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혈의 경우의 수

나의 난임 연대기 _ 스무 번째 이야기

by 코랄코튼

갈색 혈


임신 과정에 있어서 피를 본다는 것은

일단은 부정적 정서를 유발한다.


긍정적인 신호예요!라고

그 누구도 얘기할 수 없을 만큼

일단은 불안한 신호의 확률을 높여준다.


갈색 혈은

많은 사람들이 착상혈이라는 것으로

위로 삼게 해 준다.


갈색 혈 세 글자를 검색하면

어떤 자료의 근거인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동일한 책을 읽은 것처럼

동일한 말들을 써놓았다.


착상을 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혈로,

적은 확률로 발생하며,

어쩌고 저쩌고


그런 갈색 혈이 나왔다.

나에게도.


자연임신 준비할 때에도

한 2번 정도는 생리 예정일 즈음

갈색 혈을 보았다.

하지만 친구가 얘기해줬다.

빼박 생리 터지는 거라고


인터넷에 복붙 되어 돌아다니는 글을 보면

정말 착상혈이 존재하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착상혈을 경험하고

임신에도 성공하기도 했다.


그런데 난 왜 정말 다 생리가 터졌을까.


그랬던 경험뿐인 갈색 혈이

인공수정 시술 후 생리 예정 기간이 되어 나왔다.


아, 또 반복인가... 아 안돼..


착상혈은 1~2일 정도 나오고 없어진다니까

양도 적다니까 그렇게 2일만 지내보자! 별일 없을 거야!!!


신기하게도 2일이 되어가는 기간에

양이 줄어가고, 소량만 나왔다.


나도 착상혈이라는 걸 경험해보는구나!

신기하네 정말~

정말 500원짜리? 아니.. 난 좀 700원 워치 정도 양 같아!


그래도 잠을 자려 누으면,

그동안 찾아봤던 착상혈과 생리혈의 비교 글을 중심으로

A와 B의 비교 증세 등등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고,

난 A인가 B인가를 투표하듯 체크하다 보면

총점이 비임신과 임신 중 어디에 가까운가 계산하게 되었다.

정말 딱 한 가지 결론

모르는 게 약이다.

증상만으로는 답이 나올 수 없는 임신이란 세계인 것이다.


그렇게 고요한 2일째가 지나고 아침을 맞이했는데,

이렇게 개운한 아침이 오다니!


발열도 안 느껴지고, 가슴 통증도 없어지고,

정말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새로운 아침 같았다.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앗불싸 싶었다.


앞서 자연임신 시도 기간에

설사하듯 복통이 싸하게 느껴지고 나서 변을 누면,

급 소름이 돋듯이 기초 체온이 훅 떨어지는 걸 느끼고

그다음 날 꼭 생리를 시작했었다.


이 패턴이 이번에도 시작되었다.

안돼. 안돼. 안된다.

이건 나의 트라우마일 뿐이야.

그냥 무시하고 넘기며 머리를 말리는데

갑자기 몸이 굽어질 만큼 욱 하는 복통이 왔다.

참 재수 없게도 오늘이 생리 예정일이기도 했다.


설마.. 했던 아침 첫 소변에는 다행히 소량의 갈색 혈만 비쳤다.

추석 기간 시댁에 도착해서 화장실을 갔다가 놀랐다.

갈색 혈.. 이 아닌 검은 혈이 소량 보였다.


아 아니지, 이건 아니지!!!


그 뒤로 몇 번을 화장실에 다녀오며 확인했는데,

그 이후로 검은 혈은 나오지 않고 갈색 혈만 소량씩 나왔다.


송편을 만들고 쉬는 동안

혼자 화장실에서 질정을 넣었는데, 역시나 갈색 혈이 묻어 나왔다.


남편이 걱정할까 봐 말을 안 했었는데

역시나 이런 건 제 때 말해놔야겠다는 생각에 말했다.

남편의 걱정이 눈에 보였지만

일단 생리는 아니니까 괜찮을 거라고 서로 토닥이며 넘겼다.


갈색 혈

이 나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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