에 오르고, 보통 사람들은 주 2,3일 한다는 P.T.를 주 5일 하면서 나의 체력과 꾸준함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데 그 정도 운동을 하면 살이 빠져야 하는 거 아닌가? 체중의 변화는 고작 1,2kg 정도고 그것도 과식을 한 다음 날엔 원래대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근육이 생기고 몸이 단단해지고 있다고 스스로 설득했지만 노력에 비해 너무 미미한 결과에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리가 심하게 부었다. 너무 무리해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어렵게 이어가고 있는 운동 루틴을 포기하는 게 자존심이 상했다. '나'란 사람을 성실하고 꾸준하고 나이에 비해 체력이 짱인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누군가에게 힘들어서 그만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같아 주저했다. 그런데 지난 주말부터 계속 술 약속이 생겼고 집 공사까지 겹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아침 산책을 미루고 P.T.도 광복절 휴일 포함해서 3일이나 쉬었다. 하루, 이틀 마음이 너무 불편했는데 사실 몸은 무척 편했다. 탱탱하게 당기던 종아리가 느슨해지고 부들부들해졌다. 운동 시간에 책도 더 많이 읽었고,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니 잠도 8시간 푹 잘 잤다. 이제야 올해 초 내가 '오른쪽 무릎 내측 연골 파열' 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고민했다는 걸 떠올렸다. 내 다리에게 미안했다.
미래의 나를 생각하면 오늘의 내가 가장 젊은 나이지만 과거의 나를 생각하면 오늘의 나는 가장 나이가 많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는 어른들의 말씀처럼 오늘의 내 몸도 어제와는 다르다. 팔팔한 다리로 뛰고 날렵한 몸으로 구르고 꼿꼿한 허리로 무엇이든 들어대는, 그런 나이는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동안 내 몸을 너무 마구 다뤘다.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무리를 했던 건 같다. 어제는 일찍 잠을 청하고 8시간 숙면 후에 일어나 오늘 아침엔 산이 아닌 동네를 30분 정도 천천히 걸었다. 애쓰지 않는 몸이 편안했다. P.T.를 할 때도 너무 욕심내지 말고 내 몸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만 해야지 다짐한다. 건강을 위한 운동이 경쟁이나 나와의 무모한 싸움이 되지 않도록 잘 조절해볼 생각이다.
어제와 다른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한 번 세운 원칙을 고집하느라 주변 사람의 걱정을 사고 나 자신까지 속이는 어리석음을 버리기로 했다. 어제는 괜찮았던 것이 오늘 불편하다면 바꾸면 그만이다. 루틴, 습관을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달라지는 것들에 대한 유연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라고 하지만 날마다 내 몸의 컨디션은 다르다. 어제보다 좋을 때도 있고, 어제와는 달리 힘들 때도 있다. 그것을 잘 느끼고 내 몸의 나사를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최상의 상태를 찾아가야 한다. 날씬하고 탄탄한 50대의 몸매를 만드는 것보다 하루하루 무리하지 않고 춤을 추듯 살아가는 일상이 오늘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