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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Jan 13. 2022

자꾸만 먹어요

단주 후 고민이 생겼어요

 자꾸만 먹어요. 평소 먹지 않던 빵이 자꾸 생각나고 참다참다 집 앞에 나가 붕어빵을 사다 3,4개씩 우걱우걱 먹기도 합니다. 치즈에 맛을 들인지 좀 됐는데 요즘 그 맛에 더욱 심취해서 모든 음식에 치즈를 발라 먹고 뿌려 먹고 그냥도 마구마구 먹게 돼요. 적당히 먹으면 좋으련만 양 조절이 안 되네요. 왜 이럴까요? 다른 건 문제가 없어요. 단주는 신기할 정도로 길게 잘 이어가고 있고, 새벽에 일어나 홈트 1시간 그리고 머리서기 5분까지 매일 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유독 먹는 시간과 양이 조절이 안돼서 살은 빠지지 않고 체중이 오르락내리락 제자리 걸음입니다. 30년 마시던 술을 끊는 과정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증상일까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좀 별난 것 같습니다. 언제쯤 이 식욕이 가라앉을까요?


 탄수화물을 덜 먹으려고 밥 대신 달걀과 두부를 주로 먹는 편입니다. 다이어트를 위한 식재료로 손색없잖아요? 그런데 양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책 보고 글을 쓰다보면 8시쯤 넘어서 갑자기 식욕이, 그야말로 터집니다. 주방으로 가서 사과를 깎아먹고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며 뱃속을 잠재우려 하지만 오히려 그때부터 시작이 됩니다. 달걀에 양배추를 넣어 두툼하게 부쳐서 치즈 한 장 얹어 먹습니다. 도시락으로 삶은 달걀, 파프리카, 사과 몇 쪽, 당근, 콜라비(농산물시장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사 봤습니다) 등을  준비하다가 조금씩 맛을 본다는 게 한 끼 식사는 한 것 같습니다. 후회해도 이미 늦어버렸어요.


 단주로 가장 기대했던 것이 다이어트였는데 완전 실패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술을 마셔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죠. 술을 마시지 않으면서 살은 빠지지 않았지만 생산성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된 것 분명하니까요. 잠은 좀 덜 자도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공부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술자리를 갖지 않으니 매일 밤 7시 전에 먹는 걸 끝내게 됩니다. 야식도 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도 살이 쭉쭉 빠지질 않아요. 몸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이 정도면 좀 빠져줘야 하지 않나요? 나잇살이라고 하기엔 좀 너무하다 싶네요. 그동안 술과 안주로 먹던 것을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로 먹고 있다고 해도 저녁 일찍 먹고 야식 안 먹고 새벽에 일어나 운동까지 매일 하는데 말이죠.


 지금도 아침으로 좀 과하게 먹고 나 자신에게 화가 나서 이렇게 글로 푸는 중입니다. 좀 가볍게 살고 싶어서 술도 끊고, 새해를 맞아 독한 성장을 계획하고 그 어느 때보다 성실한 하루를 살고 있는데 허기를 못 참고 매번 과식을 하고 있는 제가 정말 이해되지 않습니다. 제가 왜 이럴까요? 수면 부족과 먹는 양이 좀 많다는 것 이외에 다른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정말 잠을 많이 안 자서, 좀 많이 먹어서 이러는 걸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살빠질 이유가 더 많은 것 같은데요. 이런 패턴이 계속되고 있으니 전문가라도 찾아가서 도움을 받아야 하나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그야말로 답답합니다.


 좀 덜 먹고 배고픔을 이기는 방법은 없을까요? 전에는 '공복, 그 현기증 나는 아름다움'이라는 글을 쓰면서 꼬르륵 소리를 반겼는데 3개월 만에 허기를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이렇게 토로하는 글을 쓰고 있네요. 장담할 수 없는 게 사람 일이라지만 어떻게 내 몸 하나를 어찌하지 못해 이렇게나 고민하고 있는 걸까요? 한심한 마음이 들다가도 '나약한 자여, 그대는 인간인가'하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이런 나를 버릴 수도 없고 내가 보듬어 토닥이며 달래는 수밖에요. 그래도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글로 쏟아내고나니 좀 개운해지긴 합니다. 아마도 내 마음에 뭔가 답답한 게 쌓여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동안 독한 1년을 살겠다고 결심하며 좀 무리했거든요. 내 몸이 자기방어를 한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이제야 드네요.


 이제부터 수면에 신경 좀 써야겠어요. 5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고 타이트한 하루를 계획하고 살아가는 탓에 심리적 허기가 느껴졌던 것 같아요. 일과 꿈의 성장도 좋지만 정신과 몸의 건강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내 마음과 몸을 살피면서 좋은 음식을 천천히 먹으며 일해야겠어요. 살이 빠지지 않는 몸이라도 내가 챙겨야지 별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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