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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랄코튼 Dec 01. 2021

수정란 태몽으로 시작

나의 난임 연대기_스물세 번째 이야기

정말 짧은 시기였지만

정말 많은 주사와

정말 많은 진료와

정말 많은 경험을 했던

인공수정이 끝나버렸고


한 달간  휴식기를 가졌다.


자연임신부터 인공수정까지

착상조차 되지 않는 상태에서

인공수정을 더 하고 싶지 않았고

시험관을 선택했다.


시험관에 대한 여정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해탈했는지 감정 기복이 크지 않았고

인공수정을 이미 충분히 격하게 겪어

시험관 1차는 더 수월한 느낌이었다.


인공수정 때는

의도와 달리 20개 정도의 난포가 자라

내 난소가 부어 배를 건들어도 아팠다.

정작 시험관 때는

의도와 달리 10개 정도의 난포가 자라

내 난소들에 평화가 있었다.

난자를 채취했을 때는 15개가 채취되었다.


어느 날

아랫니가 5개째 빠지는 꿈을 꿨고

5개째 빠지는 이를 막아보고 싶었지만

이미 빠지기 직전이었다.

그래서 더 이가 빠지지 않도록

해결방안을 찾아다녔고

지인이 해결해주겠다고 만나자 해서 만나고

그 이후 꿈에서 깼다.


5개라는 숫자가 너무 생생했고

이가 빠지는 그 순간들과 감정 역시 생생했다.

윗니가 아닌 아랫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고

내 아랫사람들이 누가 있지.... 하다가

나의 난자들이 생각났다.


설마..


이 꿈을 생생하게 꾼 날 오전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15개 난자로 수정하였고

그중 10개 수정에 성공하였다는 연락이었다.

그중 6개가 2등급으로 괜찮은 상태라 했다.


어허라... 내가 수정란 태몽을 꾼 것인가.


제일 상태 좋은 3일 신선배아 2개를 시술받을 것이고

나머지 8개는 냉동 2통이나 3통 보관으로

나누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주셨다.


보통 5일 배양 같은 경우는 1개에 1통씩 배정하지만

3일 배양 같은 경우는

확률상 1통에 여러 개를 담는다고 한다.

나는 3개, 3개, 2개로 3통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4개, 4개로 2통으로 하기로 했다.


같은 때에 나온 난자들이고, 정자들이니....

그리고 내가 아직 젊으니까...

시험관 3회까지 실패하겠나 싶기도 하면서

3회까지 실패한 거라면 다시 채취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뿐만 아니라

냉동배아 통 분할에는 많은 고려점이 있다.


첫 번째는 저러한 이유도 있었고


두 번째는 비용이었다.

한 통이 기본 45만 원, 다음 추가 통은 개당 10만 원

1년 보관료 10만 원, 최대 5년까지 보관 가능하다는...

난 그래서 65만 원의 비용이 나가는 셈이었다.


세 번째는 3일 배양이냐, 5일 배양이냐 였다.

5일 배양은 눈사람 배아 단계까지 보통 가기 때문에

더 확실한 배아를 확인하고 시술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더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보통 5일 배아 1개 당 1통씩 배정한다.


이에 비해 3일 배양은 그 확률이 낮은 반면

2개의 배아를 이식하여 확률을 더 높일 수 있고

쌍둥이가 생길 확률도 높아진다.

그리고 보통 3일 배아는 다수를 1통에 배정하고

질이 좋은 경우에는 소수를 1통에 배정한다.


난 고위험군이라는 쌍둥이 임신을

절대적으로 피하고 싶진 않은 상태라

3일 배양 냉동으로 선택하였다.

만약 이번에 다 실패를 한다면 5일 배양을 선택할 것 같다.

이 고민은 정말 매일매일 하지만

중요한 건 이미 한 순간에 결정은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결정했으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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