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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Aug 03. 2021

브런치에 글을 못 쓰는 이유

블로그에는 3년 가까이 매일 글을 썼다.


2020년 10월 21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나를 '이작가'라고 불러주는 남편과 축하 파티까지 했다. 작가가 되겠다는 내 꿈에 성큼 다가간 것 같아 한껏 들떠 있었다.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고 있으니 일주일에 한 번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것쯤은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내 브런치는 글 36개뿐이다. 


 제 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기 위해 브런치북 하나를 만들었다. 재취업하고 얼마 되지 않아 정신 없이 바쁠 때였다. 며칠 동안 글을 편집하고 수정하면서 힘들지만 행복한, 몰입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출간 제안을 받았다. 내 생애 첫 책의 원고를 쓰느라 바쁘긴 했지만 처음과는 다르게 브런치 글쓰기에 대한 의욕이 한풀 꺾였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당선된 글을 보면서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에 위축되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수많은 작가들에 비해 어쩐지 내 글은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매일 일기처럼 부담없이 썼던 블로그와는 좀 달랐다. 더 완성된 글을, 더 작가다운 글을 써야지 하고 욕심부리다가 결국 브런치와 멀어지고 말았다. 


 내가 책을 출간할 수 있었던 건 브런치와 블로그 덕분이었다. 나는 첫 책 출간 이후 일을 그만두고 제대로 '읽고 쓰는 삶'을 살아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내 책상 위에는 읽고 싶은 책들이 수북히 쌓여 있고, 쓸거리를 메모하는 노트가 종류별로 펼쳐 있다. 하루 24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재취업해서 일했던 1년 내내 바라왔던 환경이다.


 블로그에 매일 글을 써 온 지 3년이 되어간다. 내 집처럼 편안하고 그동안 생긴 이웃들 덕분에 든든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편하기만 한 건 바람직하지 않다. 산고와 같은 글쓰기의 고통을 느낄 수 없다면 내 '읽고 쓰는 삶'은 큰 발전 없이 흐지부지될 지도 모른다. 


 새벽마다 요가를 한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르고,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그 순간을 견뎌낸다. 그 뒤엔 힘든데 좋은, 짜릿한 성취감이 찾아온다. 요가를 통해 어떤 어려운 일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단단함을 훈련한다. 


오늘은 블로그에 무슨 이야기를 할까? 
이번 주 브런치에는 어떤 글을 쓸까?


 난 글쓰기의 고통을 기꺼이 받아내기로 했다. 글 쓰기의 고수들이 책을 통해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내 글쓰기는 블로그와 브런치가 있으니 훨씬 덜 외로울 것이다. 8월의 시작,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글쓰기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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