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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Jan 23. 2022

3일 72시간 단식 후 보식 중!

『잠시 먹기를 멈추면』리뷰

 요즘 좀 뜸했지만 몇 년 전부터 간헐적 단식에 관한 책을 읽어왔다. 겸해서 저탄고지, 저탄고단 등 다이어트 관련 책을 읽고 실천해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이번에 또 단식에 관한 책을 읽은 걸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난 계속 체중 감량에 실패해왔다. 물론 잠시 성공을 맛본 적도 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요요가 찾아왔고 전보다 더 체중이 불어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나이가 들수록 살은 쉽게 찌고 전보다 더한 노력을 해도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100일 단주를 하며 야식을 끊었는데도 초반에 3,4kg 정도 빠지더니 계속 그대로다. 아니, 빵이라도 먹은 다음날엔 여지없이 500g에서 1kg이 다시 올라오기도 했다. 정말 힘빠지는 일이다. 

 100일 단주 후 일주일 동안 격일로 3일이나 술을 마셨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까봐 두려웠다. 이러면 안 되지 하는 생각에 동기 부여를 할 만한 책을 찾았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 『잠시 먹기를 멈추면』 이 눈에 뜨였다. 간헐적 단식에 대한 기초 지식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나의 다이어트 실패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읽으며 전날의 야식과 음주에 대한 벌로 단식에 들어갔다. 계속 따뜻한 물을 마시고,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위로를 삼으며 책 속으로 빠져 들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잠시 먹기를 멈추면』과  독서 기록장



몸은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중 한 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다. 동시에 두 가지에 집중할 수는 없다. 자주 먹으면 몸은 지방을 에너지로 비축하느라 바빠지고, 덜 먹으면 몸에서는 에너지를 태우는 시간이 길어진다. 단식은 몸이 에너지를 저장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에 더 집중하게 한다. p.25

먹지 않으면(즉 단식을 하면) 인슐린 수치가 떨어지고 이것은 몸에 더 이상 이용 가능한 음식이 없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세포는 생존을 위해 글리코겐이나 지방(글리코겐을 다 소비하면)의 형태로 저장된 에너지를 끌어다 쓴다. p.33

뇌는 놀랍고 복잡하며 회복력이 좋은 기관이며, 단식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기관이기도 하다. p.37

실제로 여성들은 체중이 많을수록 수입이 줄고, 매우 날씬한 여성들은 평균 체중 여성보다 약 2만 2000달러를 더 번다. 체구가 매우 큰 여성들은 평균보다 약 1만 9000달러를 덜 번다. p.47


『잠시 먹기를 멈추면』은 단식만이 체중 감량의 답이라고 강조한다. 칼로리 계산은 쓸모없는 짓이라고 못박았다. 원래는 16시간 또는 24시간만 먹지 말아보자 했는데 책을 읽어가면서  좀 더 단식 시간을 늘려보기로 했다. 실제로 단식으로 체중 감량을 한 공동 저자의 경험담이 공감과 위로와 용기가 되었다. 이번 기회에 내 생애 가장 긴 단식을 해보자 싶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 독한 다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항상 살이 빠졌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배고팠고, 갈피를 못 잡았으며, 불만족스러웠다. 체중은 영락없이 다시 돌아왔고, 종종 훨씬 더 늘어났다. 
p.141



 나도 이랬다. 그런데 단식을 하면서 달라졌단다. 체중이 빠졌고 몸에 있던 여러 가지 병도 나았으며 삶의 질은 높아지고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몸 때문에 불행하거나 자존감이 떨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더 이상 다이어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건강한 노후를 맞이하고 싶다. '30년 마셨던 술도 100일이나 끊었는데 잠시 먹기를 멈추는 게 뭐 그리 어려울까' 하며 내 의지에 불을 붙였다. 

 월요일 밤 11시까지 먹고 마신 후 다음 날 화요일에는 물과 커피 외에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책의 도움인지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 수요일 아침 공복으로 홈트를 하고 샤워 후 체중을 재니 전날 아침에 비해 2.1kg이 빠져 있었다. 물론 그 전날 밤에 많이 먹은 후라 급찐급빠의 결과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하루 단식에 성공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니 좀 더 욕심이 생겼다. 하루만 더 해보기로 했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틀째는 첫날보다 좀 더 수월한 기분이 들었다.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고 설거지까지 깔끔하게 마쳤다. 음식 냄새를 맡으면서도 식욕으로 힘들지 않았다. 단주 실천으로 의지력이 향상된 것 같다. 의지도 훈련을 하면 더 강해지는 것이 아닐까? 수요일부터는 새로 준비한 100일 다이어트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먹은 음식은 없으니 운동과 물, 그리고 커피를 적고 의지를 불태웠다.  

 단식 3일째 목요일 아침, 힘겹게 아침 홈트를 마치고 샤워를 하면서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자고 나를 다독였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에 힘들게 시작한 단식을 당장 그만둬 버릴까봐 걱정이 되었다. 무심한 듯 체중계에 올랐다. 전날보다 1.4kg이 빠졌다. 단식 이틀 만에 3.5kg이 빠진 것이다.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아가며 단식 후 원래 식사로 돌아오는 방법을 찾아 읽었다. 단식 후 보식에 대한 유튜브 채널도 찾아보며 단식이 끝난 후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 머릿속으로 그렸다. 


『잠시 먹기를 멈추면』 독서 기록장



                                                       단식을 중단하는 방법

 대부분의 단식, 즉 5일 이내의 단식에서는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저 천천히, 주의하면서 먹으면 된다. 식사를 다시 시작하면 호르몬이 포만감 신호를 보낼 때까지 음식이 계속 들어갈 것이다. 포만감이 느껴지면 더는 먹지 마라. 식사는 기분 좋게 먹을 수 있게 다채롭고 영양이 풍부한 건강한 음식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천천히, 꼭꼭 씹고, 입에 음식을 가득 채우지 마라. 첫술은 느낌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전에 맛보았던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냥 그 느낌을 받아들이고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라. 한 시간 안에 식사하기로 계획하고, 잊지 말고 식사 중에 수분을 많이 섭취하라.
p.185~186


 목요일 밤 11시까지 단식을 이어가면 3일, 72시간 단식 성공이었다. 11시 이후 잠자리에서 무언가를 굳이 먹을 필요는 없으니 다음 날 아침까지 단식은 이어질 것이다. 학원 수업을 하면서 항상 배고픔을 미리 걱정했다.  먹을 것을 준비하고 몇 시에 먹을지를 계산하느라 고민했는데 단식 3일째는 아무것도 먹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나니 가방은 가볍고 시간적 여유까지 생겼다. 출근 전에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며 책 리뷰와 함께 나의 단식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드디어 목요일 11시, 3일 72시간 단식을 무사히 마쳤다. 라면 냄새를 풍기며 야식을 먹는 남편과 큰아들이 야속하긴 했지만 꼬르륵 소리를 굿나잇 음악으로 여기며 잠을 청했다. 금요일 아침 조금 어지럽기는 했지만 내 생애 가장 긴 단식을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간단히 홈트를 하며 땀을 뺐다. 단식 82시간 만에 4.3kg 감량에 성공했다. 그리고 책과 유튜브에서 경고하는 대로 보식 기간을 잘 보내서 유지하는 데에 온힘을 쏟기로 결심했다. 

 하루 2끼만 먹기 위해 단식 84시간 40분 만에 아몬드와 호두로 텅 빈 속을 달랬다. 그리고 1시간 후 정성껏 끓인 야채탕 1대접 천천히 먹고 출근, 저녁엔 도시락으로 준비한 샐러드로 보식 1일째 식사를 마쳤다. 그날 먹은 견과류와 야채탕, 그리고 샐러드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단식이 주는 혜택 중에 하나는 아주 적은 음식에도 고마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겠지만 식탐을 버리고 너무 많이 먹지 않는 생활을 이어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건강한 식습관

1. 식욕을 떨어뜨려라
2. 생각없이 먹지 마라 
3. 배고플 때는 마트에 가지 마라
4. 작은 접시에 담아라
5. 식사 시간에만 먹어라


 3일 단식 후 보식 3일째다. 야채탕과 샐러드 두 끼를 이어가고 있다. 체중은 0.3kg 정도 더 빠졌다. 가끔씩 어지럽거나 기운이 없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기분은 잠시일 뿐 대체로 견딜 만하다.  『잠시 먹기를 멈추면』 덕분에 내 생의 가장 긴 단식을 무사히 마쳤고, 최근 들어 가장 큰 폭의 체중 감량에도 성공했다. 앞으로 건강한 식습관과 간헐적 단식을 계속해 나갈 것을 결심한다. 좋은 책은 사람을 바꾸고, 생활을 바꾸고,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또 한 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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