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란 태몽으로 시작
나의 난임 연대기_스물세 번째 이야기
정말 짧은 시기였지만
정말 많은 주사와
정말 많은 진료와
정말 많은 경험을 했던
인공수정이 끝나버렸고
한 달간 휴식기를 가졌다.
자연임신부터 인공수정까지
착상조차 되지 않는 상태에서
인공수정을 더 하고 싶지 않았고
시험관을 선택했다.
시험관에 대한 여정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해탈했는지 감정 기복이 크지 않았고
인공수정을 이미 충분히 격하게 겪어
시험관 1차는 더 수월한 느낌이었다.
인공수정 때는
의도와 달리 20개 정도의 난포가 자라
내 난소가 부어 배를 건들어도 아팠다.
정작 시험관 때는
의도와 달리 10개 정도의 난포가 자라
내 난소들에 평화가 있었다.
난자를 채취했을 때는 15개가 채취되었다.
어느 날
아랫니가 5개째 빠지는 꿈을 꿨고
5개째 빠지는 이를 막아보고 싶었지만
이미 빠지기 직전이었다.
그래서 더 이가 빠지지 않도록
해결방안을 찾아다녔고
지인이 해결해주겠다고 만나자 해서 만나고
그 이후 꿈에서 깼다.
5개라는 숫자가 너무 생생했고
이가 빠지는 그 순간들과 감정 역시 생생했다.
윗니가 아닌 아랫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고
내 아랫사람들이 누가 있지.... 하다가
나의 난자들이 생각났다.
설마..
이 꿈을 생생하게 꾼 날 오전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15개 난자로 수정하였고
그중 10개 수정에 성공하였다는 연락이었다.
그중 6개가 2등급으로 괜찮은 상태라 했다.
어허라... 내가 수정란 태몽을 꾼 것인가.
제일 상태 좋은 3일 신선배아 2개를 시술받을 것이고
나머지 8개는 냉동 2통이나 3통 보관으로
나누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주셨다.
보통 5일 배양 같은 경우는 1개에 1통씩 배정하지만
3일 배양 같은 경우는
확률상 1통에 여러 개를 담는다고 한다.
나는 3개, 3개, 2개로 3통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4개, 4개로 2통으로 하기로 했다.
같은 때에 나온 난자들이고, 정자들이니....
그리고 내가 아직 젊으니까...
시험관 3회까지 실패하겠나 싶기도 하면서
3회까지 실패한 거라면 다시 채취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뿐만 아니라
냉동배아 통 분할에는 많은 고려점이 있다.
첫 번째는 저러한 이유도 있었고
두 번째는 비용이었다.
한 통이 기본 45만 원, 다음 추가 통은 개당 10만 원
1년 보관료 10만 원, 최대 5년까지 보관 가능하다는...
난 그래서 65만 원의 비용이 나가는 셈이었다.
세 번째는 3일 배양이냐, 5일 배양이냐 였다.
5일 배양은 눈사람 배아 단계까지 보통 가기 때문에
더 확실한 배아를 확인하고 시술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더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보통 5일 배아 1개 당 1통씩 배정한다.
이에 비해 3일 배양은 그 확률이 낮은 반면
2개의 배아를 이식하여 확률을 더 높일 수 있고
쌍둥이가 생길 확률도 높아진다.
그리고 보통 3일 배아는 다수를 1통에 배정하고
질이 좋은 경우에는 소수를 1통에 배정한다.
난 고위험군이라는 쌍둥이 임신을
절대적으로 피하고 싶진 않은 상태라
3일 배양 냉동으로 선택하였다.
만약 이번에 다 실패를 한다면 5일 배양을 선택할 것 같다.
이 고민은 정말 매일매일 하지만
중요한 건 이미 한 순간에 결정은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결정했으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