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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Apr 13. 2023

4월에 꼭 봐야할 영화 <장기자랑>

세월호 참사 9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눈이 벌개지고 퉁퉁 불었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누군가 옆에서 톡 건드리면 왈칵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았다. 어제 혼자서 영화 <장기자랑>을 보고 왔다. 요즘 메타포라라는 글쓰기 수업에 참여 중인데 여정이라는 학인이 소개한 영화다. 너무 슬프다는 말만 들었을 뿐 세월호 관련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평소 영화에 대한 정보를 미리 보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정말 미안하게도 어제가 4월 12일인데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영화 초반부에 '아~'하며 울음이 터져버렸다.



 영화 <장기자랑>은 세월호 사건으로 자식을 잃은 엄마들 몇 명과 생존자 엄마 한 명이 함께하는 극단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아이를 잃은 엄마들, 내 아이는 살아돌아왔지만 내내 마음에 돌덩이를 안고 살아가는 엄마, 그리고 그들에게 연극을 해보자고 손을 내민 김태현 연출가의 이야기가 날것 그대로 가슴을 파고든다. 자식을 가진 엄마라면, 내 자식이 고2 때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엄마라면 더더욱, 이 엄마들의 마음을 가늠해보는 것만으로 무척 아플 것이다.

 몸부림이자 용기다. 억울하게 자식을 먼저 보내고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상규명이 되지 않는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한, 아니 어떻게든 견뎌내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소리내지 않고 살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 아이들의 교복을 입고 무대에 서는 건 북받치는 울분을 꾹꾹 눌러서 만들어낸, 용기이다. 여전히 칼로 찌르는 듯 아플 때가 한두 번이 아닐텐데 그들은 자식이 없는 곳에서 자식을 위해 매일을 싸우고 있는 듯 보였다.

  영화 <장기자랑>에는 눈물만 있지 않다. 아이를 잃었지만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엄마들의 일상도 볼 수 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불행을 겪은 사람들이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지만 질투와 갈등으로 토라지기도 하고 다시 뭉치기도 한다. 사람 냄새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미소짓고 안도하게 된다. 그들도 보통 사람들과 똑같은,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과 함께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슬픔과 분노만으로는 살 수 없을 테니까.


 "잊지 않겠습니다" 해 놓고선 잊고 있었다. 내 자식 일이 아니라 잊기 쉬웠고, 떠올리면 가슴만 아프다는 핑계로 나의 무심함을 합리화했다. 영화 <장기자랑>을 보며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하는 일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펑펑 울었는데 개운하지는 않다. 내가 그들에게 어떤 도움도 줄 수 없고,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있기 때운일 것이다. 세월호 사건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메타포라의 학인이 되어 고르고 바른 은유 쌤의 생각을 직접 듣고, 공감력이 뛰어난 학인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다. 메타포라에서 읽은 책들은 소수자에 대해 말하고, 권력에 찬 말들을 함께 부수자고 외치고, 노동의 현장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젊은이와 남은 자들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나의 좁은 시선을 멀리 깊게 향하도록 이끌어주는 뜻깊은 기회다. 내가 사는 곳이 살만한 세상이 되도록 뭐라도 해보자 싶다.


메타포라에서 읽은 책들  《말을 부수는 말》, 《김용균, 김용균들》, 《자미》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안 하련다. 포털 사이트에서 찾아보면 나오는 영화의 줄거리나 배경은 내가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이런 영화는 좀 봅시다'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인천 사는 사랑들이라면 싸게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공간주안>을 추천하고 싶다. 매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라며 관람료가 5, 000원이다. 요즘과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래도 되나 싶은 문화 혜택이다. 영화관을 나오며 매주 수요일 <영화공간주안>에 오기로 다짐했다.



4월이 가기 전에

영화 <장기자랑> 보시고

눈물 펑펑 쏟아내 보세요.

그리고 우리 절대로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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