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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Jan 01. 2022

1월 1일 해돋이의 의미

우리 동네 인천 청량산의 해돋이 풍경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슨 날을 기념하며 북적대는 명소를 찾아다니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새해 첫 날이라 남편과 함께 해 뜨는 시간을 검색해보고 우리 동네 청량산에 올랐다. 오르는 길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였고, 하늘은 조금씩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아주 추워지기 전까지는 매일 아침 올랐던 산인데 1월 1일에 바라보는 붉은 하늘은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로 설렜다. 


 내가 우리 집 정원이라고 부르는 청량산에 오늘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걸 처음 본다. 평소에 산에 오르지 않았던 사람들도 오늘만큼은 추위를 무릅쓰고서라도 해돋이를 꼭 봐야 마음이 놓이는가보다. 꽁꽁 언 손을 호호 불며 어서 빨리 태양이 떠오르기를 한마음으로 기다렸다. 마치 한 해의 운을 떠오르는 해가 다 품고 있는 것처럼 해돋이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사람들의 눈은 빛났다. 태양을 부르는 말과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즉 1년 365일을 똑같이 '해'라고 부르니 태양이 1년 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는 생각은 꽤 과학적인 기분마저 든다.


 어젯밤에는 평소보다 늦게 잠들었다. 올해 고3이 되는 둘째아들이 제야의 종소리는 들어야하지 않겠냐고 하는데 대입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치러야 하는 아들의 말이라 그냥 흘려버릴 수가 없었다. 0시가 되기 5분 전, 아들과 TV를 보며 새해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논술 선생님답게 얼른 네이버 지식백과를 켜고 '제야의 종'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제야의 종

12월 31일 자정을 기해 서울 종로2가에서 보신각종을 33번 치는 행사.
 
원래 '제야(除夜)의 종'은 제석(除夕) 또는 대회일(大晦日)에 중생들의 백팔번뇌를 없앤다는 의미로 각 사찰에서 108번의 타종을 하던 불교식 행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제야 또는 제석은 '섣달 그믐날 밤(음력 12월 30일경)' 어둠을 걷어내는 것, 즉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


 텔레비전을 통해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아들에게 올해 후회없는 한 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주었다. 평소 10시면 잠이 드는 내가 졸린 눈을 비벼가며 아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고 서로 덕담을 나누었으니 엄마로서 도리를 한 느낌이 들어 뿌듯했다. 1월 1일부터 새벽 기상 루틴을 깰까봐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4시간 정도밖에 못 잤지만 새해 첫 날이라 더욱 일찍  2022년을 맞이하고 싶었다. 기어코 4시 30분에 일어나 유튜브를 보며 아침 운동을 하고 물구나무서기(머리서기, 살람바 시르사아사나) 5분을 하며 명상까지 깔끔하게 끝냈다. 피곤하긴 했지만 해돋이를 보지 않으면 찝찝한 마음이 들 것 같아 남편과 부랴부랴 산에 올랐는데 역시 잘 했다. 



 남편 곁에서 우리 가족의 한 해 운을 빌었다. 큰아들의 건강한 입대와 작은아들의 후회없는 대입 준비, 그리고 남편의 건강, 건강, 또 건강과 내가 하는 일 모두 승승장구하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요양병원에 있는 울엄마의 무탈한 시간을 진심을 다해 소망했다. 

 1월 1일에 해돋이를 보며 소원을 빌었다고 해서 다 이루어질 리는 없지만 이런 의식은 경건한 마음과 충만한 에너지를 갖게 한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평온과 희망의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가슴에 태양을 닮은 열정을 품고 산을 내려왔다. 드디어 2022년에 한 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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