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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Aug 22. 2023

차라리 쓰지 않는 사람? 기어코 쓰는 사람!

사심 가득한 60일 글쓰기를 다짐하며...

    

 요즘 들어 완성된 글은 쓰지 못하고 글이 안 써진다고 투덜거리기만 했다. 블로그에 몇 줄 끄적이다가 '이런 얘기는 해서 뭐 하겠어?' 하는 마음이 불쑥, ‘오늘도 글은 다 썼네’하며 헛헛한 마음을 먹고 마시는 것으로 달랬다. 맘먹고 브런치에 글을 쓰다가는 '그래서 주제가 뭔데?' '이런 허접한 얘기를 누가 읽겠냐고요?' 하다가 발행을 누르지도 못하고 또 거기서 STOP! 책을 읽으면 글의 소재가 떠오르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던 책을 펼치면 나와는 비교가 안 되는 작가들의 글솜씨에 기가 죽어 '에라, 때려치워라, 때려치워!' 하면서 책을 던져놓고 산책하러 갔다.     


 걸으며 생각한다. 나는 왜 쓰려고 하는가? 밥벌이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글을 안 쓴다고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매일 글을 쓰지 못한다고 징징대고, 왜 아직도 이 모양 이 꼴이냐고 자신을 볶아대고 있느냐 말이다. 2017년 여름, '이주용 국어논술'이라는 홍보성 블로그의 이름을 ‘유쾌한 주용씨’로 바꾸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을 읽다 좋은 문장을 만나면 쓰고, 영화를 보고는 정성스레 감상평도 쓰고,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그냥 썼다. 그랬다. '그냥'이었다. 아무 목적 없는 글을 참 성실하게도 썼다.     


 그때는 ‘그냥’이 됐는데 지금은 잘 안 된다. 글을 완성하기도 전에 한 문장, 한 문장 검열하느라 지친다. 이거 비문 아니야? 너무 개인적인 얘긴가? 그런데 표현이 왜 이렇게 재미가 없지? 경어체로 써볼까? 도대체 몇 시간째 이 글에만 매달리고 있는 거야? 이번에도 안 되겠다. 못 쓰겠어. 수업 준비나 하자. 아, 운동 갈 시간이네. 오늘도 글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하루가 다 갔다. 계속 이런 식이다. 글에 매달리다 축 늘어져서 종일 피곤하다. 겉으로 보기에 내 일상은 문제가 없지만, 글을 쓰지 못하는 나는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늘 하루가 아쉽다.     

 이럴 거면 차라리 쓰지 않는 사람으로 살까? 평생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지만, 거기에서 쓰기를 빼고 읽는 사람으로만 살면 지금처럼 징징대지 않고 볶아대지 않고 투덜거리지 않고 피곤해하지 않으며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안 쓰면 뭐 하지? 내 블로그는 멈추는 건가? 그래도 브런치 작가가 됐을 때 정말 작가가 된 것처럼 달뜬 기분이었는데……. 그 김에 생애 첫 책도 출간하고, 논술 선생님으로 재취업할 기회도 생기고 용기도 얻고 지금까지 밥벌이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쓰기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면 지금보다 난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쓰지 않는 나는 집안을 반짝반짝 쓸고 닦고, 정성과 시간을 들여 영양소 갖춘 밥상을 차릴 것이다. 꼼꼼하게 다이어트 식단을 챙겨서 날씬한 몸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지인들에게 연락을 자주 하고 경조사를 꼼꼼히 챙겨서 인간관계가 좋아질 수도 있다. 일을 더 많이, 잘해서 직업인으로서 돈을 더 벌게 될지도 모른다. 그동안 잘 쓰지도 못하면서 쓰는 데 골머리를 썩이다가 놓쳐버린 것들이 많다. 쓰지 않는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더 괜찮은 생활인이 될 것 같기도 하다. 6년 전 일을 그만두고 읽고 쓰기가 날 다른 사람으로 살게 한 것처럼 지금 쓰기를 버리고 나면 좀 편하고 여유로워질 수도 있다.      


 그럼 오늘 쓰는 이 글이 마지막인가? 정말 나는 쓰지 않고 더 행복해질 수 있나? 이렇게 쉬운 결정을 그동안 하지 못한 이유는 도대체 뭐지? 왜 나는 그동안 글을 쓰고 싶어 그토록 안달했던 걸까? 분명 쓰는 재미가 있었다. 부유하는 단어들을 잡아서 내 생각을 기록하면 나란 사람이 분명히 보이고 내가 가야 할 길이 명확해지는 듯했다. 집 청소는 안 되어 있어도 내 마음 정리가 되니 외모는 꾸미지 못해도 당당했다. 누가 봐주는 글이 아니라 오롯이 나 스스로 만족하는 글을 매일 거침없이 술술 썼다. 그런 부족한 글을 읽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신기하고 즐거웠다. 정말 그때는 글쓰기가 즐거웠다.     


 차라리 쓰지 않는 사람으로 사는 게 낫겠다 결론 내려고 했는데 기어코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린다. 기록되지 않는 일상, 기억되지 않는 추억, 정리되지 않는 나, 나의 모든 것들이 산산이 흩어져 버릴 것만 같아 불안하다. 나는 왜 쓰는가? 그냥 의미 없이 잊히고 싶지 않아서. 무엇을 쓰고 싶은가? 나, 보통의 나, 너무 평범해서 나 아니고서는 아무도 나를 특별하게 기억하지 않을 테니까. 나에 대해 쓸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밖에 없으니까. 쓰기를 통해 뭘 이루고 싶은데? 그래, 이것 때문이었다. 자꾸만 목적을 생각하니까 글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그냥’ 쓰면 되는데 말이다.      


 어제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공지되었다. 10월 22일 마감이다. 앞으로 두 달, 아무래도 난 그냥 쓰지는 못할 것 같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꿈꾸며 사심 가득한 글쓰기로 몸살을 앓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설렌다. 오늘 아침 산책길 발걸음도 그 어느 때보다 기운이 넘쳤다. 꽤 오랫동안 지속하지 못했던 글쓰기를 60일 동안 매일 하기로 했다. 브런치북을 2, 3권 만들어서 응모해 볼 생각이다. 결과와 상관없이(아니, 조금은 상관있겠지만) 60일 후에 나에게는 60개의 글과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과 자신에 대한 만족감과 해냈다는 성취감이 남을 테니까. 글을 처음 쓸 때의 그 순수한 떨림으로 오늘 나는 다시 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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