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쾌한 주용씨 Apr 27. 2023

대한민국 노동 현장의 실태!《김용균, 김용균들》

일하다 아프지 않게, 일하다 죽지 않게

 《김용균, 김용균들》은 내가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수업, 은유의 메타포라 10기의 네 번째 책이다. 2018년 12월 11일 발전소 사고로 운전원 김용균이 사망한 이후 삶이 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메타포라에서 읽은 《자미》, 《말을 부수는 말》에 이어 《김용균, 김용균들》까지, 이 책들은 나의 편안한 일상을 뒤흔들고 자꾸만 몸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몰랐던 삶, 다르게 사는 사람, 결이 다른 생각들을 마주하는 일이 조금은 불편했지만 이렇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반가웠다.


 책을 읽는 동안 자주 몸이 저리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깜깜한 곳에서 너무나 외로웠을 김용균과 김용균들이 눈에 밟혀서 새벽에 자꾸 깼다. 작은 스탠드 불빛 아래서 잠을 잊은 채 《김용균, 김용균들》을 읽었다. '몰랐다'라는 말로 나의 무관심을 용서하기 힘들었다. 24살 김용균의 얼굴에 23살 우리 큰아들이 겹쳐 보였다. 남일 같지 않았다. 김용균투쟁 62일, 김용균 엄마 김미숙의 발언이 귀에 쟁쟁하게 울리는 듯했다. 아직도 어린애 같은, 20살 우리 작은아들이 안전하게 살아가려면 엄마인 내가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싸우는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2021년 산재로 인한 질병과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2080명,
하루 5,7명
우리나라 산재 사망률
OECD 가입 국가 중 1위
자살률 하루 36명으로 1위
빈부차 1위


 충격이다. 아이가 자라서 사회에 진출하면 60퍼센트 이상이 비정규직이 된다는데 공들여 키운 내 자식이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에 내몰려 일해야 한다면 어느 부모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들이 지향하는 것, 꿈꾸는 걸 국가가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도, 그에 대한 고려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질과 상품을 생산하는 인력에만, 값싼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데만 혈안이 된 사회는 결코 건강하게 오래 지속될 수 없다. (p.138)'에 밑줄 그었다. 우선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했다.


 논술 쌤으로서 아이들에게 알릴 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게 하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가르치기로 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지난 주 논술 수업 시간에는 아이들에게 세월호 참사에 대해 간단한 브리핑을 하고 관련 영상을 보여줬다. 웃고 떠들던 아이들은 나의 심각한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에 숙연해졌다. 몇몇 아이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일어나면 안 되는 일들이 대구 지하철 참사(2003)에 이어 세월호 참사(2014), 이태원 참사(2022)로 계속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라는 뜻의 참사가 자주 일어나는 사회가 과연 정상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아이들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처음 태안화력발전소를 찾아 현장을 둘러보았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일터는 깜깜했습니다.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위원회의 심정도 깜깜했습니다.
위원회는 그렇게 암울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빛은 더욱 밝습니다.
한줄금 빛을 비추고 싶은 마음은 그래서 더욱 간절했을지 모릅니다.

P. 226 특조위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의 발간사



 '깜깜했다'는 말이 이렇게 가슴 아프게 들린 건 처음인 것 같다. 우리 큰아들과 비슷한 나이의 김용균이 깜깜한 그곳에서 느꼈을 외로움과 고단함, 두려움과 공포가 내게로 전해지는 듯했다. 이 글을 읽고 안타까움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글로 마주한 나도 마음이 이런데 처음 김용균을 발견한 이인구 씨나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 그리고 발전 비정규직 동료 이태성 씨는 그 마음이 어땠을지 감히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알아야 행동할 수 있고, 함께 힘을 모아야 바꿀 수 있다. 그들은 힘겹게 김용균을 보내고 싸우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일하다 아프지 않게
일하다 죽지 않게


 너무 당연한 말을 구호로 외치며 싸워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책을 읽을수록 그동안 내가 노동 현장을  너무 몰랐구나 싶었다. 드라마나 영화, 소설 속 불의를 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지만 현실을 제대로 몰랐던 탓에 직접 싸움의 현장에 나가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힘을 보태야겠다. 《김용균, 김용균들》의 책장을 덮고 서점에 들러 《전태일 평전》을 사와 읽는 중이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심정을 한숨과 함께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이러다 이주용 투사되겠어'라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민노총에 소속된 남편은 나의 이런 모습이 싫지는 않은가 보다. 조만간 전태일과 전태일의 어머니 김소선 씨, 김용균의 묘소가 있다는 마석 모란공원에 한번 다녀오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주엔 남편과 함께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다음 도희>를 보고왔다.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노동현장에 대해 이렇게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너무 늦었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