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끔해요~ 아파요~

나의 난임 연대기 _ 열일곱 번째 이야기

by 코랄코튼

나름의 긴 여정의 끝에

한 단계를 마무리 짓는 순간이 오긴 하나보다.


난소가 마음처럼 조절이 안되어서

의사 선생님께서는 좀 더 예민하게 자주 보자 하셨다.

드디어 날짜를 정확히 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배란 예정일에서 3일째 지나고 있는 날이었다.


양쪽 난포 약 10개 중에서도

오른쪽 난포는 17.4 정도로 2~3개가 크게 보이고

왼쪽은 더 부어서 그런지

배를 눌러도 정확히 볼 수는 없었으나

저번 진료 때 왼쪽 난포가 더 컸었고,

대략 보이기로는 몇 개 눈에 띄는 거 봐서

왼쪽도 비슷할 거라 예상하였다.


의사 선생님이 중간에 약을 줄이는 바람에

난포 성장이 잠깐 지체되고 날짜가 미뤄지고

주사를 더 맞을 수밖에 없던걸 후회하셨다.

아.. 진심이셨구나.


그리고

매번 '시험관 과정과 동일하게 진행을 하고 있어서'

라고 말씀하신 것 역시 시험관 시술 가능성을 염두하셨던 거였는지

왼쪽 난소가 뒤에 있는 데다가

부으면 안 보이는 거 봐서

시험관은 또 어려울 수도 있을 거라 하셨다.


왜 잘 안 보이는 거예요?

자세가 틀어진 건가요?

배가 부어서 그런가요?


배가 부어서 그런 건지, 뭐가 이유인지는

지금은 알 수 없어요~

다른데 유착돼서 그럴 수도 있고요.


이제는 무언가 어려울 거 같다, 힘들 거 같다

이런 말들이 정말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집에 와서 난소가 잘 안 보이는 위치에 있는 게

어떤 상황인 건지 한참 찾아보았다.

누구는 살이 쪄서 잘 안 보인다,

누구는 부어서 가려져 안 보인다.

심한 증세로는 다른 곳에 유착되어 그런 것이다.

등등 의견들이 있었다.


어째튼 난포를 보려고 배를 누르면 너무 아프다는 점과

시험관을 할 때 난자 채취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경우엔 잘 안 보이는 쪽 난소의 난자는

채취를 못하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 의사 선생님께서 나에게 갖고 있던

시험관의 가능성에 실망할 만한 상황이었다.


진짜 잘 보이던 내 왼쪽 난소가

과배란 되면 붙다 보니 뒤로 더 숨어 잘 안 보인다는

안 좋은 조건이 또 하나 추가되었다.


그래도 이제 마지막 주사만 맞으면 된다 하셨고

조금만 더 힘 내보자 하셔서

들뜬 마음에 씩씩하게 주사를 처방받으러 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마지막 주사가 6개를 얘기하는지 몰랐다.

아니,

하루에 2개 맞는 것도 충격이었는데

마지막이라고 6개를 맞는다는데

너무 황당하고 좌절감이 밀려왔다.


그것도 오늘 하 루 동 안

시간을 정 확 하 게

망설이고 겁낼 기회도 없애버린 처방이었다.

집에 남은 주사를 가져왔으면 맞고 가도 되는데,

가져오란 소리가 없었어서 안 가져왔다고

집으로 바로 가서, 바로 3개를 먼저 맞아야 한다고..


진짜 평일이라 씩씩하게 혼자 병 원온 게 후회될 만큼

좀 무섭고 서러웠다.

그렇게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바로 가자마자 남아있던 고날 에프 75lu를 맞고

난포의 질을 높여주기 위한 주사로

IVF-M HP 150lu(75 lu×2개),

배란을 억제해주는 세프로 타이드 0.25mg

이렇게 3개를 맞았다.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지

IVF-M HP는 주사가 2개인데,

1개로 모아서 1번에 놓아도 된다고 하셨다.

4개였... 는 주사가 3개가 된 거니 참 좋은 일이였... 다.


집에서 혼자 주사를 맞아야 해서

괜히 또 무서웠다.

남편이 항상 옆에서 내가 주사 놓는 걸 지켜봐 주고

'따끔해요~', '아파요~' 말해줬는데

남편이 바이알 속 약도 용액이랑 섞어서

주사기에 넣어줬었는데..


이걸 혼자 해야 했다.

주사 용액을 2개나 섞어야 했고

주사기를 3개 세팅해두고

내 배를 소독하고, 주사를 놓고...

지체 없이 3번 용감하게 맞아야 했다.


그래서 남편 한데

'따끔해요~', '아파요~' 녹음해서 보내달라 했다.

바로 보내줬고

그걸 또 진짜 들으니

갑자기 짠하고 감동적이라 눈물이 핑 돌았다.


눈물을 집어넣고 심호흡을 하고

할 수 있다!!! 외쳤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차분하게 주사를 놓았다.



난장판이 된 테이블 위 흔적은

전쟁터를 보는 것 같았다.

내가 얼마나 당황하고 정신이 없었는지 볼 수 있는

엄청난 장면이 탄생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왜 이리 빨리 흐르는지

밤 10시에 2차 주사를 맞아야 했다.

시간을 잘 지키라고 하셨던 말에 바짝 긴장이 되었다.


난포를 마지막으로 성숙시키고 황체화 유발하는 주사 1개와

배란을 유도하는 주사를 양쪽 1개씩 총 2개를 맞아야 했다.



오비드렐 리퀴드는 간호사 선생님께서 정량을 넣어주셨다.

그런데 이 세 주사기를 왜 이리 이뻐 보이는지

앞전에 무서웠던 주사들과 달리

디자인을 잘했다 싶어 보이기까지 했다.

뚜껑 역시 퀄리티가 높아 보였다.

내가 주사기 디자인을 감상하고 앉아있을 날이 올 줄이야...


이렇게 하루 동안 주사 6방을 맞고

구멍 투성인 내 배에게 수고했다고 토닥여줬다.


내 뱃살아,

넌 절대 헛되이 살찐 게 아니야.

주사를 아프지 않게 맞기 위해 잠깐 찐 거뿐이야.

고마웠다. 뱃살 지방아.


주사 없는 하루를 더 보내고

인공수정을 하기로 하였다.


지금까지 맞은 주사들과 남은 주삿바늘을 모아두었다.

애기가 생기면.. 다 모아서 병원에 드리겠다고..

부디 그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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