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연대기 느낀 점

나의 난임 연대기 _ 열아홉 번째 이야기

by 코랄코튼

인공수정 과정을 시작하면서 처음 겪어보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참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얻으면서

혹여나 부족할 예비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차곡차곡 얻어갔다.


더 설명이 필요 없는 복부 주사를 경험하였고

뱃속에 퍼져나가는 주사약마다 다른 느낌을 경험하였다.

어떤 것은 아무 느낌이 없고, 어떤 것은 간지럽고,

어떤 것은 불난 듯 뜨겁고, 어떤 것은 따가웠고


인공수정 기간 동안 생활에 무리가 없을 줄 알았지만

신체적인 무리보다 정신적 무리가 크게 온다는 것을 알았다.

정신력이 흔들리고 무기력해진다는 게 뭔지 확실히 체감하였다.


호르몬의 노예가 되었다.

나의 몸을 주사와 약이 통제하는 느낌이 들었다.

극히 과학적인 듯하면서 아직 명확한 답이 없는 미지의 분야이고

그저 수동적으로 당하며 깨진 독에서 흐르는 물 마냥

시간은 그냥 허비되며 흘러갔다.


난소가 여기 있나 보다를 느낄 수 있었다.

난소가 붑고, 콕콕 대는 느낌, 저릿한 느낌 등

정말 내 몸속 기관을 느끼는 신비로움이었다.


질정이 대단한 역할을 한다는 걸 실감했다.

정말 내벽을 튼튼하게 만드는 건지

약값이 비쌌던 이유가 있었다.


과배란 유도 과정에서도 가슴이 과하게 아프고

부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커지진 않았다.


신경 쓰지 말아야지, 모른 척할 거야.

잊고 지내야지 다짐을 수 없이 해도

결국에는 몸의 증상을 꼼꼼하게 기록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수정이 되었는지, 착상이 되었는지

확신할 방법은 없지만

괜히 그 기간 점심시간엔 식곤증 마냥

기절하듯 졸린 증세가 나타났다.


내 몸이 따뜻한지, 나만 더운지 아닌지

계속 확인하게 되고

코로나 백신을 맞았을 때도 체크 안 했던

나의 체온을 하루에도 몇 번씩 체크하게 되는

새로운 호기심과 기대 장치를 발견했다.


임신은 남편과 아내가 같이 준비하는 과정임을
인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남자와 여자의 몸은 다르고, 역할도 다르지만

임신은 어느 한 명의 역할도 지분도 아니고

서로의 책임과 관심과 협동이 필요한 것이기에

모든 과정을 함께 공유하고, 함께 경험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알았다.


임밍아웃이라는 로망과 임테기 두 줄을

남편한테 서프라이즈로 알리고자 하는 이벤트를

항상 구상하고 있었지만

이번 과정을 겪으면서는

남편도 나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듣기보다

임신이냐, 비임신이냐를 판단하는 그 순간을

같이 경험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그럴 권리도 있고, 그럴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다.


임테기의 노예가 왜 되는지 알 거 같지만

임테기의 노예는 되지 않아 보려고 노력했다.

지난 2년간 임테기의 1줄을 보았을 때 기분을 알기 때문이고

그러고 나서 꼭 생리를 시작했기에

호기심에 기대감에 임테기에 손을 댄다는 자체보다

이제는 불안이 그 이상 커졌다는 것을 느꼈다.


생리기간에 생리를 시작 안 해도

존재하던 증세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며

무증상이라는 새로운 두려움을 경험했다.

그동안 검색해보지 못했던

무증상 임신에 대해서도 참 많이 알게 되었다.


자연임신 준비 기간에 다음 생리 예정일은 참 빨리도 오던데

인공수정 준비 기간에 다음 생리 예정일은 참 더디게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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