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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Jan 12. 2022

꿈을 찍는 사진관

성균관대학교 2021 졸업작품 '꿈을 찍는 사진관' 이주용 인터뷰

유튜브에 '꿈을 찍는 사진관'을 검색해 보세요!


 유튜브에 제가 나오는 영상이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 학생들의 2021년 졸업작품 '꿈을 찍는 사진관'에 11명 중 한 명의 인터뷰이로 출연했습니다. 인터뷰 제안을 받고 촬영을 한 건 2020년 11월이었는데 1년이 지난 작년 2021년 11월에 완성 작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큰아들에게 자극과 도움이 될까 싶어 함께 합정역에 있는 작은 스튜디오에 갔었죠.  20대의 젊은 대학생들 앞에서 꿈에 대해 이야기했던 그때가 새록새록 생각나네요. 얼굴과 귀가 새빨개지고 머리는 땀으로 살짝 젖었습니다. 처음에는 긴장을 했지만 엄마 나이의 제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을 보니 진심이 실리고 인터뷰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끝나고 나서는 다시 하라고 하면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쉽더라고요. 큰아들과 저에게 아주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제 인터뷰 부분은 1,2 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화면 속에 담긴 제 모습이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한창 꿈을 꾸기 시작한 제 모습이 애틋하고 정겹기까지 하네요.  지금도 여전히 꿈을 꾸고 있지만 그때와는 좀 다른 방향으로 변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많은 꿈을 꿀 수 있더군요. 


꿈을 찍는 사진관(2021) - 성균관대학교 2021 졸업작품

https://youtu.be/b_yuwinD9M0


 실제로 인터뷰를 할 때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완성 작품에 실린 분량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2021년 6월에 출간된 제 책 『일을 그만두니 설레는 꿈이 생겼다』에 실린 인터뷰 전문을 첨부합니다. 혹시라도 '이 나이 먹어서 무슨 꿈이야?'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평범한 저의 꿈 이야기에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갖게 된 꿈이 나이 50이 된 나를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살게 했습니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즐겁고 성실하게 오늘을 살게 합니다. 



'꿈을 찍는 사진관' 이주용 인터뷰 전문

『일을 그만두니 설레는 꿈이 생겼다』 p.200~206


10문 10답

1. 먼저 지금 하시는 일과 함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이름은 이주용입니다. 두 아들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요양병원에 홀로 계신 엄마의 딸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49살의 나이에 국어 과목 학원 강사로 취업에 성공하여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2. 블로그 소개란을 보면 ‘49세 나이에 재취업한’이라는 부분이 눈에 띕니다. 그 전에도 학원 강사, 원장님으로 20년이 넘도록 근무하셨는데 또다시 취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3년 4개월 쉬었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이유가 전부는 아닙니다. 읽고 쓰면서 인생을 사는 방향과 가치관이 많이 변했습니다. 일하면서 꿈도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학원 강사는 오랫동안 해 온 일인 만큼 다시 해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죠.

3. 어릴 때 꿈은 무엇이었나요? 또한 그 꿈이 성장하면서 변한 까닭은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은 아이였습니다. 꿈도 수시로 바뀌었습니다. 아나운서, 변호사, 작가, 번역가, 통역사 등 무척 다양했습니다. 어릴 때는 꿈에 대한 확실성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꼭 이루어질 것만 같죠. 성인이 되면 많은 것이 변합니다. 특히 현실과 타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가정 형편과, 학교 성적, 주변 사람들의 시선, 이런 것들이 사람을 변하게 합니다. 저 역시 이런 것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4. 연극배우를 꿈꾸었다고 하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더불어 이러한 꿈들을 뒤로하고 국어 강사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 앞에서 내가 준비한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들의 반응을 즐겼던 것 같아요. 학생 때 적성 검사를 했는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이 잘 맞는다고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학 시절 우연히 무대에 서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짜릿했어요. 그때의 떨림과 에너지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던 대학생에게 막연한 꿈은 신기루와 같았습니다. 살아가는 데 꿈보다는 돈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그래서 대학 선배의 소개로 국어 강사가 되었습니다. 돈 때문에 시작한 일이 이렇게 오래 지속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5. 블로그를 보면 여전히 다양한 인문학 분야의 책을 읽으시고 여러 가지 공부를 꾸준히 하시고 있는데, 계속해서 공부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있을 때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과거에 발목 잡혀 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며 살고 싶지는 않아요.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있으면 꿈을 꾸게 되지요. 가만히 앉아 있지만 내 안에서 엄청난 변화가 꿈틀대는 그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6. 최근 블로그 운영과 함께 출판을 기획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책을 쓰는 것이 현재 유쾌한 주용씨의 꿈인가요?

글 쓰는 사람으로 사는 것. 이것이 바로 현재 저의 꿈입니다. 일을 쉬면서 독서에 푹 빠졌습니다. 보고 싶었던 영화들도 원 없이 보았습니다. 걷기와 요가도 열심히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7. 엄마는 늘 아들보다 먼저 일어나고, 아들의 꿈을 위해 헌신하는 존재라고 언급하신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아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격려하는 것이 엄마로서 주용 님의 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엄마라서 힘들 때도 많지만 엄마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살아가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꿈꿀 수 있도록 언제나 든든한 엄마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지 않을까요?

8.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일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취업을 앞두고, 하고 싶은 일과 경제적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많이 고민합니다.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주용 님의 생각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에너지를 분배하는 일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이 비율은 가끔 바뀌기도 하지만 보통은 해야 할 일에 40~50 정도를 투자하고, 좋아 하는 일에 50~60 정도를 투자합니다. 내 꿈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느냐에 따라 비율을 조정합니다. 좋아하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이라면 꼭 해야 합니다. 그러나 너무 싫고 괴로운데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라면 과감하게 일을 접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내 꿈과 접점이 있는 일을 하라’입니다. 저는 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 꿈은 글을 쓰고 강연하는 사람으로 사는 것입니다. 국어 강사와 글을 쓰고 강연하는 것, 이렇게 두 가지는 접점이 많습니다. 따라서 힘들어도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있지만, 이 일이 내 꿈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기회도 늘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몸은 바빠도 마음만은 든든하다고 할까요?

9. 20대에는 연극배우가 꿈이셨고, 지금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남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던 어릴 적 성향이 지금의 주용 님에게 영향을 준 것일까요?

그런 것 같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는 부담도 되지만, 내 이야기를 통해 변해가는 사람들을 보면 전율이 느껴집니다. 블로그에 쓴 글을 보고 공감하는 이웃들, 내 강의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 이 모든 반응이 제게는 큰 힘이 됩니다. 반응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앞으로 책을 출간하면 더 많은 분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분들을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10. 어머님들은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꿈을 포기하고 사는 어머님들과 자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꿈 없이 산다는 건 상상할 수 없고, 상상하기도 싫은 일입니다. 저는 이제 막 지천명이라 부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설레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부분이나 일상에서 벌어지는 자질구레한 문제들이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그런 제가 더 행복하게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간절한 꿈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꿈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꿈이 없다는 것은 삶을 지탱하는 큰 기둥 없이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꿈입니다. 그러므로 자식은 엄마에게, 엄마는 자식에게 소중한 꿈을 꿀 수 있도록 서로 응원해주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런 세상이야말로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사는 세상이 아닐까요?



 오랜만에 제가 했던 인터뷰 내용을 다시 읽으니 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우리 두 아들에게, 저와 논술 수업을 함께 하는 아이들에게 꿈을 꾸는 사람이 어떻게 성장해가고 얼마나 설레는 인생을 살아가는지 가까이에서 보여주고 싶습니다. 오늘도 가슴 가득 설레는 꿈을 품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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