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소금민빛입니다. 2021년 올해는 한글날이 토요일이라 처음으로 대체휴일로 지정됐던 것 때문에 좀 더 기억에 남으셨던 분도 계실텐데요, 한글날은 꽤 지나긴 했지만 올해를 마무리하기 전에 남북 겨레말인 우리 한글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다들 아시겠지만, 한글은 1443년 조선 제4대 임금 세종이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이름으로 창제하고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1446년에 반포하였습니다. 세계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한글만이 창제한 사람과 창제 원리, 그리고 반포일이 정확히 알려진 문자로, 국보 70호인 훈민정음해례본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기도 하지요.
특히 우리 한글은 세계 유일의 자질문자(featural writing)로 하나의 문자 기호가 하나의 음성적 특징, 즉 ‘자질’을 나타냅니다. 한글은 발음기관을 본떠 만들었기 때문에 소리를 담기 가장 적합한 글자로 한글 자음은 혀의 위치, 입술 모양 등을 근거로 하고 있고 모음은 •, ㅡ, l , 즉 천지인(天地人)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분단으로 인해 우리 겨레말에 차이가 생겼습니다. 북한이 당시 사투리였던 평안도의 평양어를 표준화하면서 어휘 차이가 생겼고 체제와 일상 환경의 차이로 인해 일상어가 더욱더 달라지게 되었지요. ‘사랑의 불시착’같이 북한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를 보신 분들은 이 부분은 이미 익숙하실 텐데요, 특히 북한에서는 언어의 실용성, 언어 예절이나 말하기 교육을 강조하면서 1966년부터 꾸준히 ‘말다듬기 사업’으로 한자어, 외래어, 일본식 말들을 정리해왔습니다.
사실 남북 정부가 각각 세워진 1948년 전까지 남북의 언어체계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북한이 1948년 ‘조선어 신철자법’을 제정한 이래, 1954년 ‘조선어철자법’, 1966년 ‘조선어 규범집’, 1987년의 ‘조선어 규범집’ 수정본 등을 통해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남북한의 언어 분단이 본격화된 것은 1960년대로 언어정책에도 주체사상이 적용되어 1966년 김일성은 ‘조선어의 민족적 특성을 옳게 살려나갈 데 대하여’에서 표준어로 사용하는 서울말을 비판하면서 평양말을 문화어로 명명하며 새로운 언어 표준체계를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남한의 서울 표준어와 북한의 평양 문화어는 자음과 모음의 차례와 이름에서 차이가 생겼는데요. 서울 표준어는 ‘기역, 디긋, 시옷, 쌍기역’이라 읽으면, 평양 문화어는 ‘기윽, 디읃, 시옷, 된기윽’으로 읽습니다. 또한 문화어는 두음법칙을 인정하지 않기에 리정혁, 리순신이라 말하고 ‘원쑤’ 식의 된소리도 많지요. ‘고갯길’이 아닌 ‘고개길’ 같이 사이시옷을 적지 않고 ‘평양제1중학교’ 식으로 고유명사는 붙여 씁니다. 그리고 문화어는 냉전시대 미국에 대한 반감으로 영어에 기반한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으며 언어자체를 사회주의 건설의 힘 있는 무기로 인식해 전투적이고 선동적인 표현이 많습니다.
따라서 언어공동체로서의 통일한반도를 위해서는 남북한의 언어교류와 ‘통일맞춤법’체제 수립이 필요하며, 구체적인 노력으로 과거 평화문제연구소는 북한 과학백과사전출판사와 공동으로 ‘조선향토대백과사전’ 편찬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겨레말큰사전》편찬은 남측 편찬위원회와 북측 편찬위원회로 구성된 ‘남북공동편찬위원회’의 심의와 합의에 의해서 2005년 2월 제1차 남북공동회의(금강산)를 시작으로, 2015년 12월 제25차 남북공동회의(중국 다롄)까지 총 25회차로 개최되기도 했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향후에는 정보통신, 의학 분야 등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용어 및 각종 신조어 통합, 북한 고문헌 자료 발굴 및 번역, 민속학, 문화재 분야에 대한 용어 표준화 사업 등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북한의 고조선, 고구려, 발해 유적지를 발굴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하게 된다면 민족 역사를 바로잡는 작업으로 우리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도 있을 것이구요, 남북의 단편소설이나 아동문학을 비롯한 우수 문학작품의 대표 작가와 작품을 공동으로 소개하고 선별해 번역 사업을 추진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남북 겨레말을 간단히 한 번 되짚어 보았는데요, 하루빨리 남북이 만나고 우리 겨레말도 같이 다듬어보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맛보기 차원으로 북한말 동시집 ‘반짝반짝 별찌’ 속 ‘고삿고삿 세수’ 첨부하겠습니다!^^(‘고삿고삿’은 구석구석, ‘몰몰’은 모락모락이란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