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디데이
나의 난임 연대기 _ 열여덟 번째 이야기
드디어 그날이 왔다.
남편 먼저 정자 채취하러 같이 가고 점심 먹고
시술까지 시간이 비어서 카페 가서 띵가띵가 했다.
매일 1잔씩 내려먹던 커피를 끊은 지 벌써 2주가 되어간다.
카페에서 커피 외 다른 음료를 시키다니!
어제 하루는 주사를 안 맞았지만
내 배는 급 부어갔다.
서서히 팽창하고 있었는데, 배란 유도 주사 때문인지
배가 너무 아팠다.
특히 나의 왼쪽 난소는 더 아팠고,
아랫배를 문질러보면 아 여기에 있구나! 를 알 수 있을 만큼
약간 볼록해도 통증과 함께 느껴졌다.
시술 당일엔 허리를 피기가 힘들었다.
허리를 피고 걸으면, 걷는 걸음걸이마다 통증이 생겼고
걸음 때문에 뱃속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12시쯤부터 병원에서 대기 타고 있는데
간호사님께서 분주해지시기 시작했다.
눈이 마주쳤는데, 웃어주셨다..
날 위한 시술 준비 중이신 거였다.
곧이어 진료실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렸고,
긴장한 날 보고 많이 긴장되시죠? 하고 물어주셨다.
굴욕 의자에 눕고 뒤로 좀 더 기울여둔 상태에서
큰 수건도 덮고 기다리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들어오시자마자
정자 상태에 대해 언급하셨고,
운동성 99%로 만들었다고 하셨다.
정자를 주입한 뒤
초음파를 통해 정자가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내가 너무 긴장해서 그 순간을 놓쳐버렸다.
여기~
여기 하얀 거 보이죠? 길게 하얀 거
이게 정자가 들어가 있는 모습이에요.
와~~
뭔가 새롭고 신선하지만
결국 하얀색.
그래도 그게 내 뱃속 정자라니 뭔가 황홀한 모습이었다.
끝났어요~
음..?? 네????
1분도 안돼서 시술은 끝났다.
간호사님께서, 내가 배가 아프다 했다 전해주셨다.
의사 선생님께서 원래 그렇다 하셨다.
아....
그리고 배가 또 서서히 안 아파지다가
10일 뒤쯤 임신되면 다시 아플 거예요.
배 아파서 다시 보았으면 좋겠네요~
말씀하시고 사라지셨다.
그 아픔이 다시 와야 임신이란 게 충격이지만
다시 부어서 보아서 보자는 것은
임신하고 봅시다라는 말이니까
괜히 설레고 들뜨기 시작했다.
15분 정도 더 쉬다 가시면 된다고
불도 꺼주시고 정리해주시고 모두 나가셨다.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편에게도
설명해주시는 소리가 들렸고
우리 둘은 카톡으로 대화하면서 15분을 보냈다.
문제가 발생했다.
자궁이 보통 ㄱ자로 누워있기 때문에
오줌을 좀 참고 오면 자궁이 1자로 펴져서
시술하는데 덜 아프다 하셨기 때문에
오줌을 참다 보니 배가 더 부었어서 아팠는데
시술이 끝나자마자 미친 듯이 오줌이 마려웠다.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난 이 정자들을 지켜야 했다.
참고 참고, 진짜 위기를 겪었다.
15분쯤 지나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조금 더 누워있어서 더 확실히 안전하게 해주고 싶었다.
30분을 누워있었고, 30분이 되자마자
미친 듯이 옷을 갈아입고, 운동화 끈을 매고
화장실로 직행했다.
화장실에서 굽은 허리로 나오는
나의 모습을 간호사님께서 보셨고
걱정해주시면서 그래도 잘 됐으니 앞으로 어떻게 하고
언제 다시 보자 설명해주셨다.
집에 오는 길에 주차장에 있는 CGV에서
반반 팝콘을 사들고 콧노래를 부르며 왔다.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서 영화를 보았고
저녁 5시 반부터 질정을 넣고
에스트로겐 약도 먹기 시작했다.
질정은 남편이 넣어주기로 해서
출근시간 퇴근시간 고려해서
새벽 5시 반쯤, 저녁 6시쯤 넣기로 했다.
임신 준비는 부부가 같이 하는 거라 생각해서
남편한테 모든 과정을 공유하고
모든 과정에 참여를 부탁했는데
남편이 당연하다고 같이 하는 게 너무 고마웠다.
혹시나 해서 요 며칠 배테기를 해봤었는데,
어젯밤 10시에서 새벽 중에 배란된 거 같다.
인공수정을 알아보다 보니
임신에 대한 공부를 엄청 해보고 싶어졌다.
과학적으로 너무 신기한 세상인 게 분명하다.
호기심 천국이다 완전
아직 궁금증 해소를 못한 것 중에
나팔관이랑 난소 사이엔 떨어져 있는 것 같은데
난포에서 나온 난소가 어떻게 나팔관으로 들어가는지
궁금하다. 나팔관에서 빨아들이나...
아니면 시냅스같이 이동하나...
그런데 난자는 시냅스에서 이동하는 것보다
큰 형체인데.. 궁금하다.
또 궁금한 건
수정 후 착상을 하면 자궁 내막을 파고든다는데
자궁내막에 있으면 나중에 출산을 어떻게 하는 거지?
자궁내막 안에서 아기가 커지면서
자궁경부랑 이어지게 되나..
이 해결되지 않은 호기심에 시간은 잘 흘러갔다.
양쪽 배가 당기고, 변비 같은 느낌도 같이 있었다.
밤 12시가 되니 배가 너무 아파졌고,
아랫배 위, 아래, 양, 옆으로 꽉 차 팽창하였다.
왼쪽 난소 부위가 여전히 아팠고
위도 미슥거리고 헛트림이 계속 나왔다.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걸을 때마다 당기고 아팠고
팽창한 복부 때문에 허리를 펴기 힘들었다.
게다가 재채기를 하거나 배에 순간 힘이 들어가면
악 하고 아파했고, 몸살기가 돌기 시작했다.
소변을 닦다가 선홍빛 핏기가 살짝 돌아 묻어나 놀랐다.
혹시나 해서 병원에 카톡을 보내보았는데,
간호사분께서 전화 주셔서 배란혈일 수도 있고,
그런 경우들이 있어서 심각하게 생각 안 하셔도 된다고
날 토닥토닥해주셨다.
다행히 밤에는 피가 더 이상 안 묻어났다.
내가 인공수정을 해야 한다고?? 에도 정말 놀라웠었지만
첫 주사에 덜덜 거리면서 시작하여
벌써 여러 번 주사도 맞고
인공수정이라는 걸 한 날이 되었다.
시간은 정말 대단하다. 어쨌든 흘러간다는 게
그렇게 오늘부터 나에게 맡겨진 수정과 착상에
큰 무리가 없기를 바라며
약 열심히 먹고 넣고 하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